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기아차 식당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임금·조건을 방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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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 기아차 화성공장 현대그린푸드 소속 식당 노동자 70여 명이 대책 없는 이원화 반대, 강제 전환배치 반대, 임금 삭감 시도 중단을 요구하며 공장 내 한 식당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같은 시각 소하리 공장 식당 노동자들도 대식당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농성을 시작했다.
기아차 사용자 측은 공장 내 식당 운영 업체를 일부 변경했다. 화성 공장에서 7개 식당을 운영하던 현대그린푸드는 5개로 줄어들고, 2군데는 업체 아워홈에 운영을 맡기기로 했다. 정규직 노조 집행부가 식당 업체를 한 군데로 하지 말고 ‘이원화’하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런데 사측은 이 과정에서 일부 식당(소재·PDI 식당)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을 공격했다. 노동자들은 타 식당으로 강제 전환배치되거나 정년퇴직자 자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판이었다. 그리고 잔업·특근이 대폭 축소돼 월 50만 원 이상 임금이 삭감될 수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사측은 새롭게 노조에 가입한 남성 노동자 16명 중 5명을 타 지역으로 강제 발령했다. 동탄, 기흥, 안양, 심지어는 천안에 살고 있는 조합원을 강남 논현동으로 강제 발령하는 야비한 탄압을 자행한 것이다.
노동자들은 소재 식당을 점거해 바리케이드를 쌓고 농성을 시작했다.
농성장에서 진행된 투쟁 결의 집회에서 작업복 차림에 장화를 신은 여성 노동자는 앞치마를 팽개치며 말했다. “내가 이렇게 쫓겨나려고 무릎 꿇고 하수구 청소하고 그랬나! 절대 물러서지 말자.” 모두의 마음을 울렸다.
20대 남성 노동자는 “노조는 처음이다,” “엄마한테 농성한다고 허락받고 왔다,” “승리할 때까지 함께 싸우자”고 말해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올해가 정년인 여성 노동자는 투쟁을 독려했다. “2006년 노조를 처음 만들 때가 생각난다. 이렇게 단결해서 싸우면 승리할 수 있다.”
식당 노동자들은 한평생 차별 받으며 전체 노동자들의 식사를 담당해 왔다. 이렇게 헌신해 온 노동자들에게 고용과 임금은 목숨처럼 소중한 것이다. 식사 품질 개선 역시 식당 노동자들의 안정된 노동조건이 보장될 때 개선될 수 있다.
노동자들은 대책 없는 이원화 반대를 외치며 3개월간 퇴근장 팻말 시위와 천막 농성을 해 왔다. 그리고 11월 25일 소재 식당 점거 농성을 했다.
사측은 점거 농성 12시간 만에 고용과 임금을 보장하는 양보안을 내놓았다. 노동자들이 투쟁해 성과를 낸 것이다. 아쉽게도, 새롭게 가입한 조리사들에 대한 강제 전환배치는 철회시키지 못했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은 것이다.
노동자들은 “정말 오랜만에 투쟁다운 투쟁을 했다”, “앞으로 싸워서 고용과 노조를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강제 전환배치를 철회시키지 못했지만 꼭 승리할 때까지 싸우겠다”며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