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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내가 김건희 특검 구호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

윤석열 퇴진 집회에 나오는 구호 중 하나는 김건희 특검이다. 법치를 이용해 영부인 김건희에 관한 주가조작, 논문 표절과 관련된 의혹들을 해결하자는 주장이다. 김건희가 수많은 권력형 비리와 관련된 의혹에도 별다른 수사와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분노하나 나는 김건희 특검이라는 구호에 크게 공감하지 않는다.

우선 퇴진운동의 주적은 김건희가 아니고 윤석열이다. 권력자의 영부인이 비리에 연루된 사건은 이전에도 흔히 있었고 이는 퇴진에 있어 하나의 명분은 되더라도 핵심적인 명분이 되지 않는다. 윤석열과 김건희를 동일 선상에서 비판하는 것은 주적을 흐리는 것이다.

특히 특검이라는 방식 자체도 의문이다. 법은 부르주아의 이익 방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에, 사회에 대한 근원적 변화를 모색하는 사람이라면 법으로써의 투쟁보다 거리에서의 투쟁을 중시해야 한다. 특검이 현재 윤석열과 깊게 관련된 검찰 세력에 비해 중립적일 수 있지만 법치의 힘으로 해결하는 특검 요구는 전술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여기서 퇴진 집회 참여자들이 ‘권력자 김건희’가 아닌 인간 김건희, 여성 김건희에 대한 비하적·모욕적 언행도 서슴지 않고 한다. ‘지옥 가라’, ‘죽어라’와 같은 인신공격성 발언도, ‘줄리’, ‘창녀’와 같은 여성 비하성 발언도 나온다. 흔히 친민주당 언론이 주장하는 줄리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나 그것으로 절대 김건희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 여성 비하적이고 성산업 노동자에 대한 비하성 발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를 가지고 단순히 여성혐오 프레이밍이나 무식하다며 퇴진 운동을 비하해서도 안 된다. 모든 대중 집회에서 정치적 올바름을 따지는 것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혁명적 사회주의자라면 이런 표현을 해서는 안 되고 전술적으로 다른 표현을 제안해야 한다. 그러나 대중이 정치적 올바름에 어긋난 표현을 하더라도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아닌 달을 봐야 함을 강조하며 손가락은 비판하고 토론하되, 달을 바라보는 것만큼에는 연대하며 지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