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별 수업은 효과가 아니라 역효과를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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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2008학년도 중·고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와 수학을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상·중·하 반으로 나눠 수업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보수 언론들은 “하향 평준화를 낳는 평등주의 교육의 폐해가 다소 개선될 능력과 수준에 맞는 교육”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국내외의 많은 연구 결과들은 비평준화나 수준별 수업이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거의 영향이 없으며, 오히려 중·하위권 학생들의 성적은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 준다.
대표적인 예로 OECD 회원국들의 ‘학업성취도 국제 비교 연구’(PISA)에서는 한국 학생들의 종합적인 학업성취도를 핀란드에 이어 2위로 평가했다.
베르나르 위고니에 OECD 교육국 부국장은 2004년 12월 한국을 방문해 “공부 잘 하는 학생과 못 하는 학생을 모아놓으면 성적이 많이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국도 평준화 정책으로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게다가 한국보다 좋은 성적을 낸 핀란드는 장애학생들도 한 학교에서 가르치는 평준화 정책을 펴는 나라다.
그러나 수준별 수업이나 평준화 해체를 주장하는 우익들은 상위 5퍼센트 학생들만 비교했을 때의 순위가 전체 학생들의 순위보다 떨어졌다면서, 상위권 학생들의 국제경쟁력이 OECD 선진국들보다 낮다는 주장을 편다.
그러나 상위 5퍼센트 학생들의 성적이 전체 학생들보다 많이 떨어진 부문은 ‘읽기’밖에 없다(전체 학생들은 2위, 상위 5퍼센트 학생들은 7위). 그러나 이는 입시 경쟁 때문에 최상위권 학생들의 독서량이 부족한 탓이지, 수준별 수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또, 명문 사립고가 많고 수준별 수업을 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은, 전체 학생 순위는 낮고 최상위권은 OECD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준화 지역과 비평준화 지역의 학생들을 비교 평가한 국내 연구도 비평준화 지역의 하위권 학생들이 평준화 지역 하위권 학생들보다 성적이 더 떨어지는 결과를 보여 준다.
이것은 수준별 수업이 “하위집단 학생에게는 학습 동기를 유발하고 자신감을 심어준다”는 주장이 거짓임을 보여 준다. 오히려 하위 학생들만을 모아 수업을 하게 되면, 학습 의욕과 동기를 훼손당하고 고급 지식을 학습할 기회가 줄고 자아 존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결국 성적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난다.
이렇듯 분명한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고 부정적 효과를 낼 것이 분명한 수준별 수업이나 평준화 해체를 우익들이 주장하는 것은, 교육에 경쟁을 더욱 분명하게 도입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경쟁이 아니라 협동 학습이 모든 학생들에게 더 좋은 학업성취도를 준다는 연구가 많다(알피콘, 《경쟁을 넘어서》, 비봉출판사 참조).
오히려 우리 나라 교육에 필요한 것은 서울과 지방, 서울 강남과 강북의 학력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평준화 정책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의 협동 학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주도적 학습 능력을 저해하는 대학서열화와 입시 경쟁을 철폐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