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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문제는 아직 결판이 안 났다”고?:
본질적인 문제는 위법 여부보다 계급 불평등이다

정의당은 7월 8일 ‘직설청취, 2022 대선과 정의당’이라는 제하의 내부 강연을 열면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이하 존칭 생략)를 강연자로 불렀다. 진중권은 경계 없이 우파의 행사에도 왔다갔다 하고 있다.

정의당 당원이었던 진중권은 지난해 1월 조국에 대한 정의당의 입장을 비판하면서 탈당했다. 이날도 진중권은 민주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면서 정의당이 민주당의 “이중대”가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말 자체는 잘못되지 않았다.

그러나 진중권의 최근 행보를 보면, 주류 양당 진영 논리를 탈피하자는 그의 말이 진정한 진보적 정치를 강화하자는 뜻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정의당에 대한 진중권의 조언은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일 수 있다.

그런데 송치용 정의당 부대표가 “조국 전 장관 관련해서는 아직 결판이 안 났다”며 진중권의 조국 비판을 반박했다. 법원의 법리적 판단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얼마 전 민주당의 유력 예비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법원에서 조 전 장관 가족들의 행위가 유죄로 확정되면 [조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법률가답게 말했다.

물론 최종 판결이 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동계급·서민층의 청년들이 조국과 그를 감싼 세력들에 분노와 박탈감을 느낀 이유는 법률 위반 여부가 핵심이 아니었다. 비록 문재인 정부 지지자였다가 돌아선 권경애 변호사에 따르면, 조국이 장관에 지명된 뒤 만난 자리에서 “합법 아닌 건 없다”고 말했다지만 말이다.

서민층 청년들의 분노와 박탈감을 부르다 조국 문제는 이 사회의 계급 불평등과 권력자들의 위선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드러냈다 ⓒ출처 코리아넷(플리커)

조국 문제 중 자녀 관련 부분은 명백하게 부유층의 사회적 특권 대물림 문제였다. 게다가 적폐 청산을 외친 정권의 실세가 적폐 세력과 비슷하게 행동하고도 극도의 뻔뻔함을 보였다. 조국이 ‘좌파 지식인’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그의 위선에 대한 환멸은 더 컸다.

조국·정경심 부부는 ‘부모 찬스’를 이용해 경제·사회적 지위를 자녀에게 물려주려 했고, 사모펀드 차명 투자로 자산을 불렸다. 청와대 수석비서관(민정)이 된 뒤에도 이런 일들을 멈추지 않았다.

조국 자녀가 누린 “학부형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논문 제1저자가 되는 일이나 ‘스펙 품앗이’ 등은 노동자·서민층 사람들은 실행은커녕 아예 생각도 해 보지 못할 일들이다.

대학원 장학금 6학기 연속 지급은 학자금 대출로 고통받는 청년들에게는 언감생심일 것이다(그것도 유급된 게 안타까워 면학 격려 차원으로 지급했다니!).

‘가진 집안’ 자식들은 자신들과 출발선부터 다르다는 것에 그토록 많은 청년들이 박탈감을 느꼈던 것이다.

따라서 정경심 2심 선고나 조국의 1심 결과가 무엇이든 그들의 행위는 정의롭지 못한 것이었다. 이들은 불평등한 현실을 이용해 자녀들에게 기득권을 누리고 그 특권을 물려주려 했기 때문이다.

법이 정의라는 건 착각이다

법원의 판단이 정의와 불의를 판단하는 도덕적 잣대일 수 없다. 그 판단은 또한 계급을 초월할 수도 없다. 노동계급의 자체 활동을 통한 전진이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 국가가 노동자 파업을 파괴하려고 공권력을 투입하는 일이나 노동 개악 입법, 규제 완화 조처 등을 하는 것은 위법은 아니지만 노동계급에게는 불의한 것이다.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에서 터져 나온 박근혜 정부를 향한 분노와 항의는 부패뿐 아니라 반노동·친기업을 실행한 우파 정권을 응징하려는 계급적 정의의 요구였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박근혜에게 묻고 관련자들을 책임 지우도록 요구하는 것도 노동계급적 정의의 실현을 요구하는 것이지 단순히 법률적 판단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심상정 의원은 ‘헌법 내 진보’라는 말로 기존 체제와 질서를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위에 언급된 송치용 정의당 부대표의 발언도 개혁주의 정치의 발로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합법주의적·개혁주의적 태도는 계급 불평등에 대한 노동계급의 정당한 불만과 분노를 대변하는 데에 크게 못 미친다. 조국 문제가 커다란 정치적 쟁점이 됐을 때 진보 세력 주요 지도부들은 사실상 문재인 청와대와 조국의 편을 들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와 협력해 개혁을 얻어낸다는 포퓰리즘(진보적 언사로 표현됐지만) 노선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잘못된 노선은 진보·좌파 모두에게 곤란함을 안겼고, 개혁의 진정한 동력인 노동계급의 자신감에 해로운 효과를 냈다.

다행히 최근 정의당 여영국 대표와 심상정 의원은 당시 실수를 성찰하는 발언들을 했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집권 민주당은 기회의 평등을 이뤄서 동등한 출발선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윤석열도 여당의 위선에 실망한 기층의 정당한 불만을 가로채려고 ‘공정’을 내세운다. 하지만 말뿐일 것이다. 자본주의 양당과 윤석열은 모두 계급 불평등의 수혜자이자 옹호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