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난민 노동자들이 고발하는 열악한 노동 환경:
“확진자·접촉자 무더기로 나오는데 자가격리를 못하게 합니다”
〈노동자 연대〉 구독
9월 15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신규 확진자의 15퍼센트가 외국인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정부가 코로나19 감염에 더 취약한 이주민의 조건을 방치한 결과다.(관련 기사 보기)
다음은 김천에 위치한 민성이엔지에서 일했던 이집트인 난민 두 명인 압델라흐만 아테프, 후세인(가명) 씨와 나눈 대화를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민성이엔지는 동희산업의 하청 업체다. 동희산업은 기아자동차에서 생산하는 전기자동차의 배터리를 생산하는 업체로, ‘비정규직 100퍼센트 공장’으로 악명 높은 동희오토를 기아자동차와 함께 절반씩 소유한 회사다.
공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최근 열흘 사이에 전 직원 코로나19 검사를 두 번이나 했어요. 두어 달 전에도 예멘인·이집트인 등 16명이 확진돼 많은 노동자들이 자가격리를 해야 했어요. 이번에는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현재 예멘인 노동자 전원이 확진 판정을 받아서 자가격리에 들어갔어요. 예멘인들은 대부분 같이 모여 살거든요. 이집트인도 3명 정도 확진 판정을 받았어요. 한국인들도 확진자가 많아서 한 라인 전체가 멈추기도 했어요. 그런데도 회사는 전체 확진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요.
예멘인이나 알제리인 동료들은 확진자는 물론,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에게도 사측이 격리를 허용해 주고 있는데, 우리 이집트인들은 공장에서 중요한 기계를 다루다 보니 격리를 계속 안 시켜줍니다.
공장은 계속 가동 중입니다. 그런데 확진자가 늘다 보니, 인원이 부족해져서 야근에 특근까지 매일 11시간 가량 근무하고 있습니다. 1시간이던 점심시간도 30분으로 줄었어요.
원래 확진자와 접촉하면 14일 동안 자가격리를 하고 임금의 60퍼센트를 지급받았는데, 최근 확진자가 계속 늘고 접촉자도 무더기로 나오자 사측이 자가격리를 하지 못하게 막고 있어요.
그래서 출근하기 너무 무섭고 끔찍합니다.
그렇다면 사측은 어떤 대책을 내놓고 있나요?
지난번에 확진자가 나왔을 때는 외부 의료진이 와서 공장 직원들을 검사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외부인 없이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 확진자가 나온 것을 아마 보건 당국은 모를 거예요.
일부 개선된 점은 있어요. 공장 입구와 구내 식당 입구에 체온계를 비치했고, 식당 출입 인원도 제한을 하고 있어요. 얼마 전까지는 수백 명이 한꺼번에 식사를 했습니다.
문제는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에게 격리를 허용해야 하는데 사측이 이를 거부한다는 거예요. 저희도 확진자와 접촉했다고 통보를 받아서 검사를 받았어요. 그런데 사측은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무조건 출근하라고 윽박질렀습니다.
사측은 어떻게 협박했나요?
확진자가 계속 나오니까 혁명가 출신 이집트 난민 십여 명이 함께 결심했어요.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다같이 출근을 하지 말자고요. 오전 조회 시간에 관리자에게 출근을 하지 않겠다고 저희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그랬더니 관리자는 욕을 하고 화를 내면서, 출근 안 하면 다음 근로계약을 연장해 주지 않겠다고 협박했어요. 출근 안 한 동료에게 카카오톡 메세지를 보내고 닦달했습니다. 결국 대부분은 어쩔 수 없이 출근했는데, 저(아테프)를 포함한 몇명은 사직서를 내고 퇴사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나 난민에 대한 사측의 대우는 전반적으로 어떤가요?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정말 황당했어요. 관리자들은 저희를 막 대하고 욕설을 해댔어요. 아마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은 이를 참고 견뎠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 이집트 혁명가들은 이런 비인간적 대우를 참을 수가 없었어요. 관리자가 욕을 하면 경찰에 신고했어요. 그래서 경찰이 세 번이나 공장으로 출동했어요.
한 번은 조회 때 관리자가 소리를 질렀어요. 그래서 저희도 똑같이 대응해 줬어요. 당신이 소리치면 우리도 똑같이 해주겠다고요. 그러고 나니까 관리자들도 어느 정도는 조심해서 저희를 대했습니다.
그렇지만 공장의 업무 자체가 매우 위험합니다. 3개월 사이에 사고가 벌써 서너 건이나 있었는데, 한번은 이집트인 동료가 정말 죽을 뻔했어요. 로봇에 몸이 끼었죠. 구급차에 실려가서 몇 개월이나 입원했어요. 지금은 퇴원해서 목발을 짚고 다니는데 앞으로 일은 못 할 거라고 해요.
불과 4일 전에도 또 사고가 났어요. 이번에는 알제리인 동료인데 로봇에 깔려서 척추를 크게 다쳤어요. 로봇은 부품과 인간을 구분하지 않아요. 부품을 찍듯이 동료를 찍어 내렸죠. 다행히 죽음은 면했습니다.
원래는 로봇에 센서가 있어서 사람이 접근하면 멈추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관리자들이 생산량을 늘리려고 자꾸 센서를 끕니다. 저도 센서가 켜져 있는 줄 알고 기계 사이로 들어가려다 기계가 갑자기 움직여서 깜짝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사장이 중간 관리자를 쪼고 관리자가 노동자를 쪼아요. 한 시간에 80개를 생산하던 부품을 이제는 한 시간에 120개 생산하고 있어요. 기계가 움직이는 속도가 정말 무섭습니다. 그런데 가끔 원청에서 감독을 나올 때가 있어요. 오직 그때만 사측은 센서를 켜 놓고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킵니다. 보여주기용인 것이죠.
이렇게 조건이 너무 열악하다 보니,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일을 그만두는 노동자들이 계속 늘었어요. 게다가 코로나19 확진자까지 생기니까 인력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에요. 그래서인지 갑자기 월급이 50만원 올랐어요. 원래는 230만원을 받았는데, 280만원이 통장에 찍혀 있길래 잘못 들어온 줄 알고 확인해보니 월급이 올랐다고 해요. 구내 식당 밥도 원래는 형편없었는데 최근에는 매우 잘 나옵니다. 노동자들을 붙잡아 두려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