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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잡초처럼 계속 일어서는 중국 민중의 투쟁

《와일드 그래스》
이안 존슨│유스북

이 책의 제목은 권력에 맞서 끈질기고 용감하게 싸우는 평범한 중국인들을 가리킨다.

저자는 세 명의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평범한 중국인들의 저항을 이야기하듯 풀어낸다.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농민 영웅’이라 불리는 옌안의 마원린 변호사다. 마 변호사는 설을 쇠러 고향 마을로 내려갔다가 농민들에게 소송을 부탁받았다.

농민들은 온갖 명목의 세금으로 착취당했고,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폭행당하는가 하면 불법 임시감옥에 갇히곤 했다. 마 변호사는 농민들과 함께 싸우며 지역에 저항의 씨앗을 뿌렸다.

두 번째는 베이징 철거민들의 편에 선 건축학도 팡커의 이야기다. 과거 마오쩌둥이 ‘공장 굴뚝으로 가득 찬 하늘을 원한다’며 베이징을 산업도시화하면서 많은 문화유산을 파괴했다면, 현재 베이징의 관리들은 돈벌이를 위해 문화유산들을 부수고 주민들을 내쫓고 있다.

탐욕스런 관리들은 명·청대의 옛 가옥들을 부수고 그 땅을 개발업자에게 비싼 값으로 팔아 수십억 위안의 차액을 챙긴다.

마지막은 파룬궁을 수련하는 어머니의 죽음에 항의하는 딸 장쉐링의 이야기다.

1999년 중국 정부가 파룬궁을 금지한 이후 야만적인 탄압이 이어졌다. 수련자들은 직장에서 쫓겨났고 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노동교양수용소로 보내지는가 하면 감옥에서도 고문과 학대를 당했다. 장쉐링의 어머니 천쯔슈처럼 감옥에서 구타와 고문으로 수많은 수련자들이 사망했다.

저자는 이 이야기들을 통해 중국이 처한 분명한 위기의 징후와 긴장을 보여 주고자 한다.

우선 중국의 법제도와 정부 기관 그 어느 곳에서도 사람들의 불만과 요구가 흡수되지 못한다.

마치 장이모우의 영화 〈귀주이야기〉의 주인공이 지방의 하급 청원기구에서 시작해 도시의 상급 기구까지 청원을 하다 끝내 엉뚱한 조처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하급에서 상급기구를 왔다 갔다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공정한 법적·행정적 심판이 아니라 ‘주먹’이다.

마 변호사는 베이징 중앙정부에게 청원하러 갔다가 치아 열 세 개가 부러질 만큼 심하게 폭행당한 후 구속됐다. 어머니의 죽음을 밝히려 했다는 이유로 장쉐링은 3년 동안 구금됐다.

간단한 행정소송으로 문제가 금방 해결될 걸로 믿은 마 변호사처럼, 사람들은 오히려 지배자들이 “손에 손을 잡고 움직이는 한 패거리”임을 깨닫곤 한다. 또 장쉐링처럼 자신이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깨닫기도 한다.

그녀는 정부가 파룬궁 수련자들의 집단 항의 시위는 두려워하지만 자신과 같은 개인의 항의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 변호사와 농민들, 철거민들처럼 조직을 만들고 ‘불법’ 지하유인물을 만들고 비밀스럽게 자신들의 대표를 선출하곤 한다.

이처럼 아래에서 부글부글 끓는 불만과 분노는 마 변호사와 농민들이 조직한 항의 시위로 분출되거나, 베이징 철거민들의 ‘만인집단소송’이란 도전으로, 파룬궁 수련자들의 더욱 치밀해진 지하활동으로 “땅속에 묻혀 있기를 거부하는 시신처럼” 끊임없이 새롭게 떠오른다.

저자는 몇 년 안에 긴장이 분출할 거라고 예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마 변호사나 팡커, 장쉐링 같은 잘 알려지지 않은 보통 중국인들의 도전이 “중국에 변화의 씨앗을 뿌리고 서서히 혁명을 부추기고 있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게다가 최근 이러한 도전들은 부쩍 증가하고 있다. 저자가 인용한 한비자의 말처럼 “현재 중국에서는 지배자와 피지배자들이 하루 백 번의 싸움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