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위탁 중심의 초등돌봄, 다함께돌봄센터:
열악한 처우 개선은 돌봄의 질과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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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문재인 정부는 초등돌봄 확대 계획을 발표하며 내년까지 초등돌봄교실과 마을돌봄 이용자를 각각 10만 명씩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초등돌봄교실이 확대되고, 다함께돌봄센터가 신설·확대됐다. 현재 다함께돌봄센터는 전국에 600여 개가 있고 앞으로 더 늘어날 예정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초등돌봄 정책은 노동계급 등 서민층의 필요에 크게 못 미친다. 양적 확대조차 불충분할 뿐더러 서비스의 질도 보장받기 어렵다. 초등돌봄기관 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정부와 지자체가 분담하는데, 정부의 재정 지원이 부족해 지자체는 서비스 기관을 대부분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가 열악하다.
올해 2월 전국돌봄노동조합이 출범한 이유다. 전국돌봄노조는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돌봄센터에서 일하는 돌봄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전국돌봄노조 황재인 정책담당은 본지에 다함께돌봄센터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고용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해 여러 얘기를 들려줬다.
“각 지자체 재량에 맡겨 조건이 천차만별이에요. 공적 돌봄이라지만 대부분 수익성 중심의 민간위탁에 내맡겨져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요. 실적만 쌓으려고 (센터를) 우후죽순 만들면서 돌봄서비스 이용자가 얼마나 될지 제대로 사전조사조차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함께돌봄센터 노동자들은 아이들을 충원하지 못하면 고용이 위협받을까 봐 초등학교에 찾아가서 홍보물을 반포하기까지 해요.
“대다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1년 미만의 계약직 비정규직이에요. 고용 불안과 최저임금으로 고통받으면서 어떻게 안정적으로 아이들을 돌볼 수 있겠어요? 돌봄의 질과 직결된 문제예요. (조건이 열악하다 보니) 노동자들은 일하는 중간에 좋은 일자리가 있으면 나가버리거나, 더 일하고 싶어도 계약 만료로 일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예요. 그래서 신입 돌봄 교사들이 많아요.”
과중한 업무
구청 직영 다함께돌봄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이다. 대표적으로 서울 영등포구청이 운영하는 돌봄센터의 노동자들은 모두 1년 미만의 계약직 비정규직이다. 2년을 초과해 일한 노동자가 없다. 최근 이 노동자들은 내년 2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영등포 구청장에게 정규직 전환을 요청하는 청원을 올렸다.
과중한 업무도 노동자들의 불만 사항이다. 학생 20명 당 교사 1명이 돌봄업무와 행정업무를 모두 담당하고 있어 법정연차휴가도 보장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전국돌봄노조는 교사 충원 등의 지원을 확대하라고 보건복지부에 요구했다.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는 다함께돌봄센터만의 문제가 아니다. 황재인 씨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조건은 더 나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일부 지역아동센터는 정부가 시설 임대료를 지원하지 않아 노동자들이 임금의 일부를 후원금 형식으로 납부해 이를 충당해요. 임대료 인상과 후원 감소로 존폐 위기에 있는 곳도 있어요.
“다함께돌봄센터는 사회복지시설 인건비 가이드라인 준수율조차 조사하지 않고, 지역아동센터는 사회복지시설 중 준수율이 가장 낮아요. 최소한 사회복지시설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지키고 고용 안정(을 보장하고) 지원을 확대해야 합니다.”
맞벌이, 한부모 가정이 늘어나면서 초등돌봄 지원 확대 요구가 높다. 그런데도 2019년 기준 초등학생 공적 돌봄 이용률은 14.5퍼센트에 불과했다.
초등돌봄 서비스 확대는 노동계급 등 서민층 자녀에게 매우 중요하다. 부유층의 자녀와 달리,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서민층 가정의 아이들은 사회적 지원이 없다면 방치되기 쉽다. 아이를 돌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여성도 많다.
양질의 돌봄서비스 제공 기관이 많아져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의 재정 지원이 크게 늘어나야 한다.
초등돌봄은 미래의 노동력을 키우고 기존의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므로 국가와 자본가들이 마땅히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 국가가 재정 지원을 대폭 늘려 돌봄 노동자들의 조건을 개선하고 양질의 돌봄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