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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세 입학은 아이들을 고통에 빠뜨리고 경쟁 압력을 키울 뿐이다
박순애 사퇴만이 아니라 이 정책도 즉각 폐지돼야

7월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교육부장관 박순애는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1년 앞당기는 방안을 발표했다. 윤석열은 ‘교육부가 신속히 추친하라’고 지시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학제 개편이 “모든 아이가 격차 없이 성장하도록 질 높은 교육을 적기에 동등하게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발달 단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졸속 정책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오면서, 정부의 지지율 폭락에 일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8월 8일 교육부장관 박순애가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

8월 3일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학제 개편안 저지 집회 ⓒ제공 〈민중의 소리〉

정부가 이번 학제 개편을 추진하는 진정한 의도는 무엇일까?

생산인구 감소 문제를 완화하려는 것이다. 지배자들에게 출생률 하락으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는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심각한 문제다. 그래서 미래 노동력이 더 충분히 공급되도록 교육 기간을 1년 당겨 사회 진출 시기를 앞당기려고 하는 것이다.

특히 2015년부터 출생률이 가파르게 하락해, 2026년 학령인구는 처음으로 500만 명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는 공약에도 없던 정책을 급박하게 추진하려고 한 것이다.

경쟁 교육

초등학교 취학을 만 5세로 당기는 정책은 이미 김영삼 정부 때부터 꾸준히 시도돼 왔으나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실패했다.

만 5세 입학은 아이들을 고통에 빠뜨리고,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경쟁 압력만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기존에 만 5세 아동은 놀이교육 중심으로 교육을 받아 왔는데, 규율이 있는 초등학교에 덜컥 데려다 놓으면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제도 정착을 위해 2025년부터 4년간은 15개월 차이 나는 학생들을 함께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려 하는데, 이 정책도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아동의 경우 1~2개월 차이도 발달 격차가 크기 때문에, 경쟁에서 뒤쳐질 것을 우려해 조기 사교육 부담만 가중될 수 있는 것이다.

이조차도 어려운 노동계급 아이들은 출발부터 불리해진다. 초등학교에서의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자기조절능력을 갖춰 가는 단계인 만 5세 아이들을 무리하게 경쟁교육 속으로 빠트리는 것도 아이들에게 큰 고통을 줄 것이다.

게다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기본적으로 저녁까지 종일 돌봄을 제공해 주지만, 현재 초등 돌봄은 턱없이 모자라 ‘학원 뺑뺑이’를 도는 아이들이 많다. 그래서 정부 저출산고령사회 위원회도 인정하듯이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시점에 양육을 이유로 한 여성의 경력단절은 최고조에 이른다.

턱없이 부족한 돌봄 지원

정부는 반발이 거세지자 초등 돌봄을 대폭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이 약속은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다.

박근혜 정부가 내놓았던 돌봄교실 확대 공약은 예산 부족으로 노동계급과 여성들의 수요를 충족하지 못했다. 또한 돌봄 직종에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에게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해 서비스 질 개선을 어렵게 했다.

문재인 정부도 ‘온종일 돌봄’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초등 돌봄을 담당하는 돌봄전담사들 다수가 시간제라 아이들은 이 교실 저 교실을 떠돌아야 하고, 오전에 정규 교육에 쓰인 교실을 오후에는 돌봄 교실로 쓰는 ‘겸용교실’ 문제는 초등교사들이 수업 준비를 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초등돌봄교실에 대한 정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해 노동계급 가정에게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오히려 정부는 만 5세 입학으로 유아 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도 삭감하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아동 수 기준으로 국공립 보육시설을 40퍼센트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고작 22퍼센트에 그쳤다. 그중 국가나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국공립보육시설은 2.6퍼센트에 불과하다. 국공립 유치원의 민간위탁을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가 거센 반발로 철회하기도 했고, 임기 말에는 국공립 어린이집 예산도 삭감했다.

유보 통합으로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향상시키겠다면서도, 정부는 민간 시장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교육 돌봄을 위한 공공서비스를 늘리지 않는다. 이제는 학제 개편으로 유아교육에 드는 비용을 아예 1년 삭감하려는 것이다.

이처럼 돌봄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지도 않는 정부가 만 5세의 돌봄까지 초등학교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것을 믿을 수 있겠는가?

정부가 진정 학력 격차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초등교사를 늘려야 한다. 그러나 오히려 정부는 학령인구 급감을 빌미로 교사 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올해 교육부는 신규 교사를 지난해보다 8퍼센트 줄여 뽑겠다고 발표했다.

요컨대 윤석열 정부는 노동력 부족 문제를 완화하고, 교육 복지에 들어갈 재정을 절감하기 위해 준비도 없이 학생·학부모에게 엄청난 고통을 전가할 만 5세 조기 입학 정책을 졸속적으로 추진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초등교사들의 업무 부담도 크게 늘어날 것이고,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들은 일자리를 잃을 위험도 커진다.

아이들의 발달 과정을 무시하고 미래 노동력으로만 보는 졸속적인 정책은 즉각 폐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