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청소·경비 등 비정규직 노동자 집중 집회:
대학들은 적립금이 쌓여 있는데도 임금 억제에 골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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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6월 8일) 서울 13개 대학·빌딩의 청소·경비·주차·시설관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홍익대 서울캠퍼스 본관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이하 서울지부) 소속이다.
이날 집회에서 노동자들은 생활임금 보장(청소 시급 400원, 경비 시급 440원 인상 등), 인원 감축 반대, 샤워실 설치 등을 원청이 책임지고 들어줄 것을 요구했다.
서울지부는 지난 3월 29일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며 집단교섭 투쟁을 시작했다. 4월 6일부터는 연세대 집중 집회를 시작으로 각 사업장에서 선전전과 집회를 열며 투쟁을 이어 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원청인 대학 당국과 용역업체는 시간만 질질 끌며, 이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그동안 원청과 용역업체는 ‘재정이 어렵다’,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했으니 경비 인력을 줄여도 된다’는 등의 말을 지겹도록 반복하며,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정년퇴직자 자리를 제대로 충원하지 않으며 인원을 감축해 왔다.
그러나 원청과 용역업체의 말은 모두 거짓이다. 그런 변명을 하는 대학들의 적립금(2021년 기준으로 홍익대 7135억 원, 이화여대 6310억 원, 연세대 5841억 원, 고려대 2985억 원)은 막대하게 쌓여 있다. 또, 경비 노동자 수가 줄면 그만큼 학생·직원 등의 안전은 위험해지고, 남은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도 높아진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노동강도 강화로 고통받아 왔다. 최근 치솟는 물가로 노동자들의 삶이 더 어려워진 것까지 고려하면 노동자들의 생활임금 보장 요구는 너무나 정당하다.
이날 집회에서도 노동자들의 발언에서 원청과 용역업체의 기만에 대한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홍익대분회장은 집회 전날 교섭에서 용역업체 사용자 측이 보인 태도에 분노했다.
박옥경 서울지부 홍익대분회장은 이렇게 발언했다.
“학교 측(원청)이 우리한테 2주만 시간 주면 사측과 잘 얘기해 보겠다고 해서, 2주 동안 기다려 줬습니다. 그런데 교섭에서 사측이 경비 정년퇴직자 6명 중에 4명을 충원할 테니 건물 2개를 추가로 봐달라고 합니다. 노동자들이 무슨 노예입니까? 회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시절은 지났습니다.
“경비 노동자 시급을 최저임금에 맞춘 410원에서 30원 더 올려서 인상해달라고 하는 건데, 이마저도 못 올린다고 하는 회사는 퇴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섭에서 사측 대표가 저희 앞에서 골프 치러 다녀왔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노동자들은 임금 올리려고 힘들게 투쟁하고 있는데요. 어처구니없는 태도에 너무 실망했습니다.”
고려대, 인덕대, 덕성여대, 연세재단빌딩 등 다른 대학·빌딩에서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발언도 호응이 좋았다.
양미자 서울지부 이대분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원청과 면담을 했는데, 우리 보고 사측과 잘 조정해 보라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뭘 어떻게 합니까? 조정은 학교랑 사측이 해야죠. 사측은 ‘임금 올리면 노조에서는 뭐 내놓으실 겁니까?’ 하고 묻습니다. 우리가 뭘 내놓아야 합니까? 우리는 학교 열심히 청소하고, 안전하게 지키면 되는 거 아닙니까?”
김현옥 서울지부 연세대분회장은 임금 억제에 혈안이 된 연세대 당국을 비판했다.
“왜 해마다 집회를 해야 합니까? 우리가 공짜로 돈 달라는 것도 아니고 정부에서 올린 만큼만 올려 달라고 한 게 잘못입니까? 왜 우리가 일해 놓고 구걸해야 하나요. 연세대에서는 임금을 2년치를 묶어서 교섭하자고 우리를 구슬리는 데 말 같지도 않은 말입니다.”
홍익대 미술대학 학생회장의 연대 발언도 있었다. 필자도 연대하는 발언을 했다.
노동자들은 집회 후에 홍익대 본관 곳곳에 요구가 적힌 손팻말을 부착했다. 노동자들은 계속해서 선전전, 집회 등 투쟁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원청과 용역업체들이 더욱 뻔뻔하게 나오는 데에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영향도 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경제를 살리겠다며 친기업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고, 노동자 투쟁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시도에 맞선 서울지부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