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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피노키오〉(기예르모 델 토로, 2022):
반전·반파시즘의 메시지가 담긴 판타지 애니메이션

반전·반파시즘의 메시지를 담은 판타지 영화들을 만들어 온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새 영화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이탈리아 동화 《피노키오》를 재해석한 애니메이션 영화다.

델 토로의 걸작 〈판의 미로〉는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통치하던 스페인이 배경이다. 〈피노키오〉의 배경은 파시스트인 베니토 무솔리니가 통치하는 이탈리아다.

〈피노키오〉 기예르모 델 토로, 2022년, 넷플릭스

1920년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애니메이션이지만, 오늘날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많다.

이탈리아 시골 마을의 목수 제페토는 제1차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사랑하는 아들을 잃는다. 하늘을 울리는 폭격기의 엔진 소리, 모든 것을 파괴하는 폭발과 화염은 오늘의 현실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시리아, 팔레스타인 등등에서 지금도 전쟁과 폭격으로 자식을 잃고 오열하는 제페토들이 많다.

제페토는 울분에 찬 나날을 보내다 피노키오를 만든다. 그러나 파시스트 관료와 보수적 교회는 피노키오를 이단·범죄자·괴물 취급한다. 현재 이탈리아 총리이자 파시스트인 조르자 멜로니가 “수많은 사람들이 마약을 팔고, 조직 범죄에 가담하고, 성매매를 하려” 이탈리아로 이주한다며 이민자들을 악마화하는 것이 떠오른다.

델 토로는 무솔리니 캐릭터를 조롱하며 파시스트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다. 한 파시스트 관료가 피노키오를 가리키며 “저건 누가 조종하는 거냐” 하고 묻자, 피노키오가 해맑고 당차게 “그럼 당신은 누가 조종하는 거냐” 하며 되묻는 장면은 빼놓을 수 없는 통쾌한 장면이다.

무솔리니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조르자 멜로니, 프랑스의 파시스트 정치인 마린 르펜 등 파시스트들은 이 영화를 혐오스러워 할 것이다.

기업주를 풍자하는 캐릭터도 등장한다. 피노키오를 이용해 큰 돈을 벌려고 하는 서커스 단장은 비열한 술수를 부려 피노키오와 고용 계약을 맺는다. “네 몸에 줄이 달려 있는 건 아니지만 너는 나에게 묶여 있다”는 서커스단장의 말은 노동자를 부려먹는 사용자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

피노키오는 거짓말할 때마다 코가 길어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영화에도 피노키오가 거짓말해서 코가 길어지는 장면들이 나온다. 아버지와 친구들을 구하려는 거짓말이었다.

반면 파시스트 관리와 서커스단장은 코가 전혀 길어지지 않지만, 평범한 사람들을 옥죄고 위태롭게 하는 온갖 거짓말을 날숨 내뱉듯 쏟아낸다.

세계 곳곳에서 극우와 파시즘이 성장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화되면서 제국주의적 갈등도 고조되는 지금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영화다. 아름다운 영상미뿐 아니라 그 속에 담겨 있는 반전·반파시즘의 메시지도 근사한 영화 〈피노키오〉를 추천한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