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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 전장연 대표를 즉각 석방하라

“장애인의 정당한 요구를 알리기 위한 투쟁”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3월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체포영장 발부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오늘(3월 17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박경석 대표가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박경석 대표가 2021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 지하철에서 탑승 시위를 벌이며 불법 행위(업무 방해, 기차교통방해, 집시법 위반)를 했다고 주장한다.

박 대표는 앞서 수십 차례 경찰의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에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먼저 설치돼야 한다고 요구하며 응하지 않아 왔다. 법으로 규정한 장애인 편의 시설조차 설치하지 않으면서 장애인들의 정당한 저항을 “엄격한 법 집행” 운운하며 탄압하는 경찰에게 일침을 놓은 것이다.

전장연에 따르면, 경찰의 출석 요구에 따라 휠체어를 이용하는 회원들이 혜화 경찰서에 갔는데 엘리베이터조차 없어 3층 조사실로 올라가지도 못했다고 한다. 이 나라 정부가 얼마나 장애인을 천대하는지 여실히 보여 준다.

경찰이 ‘불법 행위’라고 규정한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는 재작년부터 시작해 장애인들의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탈시설 권리를 위한 예산 증액을 요구해 왔다.

이 나라 장애인 대부분은 빈곤하게 살아간다. 편의시설 미비와 사회적 편견 등으로 노동시장에 참여가 어려운 탓이다. 전체 등록 장애인의 34.6퍼센트만이 고용돼 있다(전체 인구 고용률의 절반). 이들조차도 대부분 저임금에 내몰려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 나라 장애인 복지 예산은 GDP의 0.6퍼센트에 불과해, OECD 평균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전장연).

전장연은 재작년부터 지하철 시위를 통해 이런 현실을 폭로하고 여론을 모으고 정부가 예산을 확보해 장애인 차별을 완화하라고 주장해 왔다. 전장연이 요구했던 예산 증액분은 1조 3000억여 원으로, 이를 다 반영해도 GDP의 1퍼센트 수준이다.

그런데 막상 올해 편성된 예산을 보면, 요구했던 증액분의 고작 0.8퍼센트만이 최종 반영됐다. 장애인들에게 절실한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과 활동지원서비스, 탈시설 사업에는 예산 증액이 한 푼도 없었다. 분통 터지는 일이다.

반면, 정부는 장애인들의 투쟁을 단속하고 탄압하는 데는 거침 없었다. 서울경찰청장 김광호는 취임하자마자 전장연의 시위에 대해 “국민의 발을 묶어서 의사를 관철하게 하는 상황”이라며 “엄격한 법 집행으로 반드시 사법 처리 하겠다” 하고 말했다. 그리고 박 대표를 포함한 전장연 회원들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교통공사는 박경석 대표를 상대로 수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냈고, 지난 1월부터는 아예 지하철을 무정차 통과해 출근길에 장애인들을 태우지 않고 있다.

박경석 대표는 체포 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불법을 저지른 게 아닙니다. 단지 불법적으로 장애인을 지속적으로 차별해 온 사회, 장애인 편의시설조차도 지켜지지 않는 사회에 저항하고 있습니다.

“저희를 불법분자로만 몰지 마시고, 22년을 외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을 봐 주십시오. 대한민국이 얼마나 장애인들에게 지독한 차별을 가해 왔는지 봐 주십시오.”

박경석 대표는 즉각 풀려나야 마땅하다. 또, 박 대표와 전장연 회원들에 대한 어떠한 사법 처리도 있어서는 안 된다. 이 사회에 가장 열악한 처지로 내몰려 있는 장애인들의 정당한 요구에도 눈 감고, 탄압에만 의존하는 서울시와 정부야말로 응징 대상이다.

2023년 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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