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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균(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인터뷰 “FTA는 막을 수 있습니다”

한국이나 미국 정부가 지금 한미FTA를 추진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한미 FTA를 보면서 경계해야 할 견해 중 하나는 한미FTA를 미국 대 한국의 대결로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FTA는 한국 정부가 선택한 것이기도 하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한국 총자본이 경제를 신자유주의적으로 급격하게 조정하겠다는 선택인 것입니다. 물론 진행 상황을 보면 자본 내부의 조율도 아직 다 끝난 것 같지 않지만 말입니다.

미국도 경제적으로는 쌍둥이 적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고 따라서 미국 자본이 쌍둥이 적자에 대한 돌파구로 여러 나라와 FTA 추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정치적 전략으로 중국 포위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전의 한일FTA 등의 논의에서 자본 간 의견 조율이 잘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한일FTA에서 자동차 부분의 엄청난 타격이 예상됐죠. 그래서 한일FTA를 현대가 막았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어쨌든 정성진 교수가 지적하고 있듯이 1987년 이후 한국 경제 발전 모델이 결정되지 못했고, 한미FTA를 통해 새로운 발전 모델을 찾자는 합의가 이뤄진 것이죠.

발전 모델을 찾는 자본의 노력이 한중일 FTA로는 적합하지 않고 잘 정리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차라리 한판에 정리해 버리자고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 같습니다.

이른바 조직화된 한국의 대중운동 특히 노동운동으로 대표되는 사회운동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뭔가 한방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한미FTA를 추진하기로 한 듯합니다.

물론 선점 효과, 즉 미국은 중국 영향력으로 포섭되기 쉬운 한국을 끌어들이려 하고 한국 자본으로서는 미국 시장을 선점하려는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한미FTA가 한국 사회에 미칠 영향들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여러 가지일 텐데, 한일 FTA에서 보듯이 고용 부문, 노동시장 유연성이 FTA 의제였거든요, 이런 노동자 권리 부문이 무역 장벽이 되는 것이죠.

또 하나는 공공서비스 분야인데 이번 한미FTA 사전 협상에서 다뤄진 스크린쿼터, 배기가스, 쇠고기, 약값 등에서 보듯이 대부분 관세나 무역 부문이 아니라 비관세 장벽으로 분류되는 한 나라의 정책적 문제를 건드렸다는 것은 상당한 시사점을 준다고 봅니다. NAFTA에서도 보건의료 분야에는 예외 규정이 있고 미국-호주 FTA에서도 호주가 약값 문제에서는 버텼습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사전 협상에서 건드렸습니다.

앞으로 협상은 이런 공공 부문을 건드릴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한 나라가 자신의 정책을 결정할 수 없게 하는 자주권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한 나라의 공공 부문을 자본의 이해에 맡기는 사유화나 시장의 문제가 더 크겠죠.

각 나라가 문화적 공공성이나 환경을 지키는 정책들 중 자본의 이익을 침해하는 규제 등을 풀어헤치는 것이 될 것이고, 교육에서는 대학의 영리법인화, 의료 부문에서는 건강보험 강제 가입제 등을 해체해 버리고 공공 보험과 민간 보험을 경쟁시키는 형태의 사유화, 시장화가 많이 나타날 것입니다.

예를 들어 FTA에는 새로운 약값 정책을 도입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것은 달리 말하면 한국의 약값 정책이 그만큼 한심하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약값 정책은 미국 다국적 제약회사에만 이득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 제약회사에도 이득이 됩니다. 물론 한국의 제약회사와 미국 제약회사의 갈등도 있지만 상당 부분 이해가 일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것입니다.

자본의 이윤 창출에 걸림돌이 되는 공적 규제의 제거가 이번 FTA의 중심 주제가 될 것입니다.

한미FTA 반대 운동에 대해 한마디 해 주시죠.

한미FTA는 세계 정세 속에서 봐야 합니다. FTA는 미국에게 종속 변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이 이스라엘·요르단·호주, NAFTA 등처럼 자신의 전략적 요충지와 FTA를 맺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점을 과대해석해서 미국의 정책에서 FTA가 1순위라고 생각한다면, 미국이 전 세계에서 다방면에 걸쳐 자신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다면 한미FTA는 흐지부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재 정세에서 미국의 주요 관심사는 중동입니다.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벌일 때, 한국 민중의 저항이 동북아 정세를 해칠 만큼 크다면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최근 아랍에미리트와 미국의 FTA가 결렬됐다는 것은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항만 운영권을 미국이 주지 않으면서 결렬됐는데, 현재 중동이 갖는 중요성에 비춰 볼 때 FTA가 연기됐다는 것은 FTA가 종속 변수임을 보여 주는 것이죠.

즉, FTA는 필연이 아닙니다. FTA는 전략적 선택이었고, 정세가 바뀌면 얼마든지 FTA 추진 전략도 바뀔 수 있습니다. 한미FTA가 동북아 전략에서 미국의 마지막 카드인 것은 아닌 것입니다. 따라서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이를 위해 얼마나 효과적인 연대 전선을 구축하느냐 그리고 무엇보다 민주노총이 얼마나 주도적으로 이 정세를 주도해 나갈 수 있느냐가 향후 한국 사회운동을 좌우할 만한 사안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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