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18/19 국제공동반전행동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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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는 3월 16일 발표한 선제공격 독트린을 재확인하고 이란의 위협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폭군들이 세계 안보에 제기하는 위협들에 대한 (전 세계의) 집단행동을 결집해야 한다.” 그리고 부시는 이라크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을 포함한 대규모 공격을 이라크 중부 사마라에 퍼붓기 시작했다.
진정한 폭군 부시와 전쟁광들에 맞선 (전 세계의)집단행동 3·18/19 국제공동반전행동은 즉각적이고 환상적인 대응이었다. 전 세계 50여 개 나라 3백여 개 도시에서 부시의 이라크 점령과 이란 확전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 시위는 국제 반전 운동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줬다 런던에서는 10만 명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미국은 수백 개 도시에서 시위가 열렸는데, 반전 운동의 전통이 강력한 샌프란시스코 같은 도시에서는 조직자들의 예상을 뛰어넘어 2만 5천 명이 모였다.
그러나 미국 반전 운동이 개전 3주년 시위를 분산한 것은 아쉬웠다. 개전 3주년을 앞두고 실시된 〈뉴스위크〉 여론 조사에서 미국인의 65퍼센트가 전쟁 반대 입장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동원을 집중했다면 부시의 위기를 더 심화시키고, 국제 반전 운동에 더 큰 자신감과 영감을 줬을 것이다.
이라크에서 벌어진 시위는 현재 결과를 전혀 알 길이 없다. 3월 16일 이라크 의회가 개원하고 동시에 사마라에 대한 공격이 대대적으로 시작되면서 바그다드 같은 곳에서는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이런 이라크 국내 상황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이라크에서 국제 반전 운동의 일부로 시위를 계획한 것 자체가 큰 성과다. 3월 18일 런던 시위에는 이라크 현지에서 저항 운동을 이끌고, 시아파와 수니파의 단결을 호소하는 ‘알 사드르 운동’의 대변인이 참가해 연설하기도 했다!
서울 시위
약 2천여 명이 참가한 서울 시위는 꽤 성공적이었다. 후원도 정말 성공적이었다. 1백42개 단체와 4백50여 명의 개인들이 9백만 원 정도의 후원금을 기부했다. 행동으로 표현되지는 않지만 기층의 반전 정서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서울 시위는 역시 청년과 대학생들이 압도 다수를 이뤘다. 물론 반전 운동의 노동계급적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반전 운동의 중요한 버팀목인 청년과 대학생들을 조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 프랑스의 반란도 대학생들과 청년들이 주도하고 있다.
청년과 대학생들과 운동을 함께 건설하고 그들의 일부를 혁명적 정치로 이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날 시위는 현재 한국 반전 운동의 약점도 보여 주었다.
반전 운동 내의 쟁점 분산 ― ‘다함께’를 제외한 주요 세력들은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를 더 핵심적인 의제로 설정하고 있다 ― 때문에 이라크 점령 문제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그래서 주요 좌파들과 시민단체들은 3·19 서울 시위 건설에 열의를 보이지 않았고 동원에도 소극적이었다.
이라크 전쟁이 벌어지기 직전에도 한국의 대다수 좌파와 시민단체들은 이 쟁점을 소홀히 여겼었다.
그러나 ‘다함께’ 지지자들은 제국주의 체제에 대한 명료한 분석과 주장, 적극적인 선동과 운동 건설을 통해 한국의 대중적 반전 운동의 초석을 다지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었다. 여전히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이 세계 제국주의 ‘사슬의 약한 고리’임은 변함없다. 우리의 그간의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 이 노력은 2003년 그랬던 것처럼 어느 순간에 대중 운동의 초점이 될 수 있다.
몇 가지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3·19 행동은 성공적이었다. 부시가 이란을 다른 먹잇감으로 노리고 있는 지금 반제국주의적이고 국제주의적인 ‘다함께’ 지지자들의 노력은 앞으로도 중요하다. 공동전선과 명료한 주장은 이 과정에서 필수적이다.
부산 3·19 행동 취소의 아쉬움
한편, 부산은 부산민중연대 주최의 시위가 3월 18일 개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당황스럽게도 부산민중연대는 시위 두 시간 전에 날씨를 이유로 시위를 취소했다. 집회가 불가능할 정도로 비가 많이 내린 것도 아니고, 이런 일은 한국 운동 전통에는 없던 일이다.
아마도 동원에 자신감이 없어서 다른 이유를 대며 집회를 취소한 듯하다. 민주노동당 부산시당은 당일 4시에 진행될 부산시장 후보 선출 대회에 집중하느라 시위 조직에 거의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의 반전 정당 성격을 부각시키는 것은 열우당과 한나라당에 환멸을 느끼는 지지자들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일 텐데 말이다.
부산지역 ‘다함께’ 지지자들은 마지막까지 함께할 것을 설득했지만, 결국 자신들이 동원한 학생들과 일부 민주노동당원들과 함께 개전 3주년 규탄 홍보전을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