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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화하는 유럽 정치?

지난 10월 21일자 〈조선일보〉에 “유럽 정치판 오른쪽으로”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에서 강경희 기자는 “유럽 대륙의 추가 오른쪽으로 향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테러와 경기침체”가 그 배경이라고 분석한다.

현재 유럽 정치의 주요 화두가 “테러[와의 전쟁]와 경기침체[에 대한 대응]”라는 그의 지적은 크게 틀리지 않다. 또, 그가 나열하고 있는 것처럼 이 문제들에 대한 유럽 주류 정당들의 대응은 분명 우경화 추세가 두드러진다.

그들은 테러 위협을 빌미로 이민자와 무슬림들을 공격했고, 복지 삭감과 사유화를 추진해 왔다. 영국 노동당, 네덜란드 노동당, 스페인 사회당 등의 이른바 중도좌파 정부들이 추진하는 정책들도 우파 정당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이들도 우경화 추세의 한 축이었다.

사실, 이러한 일들은 지난 10년 간 유럽의 주류 정치에서 일어난 변화의 연장선상에 있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소위 ‘제3의 길’ 류의 사회민주주의가 대세인 듯했다. 이런 종류의 정당들이 주도하는 중도좌파 정부들은 녹색당이나 공산당을 끌어들이며 유럽 전역에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00년대가 되자 이들이 받아들인 신자유주의의 효과가 사람들의 피부에 와 닿기 시작했고 유럽 전역에서 노동자들이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들의 영향력은 쇠퇴하기 시작했고, 그 반사이익이 우파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이것이 그림의 전부는 아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중의 점증하는 환멸과 그로부터 도망가려는 기존 개량주의 정당들의 ‘사회자유주의’ 때문에 정치적 공백이 크게 증대했다.

그와 동시에, 새로운 활동가들을 자극하고 다른 많은 이들의 기운을 북돋는 반자본주의 운동과 반전운동의 고양이 있었다. 이것은 “테러와 경기침체”에 대한 주류 정치의 대응에 맞선 좌파적 대응이었다. 그 결과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은 훨씬 더 허약해지고 그들의 선거 기반은 전보다 훨씬 더 불안정해졌다. 덕분에 새로운 좌파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무르익어 왔다.

지난 몇 년, 특히 지난 몇 달 간 유럽 정치에서 진행된 일련의 선거 결과는 마침내 새로운 좌파가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지난 2월 덴마크에서 적-녹 연합이 3.4퍼센트를 득표하며 여섯 개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달 포르투갈에서는 좌파 블록이 6.4퍼센트를 얻으며 여덟 개의 의석을 얻었다. 영국에서는 갓 태어난 ‘반전당’ 리스펙트가 약진했다.

가장 흥미진진한 사건은 프랑스 좌파가 신자유주의적 유럽헌법 부결 운동에서 한 구실과 최근 독일 선거에서 새로운 좌파당이 거둔 성공이다. 프랑스 좌파는 몇 달 간의 역동적인 캠페인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유럽헌법안을 좌초시키고 유럽 지배자들에게 일격을 가했다. 독일의 좌파당은 녹색당을 제치고 8.7퍼센트를 득표했고 의회에서 54석을 획득했다.

이것은 중요한 발전이다. 그리고 지난 몇 달 간 유럽 정치 도처에서 발전해 온 추세 ― 새로운 좌파 운동의 형성 ― 를 확증해 주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기자가 이러한 사실들을 보지 않으려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런 일일 것이다. 결국 시장 개혁이 대세이고 이 과제에 더 잘 부응하는 세력이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부추기는 것이 그 신문사의 의도인 것은 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유럽 정치 격변의 진정한 교훈은 바로 그러한 시장 개혁에 단호히 맞서는 좌파가 성장하고 있고 우리도 그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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