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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분유 대란, 어쩌다 벌어진 일 아니다

오하이오주 컬럼버스시에 사는 메리 서머스는 생후 8개월짜리 쌍둥이에게 먹일 분유 한 통이라도 구하려고 매일 2시간씩 마트를 돌아다닌다. “잠이 안 올 지경이에요. 쌍둥이가 셋째와 넷째이니 저도 부모 노릇 꽤 해 본 사람입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적이 없어요. 심지어 팬데믹이 시작되던 때에도 이렇진 않았어요.”

메리와 쌍둥이 아기들은 한 사례일 뿐, 분유 대란은 미국 전역에서 수많은 부모와 아기의 삶을 강타했다. 분유 부족 사태는 대규모로 벌어지고 있고, 실질적으로 해소되기까지는 수개월은 걸릴 것이다. 소매 분석 기관인 데이터셈블리에 따르면 이미 5월 셋째 주부터 신생아용 분유의 약 70퍼센트가 품절됐다.

워싱턴에 있는 한 식료품 마트 분유 판매대 ⓒ출처 John Crowley(플리커)

절박해진 부모들은 아이들을 먹이려고 위험한 시도를 하기도 한다. 무당연유를 이용해 마음대로 재료를 섞기도 하고, 분유 한 통을 더 오래 쓰려고 분유에 타는 물의 양을 늘리기도 한다.

이렇게 분유 재고가 바닥난 것은 미국의 가장 큰 분유 제조사인 애벗이 미시간주 스터지스시에 있는 자사의 최대 공장을 임시 폐쇄했기 때문이다. 이는 얼마 전 이 공장에서 제조된 분유를 먹인 아기 4명이 희귀 박테리아에 감염돼 병원에 입원하면서 취해진 조처다. 네 아기 중 둘은 사망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 조사관은 이 공장에서 느슨한 안전·위생 기준과 박테리아 오염 등 여러 문제를 발견했다. 문제가 이렇게까지 심각해진 것은 애벗, 미드 존슨, 네슬레 세 기업이 분유 판매의 90퍼센트를 차지하는 구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의 근원은 더 깊은 곳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벗이 자사 분유를 리콜하고 미시간 공장을 폐쇄하기 전부터 이미 분유 부족 사태는 어느 정도 벌어지고 있었다. 이것의 기원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부모들이 여분의 분유를 구매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장에서 가게 진열대까지 물건을 출하시키는 데 사용되는 “적시 생산” 시스템은 2020년 봄에 벌어진 사재기 현상에 따른 수요 증가에 대처할 수 없었다. 부모들이 이렇게 쌓아 둔 분유를 사용하는 동안 소매 수요는 줄어들었고, 분유 제조업체들은 생산량을 줄였다.

부모 입장에서는 그 어떤 해결책도 참을 수 없을 만큼 굼뜨다. 애벗은 공장을 다시 가동하겠다고 했지만, 분유 재고 수준이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는 몇 개월이 걸릴 것이다. 정부의 조처도 한참 부족하고 너무 느렸다.

한편 평범한 사람들은 서로를 도우려고 스스로를 조직하고 있다. 부모들이 분유를 서로에게 보내 주고 있고, 분유를 구하러 줄을 선 부모들에게 공짜로 분유를 나눠주는 “분유 나눔”이 지역사회 차원에서 조직되고 있다. 모유 은행들은 전례 없는 수의 여성들이 모유 기증에 관해 문의해 왔다고 밝혔다.

분유 부족 사태는 재난일지는 몰라도, 우연한 사고는 아니다. 인간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재화가 기업주들의 변덕과 탐욕에 내맡겨진 체제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노동계급 여성

불평등은 아기들이 무엇을 먹느냐에 심대한 영향을 준다. 가난한 여성은 출산 후 얼마 안 돼 직장으로 복귀해야 할 가능성이 더 크고, 그래서 분유 수유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또, 체계적인 인종차별 때문에 흑인 여성들은 모유 수유에 필요한 도움을 받기가 더 어렵다. 모유 수유를 우선 순위에 두는 병원에 다닐 수 있는 가능성도 더 낮고, 직장에 복귀한 후 모유 수유를 지속할 여건이 안 될 가능성도 더 높다.

