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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2일 한미 정상회담:
쿼드에 한 발 담그려는 문재인 정부

5월 22일(한국 시각) 문재인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바이든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지난 4월 청와대는 정상회담 일정을 발표하면서, 이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 문제를 비롯해 “경제·통상 등 실질 협력과 기후 변화, 코로나19 등 글로벌 도전 과제 대응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정부가 대북 정책 검토를 마친 터라, 이에 관한 언급도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애브릴 헤인스가 5월 12일 도쿄에서 한·미·일 정보기관장 회담을 하고 바로 한국으로 와 문재인을 만났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미 관계에 긍정적인 제안이 나오리라는 기대는 그리 크지 않다. 바이든 정부의 움직임이 대체로 북한 ‘위협’을 매개로 동맹을 강화하고 대북 압박을 유지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실무그룹

이 회담에서는 대북 정책 외에도 반도체·백신 문제 등 굵직한 의제들도 논의될 것이다. 특히, 한국의 쿼드(QUAD) 참여 문제가 논의될 공산이 크다.

쿼드는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협의체로, 바이든 정부는 이를 확대·강화해 중국을 포위하려 한다. 바이든 정부는 동맹들을 다독이며 공통의 이해관계를 내세워 반(反)중국 전선으로 묶으려 애쓰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도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쿼드와 관련해 바이든 정부는 한국에 (전면 참여를 바로 촉구하기보다는) 일단 부분적 협력부터 요청하는 듯하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선임국장 에드 케이건은 5월 7일 최종현학술원이 주최한 화상 토론회에서 쿼드는 나토(NATO)와 다른 유연한 체제라고 했다. 쿼드의 현안은 “백신, 기후 변화, 기술”이며, 쿼드는 이 현안들에 관심 있는 국가들의 사안별 참여를 장려하는 개방형 구조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사안별로 쿼드에 참여하기를 바란다는 얘기였다.

문재인 정부는 이에 화답하려 하는 듯하다. 기후 변화,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등과 관련된 쿼드 실무 그룹들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에 관한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앞서 외교장관 정의용은, 한국이 반도체 기술 등에서 미국에 협조할 것이 많으니 이를 기회로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한 미국의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 백신 지원을 대가로 반도체 공급망 문제에서 미국에 협조할 수 있다는 뉘앙스였다.

최근 주미 대사 이수혁이 미국 조지아주(州) SK 배터리 공장을 방문하고, 삼성전자가 한미 정상회담 전날에 미국 정부가 주재하는 반도체 공급 논의에 또 참여하는 등, 최근 정재계의 움직임도 시사적이다. 그리고 문재인의 이번 방미에는 SK회장 최태원,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남 등 반도체·배터리·바이오산업 등에 연관된 기업인들이 동행한다.

쿼드 사안별 참여라는 선택지는 재벌들도 선호할 것이다. 5월 3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국민 다수가 중국보다 미국을 ‘한국에 더 중요한 국가’로 본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경제〉는 이를 인용하며 백신·반도체 등에서 미국과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아마도 재벌들은, 중국과 척을 질 수는 없지만 반도체·5G·배터리 등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 시도와 6G 등 신기술 논의에서 한국이 배제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쿼드 참여는 한국을 미·중 간 제국주의적 경쟁에 더 깊이 휘말리게 할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한 불안정 증대와 비용은 모두 한국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몫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쿼드 참여 시도에 반대해야 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