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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스웨덴 쿠란 소각 시위:
인종차별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차별과 억압에 시달리는 서방의 무슬림들에 대한 공격은 표현의 자유가 될 수 없다

최근 몇 달 동안 스웨덴과 덴마크 등지에서 쿠란을 불태우는 극우 시위가 잇달아 벌어졌다.

지난 1월 덴마크 극우 정당 ‘강경노선’의 대표 라스무스 팔루단이 스웨덴과 덴마크의 튀르키예 대사관 앞에서 쿠란을 소각했다. 6월에는 이라크 출신 기독교계 난민이자 극우 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의 당원 살완 모미카가 쿠란 소각 시위를 벌였다. 덴마크의 극우 민족주의 정당인 ‘덴마크애국자’도 7, 8월에 걸쳐 여러 이슬람 국가 대사관 앞에서 쿠란을 불태웠다.

각국 당국은 쿠란 소각 시위를 “표현의 자유”라는 이유로 비호했다.

세계 각지의 무슬림들은 쿠란 소각 시위와 덴마크·스웨덴 당국의 비호에 분노했다. 여러 이슬람권 나라에서 시위가 벌어졌고, 이라크에서는 덴마크 대사관이 점거될 뻔했다. 7월 20일 이라크 바그다드의 시위대는 스웨덴 대사관에 진입해 불을 질렀다.

이라크 정부는 스웨덴 대사를 추방했고, 파키스탄 지배자들은 반서방 거리 시위를 호소했다. 이슬람권 지배자들이 서방 국가에 거주하는 무슬림들과 진정으로 연대하려고 이런 일을 벌인 것은 아니다. 그들은 무슬림인 자국의 서민 등 노동계급을 혹독하게 착취·억압해 왔다. 그들은 이슬람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서방의 이슬람 혐오를 권력 유지에 이용할 뿐이다.

하지만 그들의 의도와는 별개로 서방 대사관들로 시위대의 분노가 모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비롯해 중동과 이슬람 세계에서 수십 년 동안 제국주의적 개입을 자행해 온 서방에 대한 광범한 반감이다.

서방 내 무슬림 인구에 대한 차별과 억압도 반발심을 불러일으킨다.

덴마크와 스웨덴의 기성 정당들은 극우와 파시스트 세력의 반이민·반난민 정서를 수용하며 무슬림 혐오를 조장하는 데에 일조해 왔다.

현 덴마크 정부는 사민당이 이끄는 좌파 연정이지만, 이들도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차별을 부추겨 왔다. 덴마크는 2018년부터 공공장소에서 무슬림 여성의 니캅과 부르카 착용을 금지했다.

기성 정당들의 반이민·반난민 정책과 무슬림 혐오 조장은 극우의 힘을 더 키워 왔다. 극우인 스웨덴민주당은 현재 스웨덴의 제1 야당이다.

8월 17일 스웨덴 정부는 테러 위험 등급을 격상했다. 쿠란 소각 시위에 대한 보복 우려가 커졌다는 것이 이유다. 스웨덴과 덴마크 정부는 국경 통제와 검문 검색도 강화했다. 미국에서 흑인에 대한 경찰 폭력이 상대적으로 심하듯, 히잡 같은 옷차림이나 피부색을 근거로 무슬림에 대한 인종차별이 더 강화될 것이다.

물론, 덴마크와 스웨덴의 지배자들은 현 상황이 격화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지난달 31일 양국 외무장관은 타국 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쿠란 소각 시위를 금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기에는 제국주의적 셈법이 깔려 있다. 나토 회원국인 덴마크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나토 가입 절차를 밟고 있는 스웨덴은, 스웨덴의 가입에 비협조적인 나토 회원국 튀르키예를 비롯한 이슬람권 국가들을 자극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쿠란을 불태우는 덴마크 극우 정치인 라스무스 팔루단 ⓒ출처 Tobias Hellsten / ToHell

표현의 자유?

쿠란 소각 시위를 비호하는 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들먹이고 있다.

그러나 누구의, 무엇을 위한 자유인지 그 맥락이 중요하다.

이 논쟁은 2015년 프랑스의 선정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잡지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둘러싼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샤를리 에브도〉는 무슬림과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를 비하하는 만평을 게재해 무슬림들을 분노케 했지만, 이는 “표현의 자유”라는 프레임으로 옹호됐다.

그러나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은 이미 차별받는 프랑스 무슬림들을 비웃음과 조롱의 대상으로 삼으며 이슬람 혐오를 더 퍼뜨렸다. 이슬람을 혐오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것은 서방의 제국주의 전쟁, 무슬림에 대한 인종차별과 천대를 자유롭게 지속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배자들은 언제나 표현의 자유를 누려 왔다. 그들이 소유한 언론이나 권력을 통해서 말이다.

차별받고 억압받는 사람들에 대한 이런 공격은 노동계급의 분열을 낳고 반목을 키울 뿐이다. 이는 차별과 억압의 근원인 자본주의 체제에 맞설 힘을 약화시킨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 문제는 노동계급의 단결과 이익이라는 견지에서 바라봐야 한다. 서방 세계에서 차별받는 위치에 처한 무슬림들에 대한 공격은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

일각에서는 국가가 이런 시위를 금지하고 혐오 표현을 규제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애초에 국가는 인종차별에 맞서 활용될 수도, 동맹 세력이 될 수도 없다. 서방 국가들 자신이 인종차별을 부추기며 극우·파시스트 세력이 성장할 환경을 만들어 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국가 통제의 강화는 오히려 저항의 목소리를 억누르는 데 활용되기 쉽다.

인종차별과 극우·파시스트의 부상에 맞서는 것은 거리에서, 일터에서, 학교에서 대중운동을 건설하며 노동계급의 단결을 추구하며 이뤄져야 한다.

무슬림들을 겨냥한 “파괴적” 표현의 자유는 인종차별의 다른 표현일 뿐 7월 9일 서울 스웨덴 대사관 앞에서 쿠란 소각 시위에 항의하는 이집트 난민들과 무슬림들 ⓒ오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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