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반란의 진정한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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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청년 반란을 두고 주류 언론들의 ‘제 논에 물대기’ 식 해석이 많다.
“프랑스의 청년 실업률이 높은 것은 … 이미 취업한 철밥통들이 신규 채용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고,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 문제를 놓고 몇 년째 씨름하고 있는 우리도 프랑스의 때늦은 진통을 눈여겨봐야 한다”(〈조선일보〉 3월 21일치 사설)는 것이다.
이것은 터무니없는 궤변이다. 먼저, 프랑스의 단기고용계약자(비정규직) 비율은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 2005년 현재 프랑스 전체 노동자 가운데 단기고용계약자의 비율이 14.2퍼센트인데, 유럽연합 15개국의 평균이 14퍼센트다(출처: 유럽통계청).
16∼24세 청년들의 단기고용계약 비율은 무려 53.5퍼센트로 유럽연합 평균인 40.3퍼센트에 비해 훨씬 높다. 이것은 20여 년 전의 25퍼센트 수준에서 갑절 이상 증가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에 실업률은 줄어들지 않았다. 1997년 IMF 위기 이후 파견근로와 계약직 등 비정규직이 급증했지만 실업률은 낮아지지 않고 있는 한국과 꼭 마찬가지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선임연구원은 “고용 유연화가 순고용을 창출한다는 경험적 증가가 많지 않다”고 말한다. 일찍이 ‘급진적’ 고용 유연화를 추진한 스페인도 비정규직만 엄청 늘어나고 실업률은 결국 줄지 않았다.
한국의 기업주들과 마찬가지로 프랑스 기업주들이 원하는 것은 “계약 기간이 2년이 되기 바로 직전에 노동자를 해고하고 다른 청년 노동자를 동법[CPE]에 따라 신규고용하는 것”(이상헌)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정규직 확대를 통해 결국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 조건을 공격하는 것이다.
한국의 노동자들이 프랑스 반란에서 정말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따로 있다. 그것은 정부와 사용자들의 공격에 맞서는 광범하고 단호한 대중 투쟁이다.
그것만이 “몇 년째 씨름하고 있는” 비정규직 개악 법안을 끝장내고 투쟁을 전진시키기 위한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