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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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양봉업자들이 월동 중이던 꿀벌들을 깨우기 위해 벌통을 열었더니 벌통이 텅텅 비었다. 올 초부터 지금까지 국내 양봉 농가들에서 70억~100억 마리의 꿀벌들이 사라졌다.
꿀벌의 대규모 ‘집단 실종’은 2006년 미국에서 처음 보고됐고,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세계 전역에서 나타났다. 미국은 거의 매년 전체 꿀벌의 50퍼센트가 ‘집단 실종’ 된다.
꿀과 꽃가루를 따러 갔던 일벌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이어 여왕벌과 애벌레까지 떼로 죽는 현상을 이른바 “군집붕괴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 CCD)”이라 부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꿀벌은 세계 식량의 90퍼센트에 해당하는 100대 주요 작물 중 71종의 꽃가루받이를 돕는다. 가구와 집을 만드는 데 쓰이는 나무의 상당수도 꿀벌의 꽃가루받이가 필요하다.
의학전문지 〈랜싯〉에 실린 연구를 보면, 꿀벌이 멸종되면 식량난과 영양실조로 한 해 142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자들은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35년에 꿀벌이 멸종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꽃가루받이는 꽃가루를 수술에서 암술로 옮겨 과일이나 씨앗을 맺게 해 주는 과정이다. 주로 곤충들이 하고 꿀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곤충들의 꽃가루받이는 생태계의 생물 다양성에 기여한다. 더 많은 씨앗을 만들고 야생 동식물을 늘리고 생태계의 복원력을 높인다.
그러나 양봉되는 꿀벌들은 고과당 시럽을 먹고 살고 각종 살충제와 항생제를 투여 받는다. 밭과 과수원, 비닐하우스의 꽃가루받이 활동에 동원돼 꿀벌의 활동 기간이 바뀌고, 단일 경작이나 기후 변화로 개화 시기가 줄어들고, 과도한 이동과 경쟁, 빽빽이 몰려 살기, 영양 불균형 등이 꿀벌의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꿀벌의 위기는 기후 변화, 환경 오염, 기생충, 바이러스와도 관련 있다. 특히 농약이 가장 큰 해를 끼친다.
오직 이윤을 위해서
글리포세이트 제초제와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의 대대적인 사용은 곤충들의 서식지를 파괴했다.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의 살충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살충제다. 이 살충제에 씨앗을 담가 두기만 하면 나중에 식물 전체가 살충제 성분을 함유하게 된다.
네오니코티노이드 화합물은 꿀벌이 집으로 돌아가는 능력을 방해할 수 있다. 방향 감각과 단기 기억을 상실하게 만든다. 제조사인 바이엘은 꿀벌에게 치사량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네오니코티노이드가 곰팡이 제거제의 일종과 결합되면 꿀벌에 미치는 독성이 1000배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서식지의 부족, 환경 오염, 살충제와 제초제, 빛 공해 등은 점점 더 많은 곤충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구상에는 아직 학명도 붙지 않은 곤충이 전체 곤충 종류의 80퍼센트나 된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곤충이 멸종 위기인지 확실히 알 수도 없는 것이다. 대략 50만 종으로 추정할 뿐이다.
글리포세이트와 네오니코티노이드는 1980년대에 개발돼 DDT를 포함한 훨씬 독성이 강한 이전 세대의 살충제를 대체했다. 레이첼 카슨은 1962년에 쓴 《침묵의 봄》에서 미국과 유럽의 농경지, 공원, 정원에 살충제가 대량 살포돼, 조류, 무척추동물, 물고기가 끔찍하게 파괴된 것을 묘사했다.
이 제품들은 규제됐지만 토양과 물, 생명체에 남았고 먹이 사슬을 타고 농축됐다. 지금은 거대 제약회사 바이엘이 소유한 농화학기업 몬산토는 자신의 제품이 꿀벌과 나비의 대량 살상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모든 짓을 다했고, 이제는 바이엘이 네오니코티노이드 사용 금지 조처를 막으려 필사적이다.
바이엘, 다우듀폰, 켐차이나 같은 겨우 3개의 농화학기업이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회사도 자사 제품이 자연환경 속에서 다른 독성 물질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 검사하지 않는다. 독성 물질들은 이윤이 높고 이 기업들은 이윤을 지키기 위해 맹렬히 투쟁해 왔다.
진정한 해결책을 찾아서
일부 동식물의 멸종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멸종도 진화의 일부다. 지질학 기록상 5번의 대멸종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종의 손실들은 자본주의의 이윤 추구가 원인이다. 그리고 이는 인류 전체의 생존에도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극단적인 기후 사건들은 생태계를 압도하고 파괴한다. 살아남은 생명체들도 멸종에 취약해진다. 각각의 종의 손실은 생태계를 통해 파문을 일으켜 다른 종들도 차례로 손실을 입을 공산이 커진다.
물론 자본주의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다. 그러나 그 해법은 완전히 무능하다. 자본의 논리, 즉 경쟁과 이윤 추구의 논리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초래한 위기를 자본주의의 이론과 실천을 적용해서 해결할 수는 없다.
단지 개별 종을 구하려는 시도들도 핵심을 놓친다. 생태계 전체를 고려한 조처들 없이는 개별 종을 장기적으로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물 다양성 위기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은 인간 사회와 자연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려면 자연을 원료 저장고 취급하는 자본주의를 끝내야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국가와 자본가는 자진해서 이윤과 권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나서서 우리 세계에 대한 자본주의의 지배력을 부수어야 한다.
그럴 때 새로운 변화 가능성이 열린다. 식량 생산과 자연 이용에 대해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접근하는 사회는 이윤을 위해 경쟁하도록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비로소 우리는 지구와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고 생태학적 이해를 발전시키고 자본주의의 오물들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유일한 집인 지구에서 생명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