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의원의 우려스런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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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한겨레〉 10월 15일치 인터뷰에서 당의 의회정당화, 국민정당화 견해를 비교적 솔직하게 드러냈다.
그 인터뷰에서 노 의원은 당직공직 겸직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며 현역 국회의원이어야 “정치에서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노총 부문 할당제 폐지에 찬성했다.
노 의원은 “집권은 민노당이 궁극적으로 꿈꾸는 세상 바꾸기를 위한 고지 확보”라며 대중운동 중심성을 운동권의 자족이라고 폄하하고 민주노총을 5퍼센트 대표성이라고 폄하한다.
이 쟁점들에 대한 노 의원의 견해는 당내 좌파들의 우려와 비판을 자아낼 만하다.
노 의원은 당직공직 겸직 허용을 찬성하는 이유로 “의원을 하고 있는 사람이 듣는” 여론과 “당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듣는” 여론의 차이를 들었다.
그러나 그는 의원이 듣는 국민 여론과 당을 하는 사람이 듣는 여론이 다른 이유를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다. 혹시, 그 다른 여론이라는 것이 그가 요새 강연 대상으로 삼는다는 강남 한복판에 있는 사찰 봉은사의 부자 신도들이나 경찰대학 총경들의 견해를 가리키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사실, ‘만나는 사람’이 다르면 당연히 듣는 여론도 다르기 마련이다. 노동자·서민의 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노동당의 정치가 모든 여론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어느 여론을 우리의 이정표로 삼을지는 진보정당의 중요한 전략적 문제이다.
노 의원은 운동의 위기를 언급하며 “일반인은 한 명도 모이지 않[고] … 교통방해만 하[는] … 운동권 집회”를 비판한다.
그러나 지난 9월 14일 삼성본관 앞에서 열린 ‘노회찬 의원 거리연설회’야말로 전형적인 “운동권 집회”다. 도보 통행을 막았고 골수 민주노동당 당원들만 참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연설회는 내용과 시기에서 매우 적절했고 필요했다.
쟁점은 가장 효과적인 진보 개혁의 수단은 무엇이냐다.
민주노총을 “5퍼센트 대표성”으로만 보는 것은 전형적인 ‘표의 논리’에 바탕한 접근법이다. 그러나 대중운동의 적극적인 지지와 능동적인 참여가 없다면 현역 의원이 아니라 현직 대통령도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진보정당이 국가기구나 거대 언론을 동원해 주요 진보 개혁을 제대로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은 역사적 교훈이다. 1973년 칠레 아옌데 정부의 비극적 경험은 그 점을 뼈저리게 보여 줬다. 선거 득표는 특정 시점에서 드러난 대중적 염원의 표현이지 힘 자체가 아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수단은 진보적 대중을 결집하고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이다. 노 의원이 말한 “사람들을 공공의 광장으로 나오게 해서 여론을 조직하고 … 관철하는” 방식은 노동계급 중심성이 현실에서 구현될 때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노 의원은 노동계급 기반과 단절된 개혁적 ‘국민’정당(이른바 ‘꼬마 민주당’)에 노무현과 함께 몸담은 적이 있다. 최근에는 조건부 연정수용론을 주장한 바 있다. 과거가 모든 것을 말해 주지는 않지만 국민정당화를 암시하는 노 의원의 주장은 그의 정치적 과거를 떠오르게 한다.
노 의원은 바로 몇 달 전 X파일 진상 규명과 ‘몸통’ 이건희 처벌을 위해서는 “1995년 전·노 구속 투쟁에 버금가는 투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충하는 주장들이 그때 그때의 정치적 편의주의에 따른 것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태도는 노 의원 자신을 위해서나 당을 위해서나 장기적으로 이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