저임금 여성은 미국 농무부가 운영하는 ‘여성·유아·어린이 특별 영양 지원 프로그램(WIC)’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부모들은 분유를 구매할 수 있는 바우처를 받는다. 문제는 이 바우처로는 자신이 사는 주와 계약을 맺은 한 회사(애벗, 네슬레, 미드 존슨 중의 한 곳)의 제품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WIC 프로그램이 지원 대상자를 특정 브랜드의 분유에 매어 두기 때문에 가난한 여성들은 분유 재고 부족 상황에서 그들이 찾는 분유를 구하기가 더 어렵다.

아이다호 폴스 주민인 조셀린은 이렇게 말했다. “찾을 수 있는 곳은 모두 찾아봤어요. 이번 달 초부터 동부 아이다호에 있는 아마 모든 가게를 다 둘러봤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어요.”

“WIC 프로그램으로는 특정 브랜드의 상품만 받게 제한돼 있어요. 그래서 더 어려운 거죠. 정부에서는 유기농 분유 같은 것을 지원해 주지는 않으니까요. 그리고 당연히 지금 진열대에는 유기농 분유밖에 없어요.”

WIC 프로그램은 분유 기업주에게 아주 큰 이득이 된다. 텍사스대 소아과 및 영양학 교수인 스티븐 에이브럼스는 이렇게 말했다. “한 분유 기업이 WIC 프로그램을 통제하면, 그 주의 전체 시장을 통제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대형 마트들은 이 ‘인기 있는’ 분유를 더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하기 때문에 WIC 프로그램 대상자가 아닌 소비자도 이 분유를 사게 된다. “이런 공식이 모든 곳에 적용됩니다. 그래서 기업들이 WIC 프로그램에 아낌없이 퍼주는 거죠. WIC 비대상자야말로 돈이 되는 소비자들이거든요.”

애벗 공장에서 벌어진 구조적 실패

애벗 미시간 공장은 한 내부 고발자의 증언으로 위험한 상태가 폭로된 바 있다. 이 폭로는 아기 2명이 죽기 몇 달 전인 지난 10월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전달됐지만, FDA는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증언에 따르면, 기업주가 7년 동안 방치한 노후 장비로 인해 “분유 제조 파이프의 결함 부위에 있던 박테리아가 파이프를 통해 분유로 들어갔다.” 또, 기업주들은 기록을 조작하고, 노동자들을 제대로 훈련시키지 않았으며, 2019년 FDA 감시관에게서 보건·안전 위험을 은폐했다.

애벗은 2019~2021년 동안 박테리아를 무려 8차례나 감지했다. 이 시기 동안 애벗은 순이익이 94퍼센트 치솟았고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을 25퍼센트 인상했다.

[진보 성향의] 싱크탱크인 그라운드워크 콜라보레이티브의 라킨 마부드는 이렇게 말했다. “애벗은 주주들을 우선시해 생산적 투자를 하지 않고 수십 억 달러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하는 선택을 했다.” 이 거대 기업들은 그들이 초래한 위험과 그들이 시장에 내놓은 상품의 품질에 책임을 져야 한다.”

무려 55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미국 분유 산업은 제조 시설 점검을 늘리는 것에 적극 반대했다. 2014년 세 대형 분유 기업은 분유 제조 과정에 대한 정기적 점검을 늘리자는 FDA의 제안을 로비를 통해 저지|했다.

로비 기관을 통해 이 기업들은 FDA가 박테리아 감염 위험을 과대평가했다고 주장했다. 수많은 아이들이 목숨을 위험하게 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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