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운동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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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계 미국인들이 동원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이민자 권리 운동은 ‘치카노(멕시코계 미국인) 파워’ 운동을 연상시킨다. 치카노 파워 운동은 1960년대 말 캘리포니아 주와 미국 남서부 지역 멕시코계 청년들 사이에서 분출한 급진적 운동이었다.
실제로, 3월 26일 LA에서 학교를 뛰쳐나가 거리 시위를 벌인 라틴계 학생들의 투쟁은 1968년 LA 동부에서 인종 차별에 항의해 동맹 휴업을 벌인 학생들의 투쟁과 비슷하다.
그래서 미국의 많은 이민자 권리 운동 활동가들은 요즘 자신들의 투쟁이 새로운 공민권 운동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민자 사이에서 노동계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보다 훨씬 커졌기 때문에 조직 노동자 운동과의 결합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고 할 수 있다.
‘퓨 히스패닉 센터’의 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전체 농업 노동자의 24퍼센트, 환경미화원이나 청소부의 17퍼센트, 건설노동자의 14퍼센트, 요리사의 12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3월 10일의 시카고 시위는 “총파업” 호소와 함께 진행됐고, 그래서 그 날이 평일이었음에도 출근하지 않고 시위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매우 많았다.
이민법안의 특정 쟁점들을 둘러싸고 대규모 노조들 사이에 이견이 있었지만, 전에는 이주노동자들을 실업 증대의 한 요인으로 여겨 배척하기까지 했던 노조들이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지지하는 쪽으로 이동해 온 것은 중요한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에 AFL-CIO는 그 동안의 태도를 바꿔 마침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사면과 노조 가입 권리를 지지했다. 2003년에 노조의 지지를 받은 ‘이주노동자 프리덤 라이드’[프리덤 라이드는 1960년대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미국 남부 지방의 버스 또는 기차 여행] 운동에는 미국 전역에서 수만 명이 참가했다.
물론 과거의 사회운동들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이민자 권리 운동도 온갖 우여곡절을 겪을 것이다. 예컨대, 지금 이민자 권리 운동 안에서는 완전한 사면 요구를 둘러싸고 견해가 갈리고 있다.
기성 정치권 전체가 이주 규제 강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민자 권리 운동이 이주노동자들의 완전 사면이라는 독자적 요구를 내놓고 대중 동원을 계속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미 심각한 억압과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 아랍계 무슬림 이주노동자들을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잠재적으로, 새로운 이민자 권리 운동은 공화당의 거듭된 공세와 민주당의 무능한 대응 때문에 지지부진한 미국의 정치에 파열구를 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