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유가족들이 첫 추모제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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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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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6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주최한 첫 번째 추모제가 서울 이태원 거리에서 열렸다.
희생자들의 피를 상징하는 빨간 목도리를 맨 유가족 300여 명이 대열 맨 앞을 채웠다. 유가족들은 이태원 광장 분향소에서 헌화와 묵념을 하고 이태원역 앞으로 행진해 추모제에 참가했다.
혹독한 한파에도 이날 추모제에 수천 명이 참가했다. 온라인으로도 약 20만 명이 추모제 생중계를 시청했다.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라는 추모제의 메인 슬로건대로 이날 행사 내내 유가족들을 향한 뜨거운 지지와 유대감이 흘러넘쳤다. 참가자들은 유가족들의 애끊는 이야기를 숨죽여 경청하고 희생자들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유가족 발언이 끝날 때마다 여기저기서 “힘내세요!” 하는 외침이 나왔다.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고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모욕하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발언들이 나왔다.
“한국 정부는 왜 가족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막습니까? 숨기는 것도 모자라 막기까지 하십니까?”(오스트리아 교민 희생자 고 김인홍 씨 어머니)
“2022년 10월 29일 토요일 14만 국민의 안전을 방치했던 정부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대한민국 청년들을 잠재적 마약 범죄자로 낙인 찍은 정부를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참사 당일 112 최초 신고자)
“당신들의 아이나 손주들이 그곳에 있었더라도 도와 달라는 6시 34분의 최초 신고를 그렇게 묵살하며 목숨의 무게를 저울질해대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연출했을까요?”(희생자 고 김용건 씨 숙모 고준희 씨)
“소위 ‘민중의 지팡이’라고 하는 경찰의 책임자가 자신의 직분을 다 하지 않고, 그저 대통령께 잘 보이기 위해 아이들이 죽어가든 말든 나 몰라라 하고 방치, 방관할 절박함과 명분이 있었나 봅니다.”(희생자 고 김지현 씨 어머니 김채선 씨)
“악성 댓글의 가해보다는 정부 관계자들의 비상식적인 발언들이 우리 유가족들의 가슴에 칼을 꽂고 있습니다. 명명백백한 진상규명도 되고 있지 않은데, 강력한 처벌이 당연히 이뤄질 수가 없겠죠. 맨 아래부터 맨 위까지 한 줄로 쭉 연결돼 은폐, 조작이 점철된 조직적 범죄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
윤석열 정부의 무책임과 뻔뻔함에 애도는 분노와 섞일 수밖에 없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가 “지금 이 순간 윤석열 대통령은 안국동 송현 광장에서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고 말하자, 곳곳에서 분노 섞인 고성이 터져 나왔다.
“퇴진이 추모다”, “윤석열은 퇴진하라”라고 적힌 팻말을 든 참가자들도 있었다.
저녁 9시경 추모제를 마친 유가족과 시민들은 윤석열에게 전달할 요구 서한을 들고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했다.
그러나 경찰은 경찰 버스를 겹겹이 세워 차벽을 만들고 그도 모자라 수백 명의 병력을 앞세워 행진을 가로막았다. 집회 대응과 대통령실 경비를 우선시하던 49일 전 그 모습 그대로였다.
자녀들이 애타게 부를 때는 코빼기도 안 보이던 경찰들 수백 명이, 절실히 필요한 자리에 없던 경찰 방송차가, 자신들을 질서 위협 세력 취급하며 해산하고 흩어지라고 방송하는 것을 들으며 유가족들은 얼마나 복장이 터졌을까?
유가족을 포함해 여기저기서 참가자들의 울분이 터져나왔다. 결국 유가족 3명이 대표로 서한을 전달한 뒤 행진이 마무리됐다.
한편, 윤석열 퇴진 촛불 주최 단체인 촛불행동은 추모제 직전 시민분향소 근방에서 ‘희생자 추모,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발언자들은 유가족협의회에 지지를 보내며 윤석열 정부를 참사 정권, 패륜 정권이라고 성토했다.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은폐하고, 어렵사리 행동에 나선 유가족마저 핍박함으로써 윤석열 정부는 스스로 존재 자체가 재난임을 드러냈다.
진정한 책임자 규명과 처벌을 이뤄내려면 윤석열 정권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