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를 다룬 내 칼럼(65호)에 대해 김하영이 지난 호 독자편지에서 지적한 기본 취지에 공감한다. 양육이 개별 가족에게 맡겨진 상황에서는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싶어도 마음대로 낳을 수 없다. ‘출산이 여성의 의무인가’라는 쟁점을 다루는 데 치우쳐 이 점을 충분히 강조하지 못했다.
하지만, 출산이 ‘여성의 의무냐 선택이냐’ 하는 것이 꼭 엉뚱한 쟁점인 것은 아니다. 물론 양육의 책임이 개별 가족에게 떠넘겨져 있는 현실에서는 아이를 낳을지 말지, 낳으면 몇 명을 낳을지 하는 문제가 순전히 여성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여성들은 자기 삶의 조건을 통제하길 바라고, 따라서 출산력 통제 문제는 여성운동의 중요한 이슈다.
‘요즘 여자들은 이기적이라서 아이를 안 낳으려 한다’는 보수주의자들의 비난은 신문이나 방송, 심지어 대학강의실(얼마 전 서울대 여학생들이 밝힌 서울대 교수들의 ‘성희롱’ 사례에서도 드러났듯이)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는 얘기다.
여성들의 노동시장 참가가 증가하면 출산율 하락은 불가피하다. 저출산 현상은 오늘날 여성들의 변화하는 삶에서 긍정적 측면(독립성 증대)과 부정적 측면(높은 양육 부담)을 모두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