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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경쟁, 폭력

포악한 자본주의 경쟁 체제는 전 세계에 경악할 수준의 무력 충돌과 고통을 가져다주고 있다. 이사벨 링로즈는 오늘날 제국주의가 단순히 강대국의 약소국 지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말한다. [ ] 안의 내용은 편집부가 넣은 것이다.

가자 지역에서 인종학살을 자행하는 이스라엘군 ⓒ출처 IDF

잔인하고 폭력적이며 치명적인 것.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들 공격을 관장하는 체제를 요약한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참상을 낳는 구조적 문제를 설명할 때 타당하게도 제국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제국주의라는 말은 다양한 의미로 사용된다.

한 가지 흔한 용법은 힘이 더 센 국가들이 약한 국가들을 괴롭히고 억압하는 과정을 뜻한다.

또 다른 용법은 강대국들이 약소국들의 원자재와 기타 자원을 뜯어내거나 통제하려는 방식을 가리킨다.

이 두 가지 모두 제국주의의 특징이다.

하지만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 제국주의는 제1차세계대전 발발 이전 시기에 자본주의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특정 단계를 의미하며, 그런 변화는 당시 역사상 가장 끔찍한 유혈 사태를 초래했다.

제국주의는 경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경쟁은 자본주의 국가들이 경제적, 때로는 군사적으로 우위를 차지하려고 쟁투를 벌이는 방식이다.

러시아 혁명가 블라디미르 레닌은 1916년에 소책자 《제국주의 —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를 집필했다. 그 책에서 전쟁의 경제적 기초와 자본주의 국가 간 세계적 갈등 체제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려고 했다.

레닌은 “제국주의는 세계의 분할”과 “한 줌의 매우 부유한 국가들을 위한 높은 독점 이윤”을 의미한다고 썼다.

자본가들과 국가들이 서로 협력해 평화 지지 세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사람들과 달리, 레닌은 경쟁하는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힘의 균형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한 국가나 몇몇 국가들의 경제적 위상이 변하면 새로운 유혈 투쟁이 터져 나오기 마련이고, 세계 시장을 평화적으로 분할한 모든 합의를 파괴해 버린다.

경쟁

자본주의 초기에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기업들이 주로 국내 시장 내에서 서로 경쟁한다.

하지만 경쟁 과정에서 일부 기업이 경쟁 기업들을 무너뜨린다. 승자는 더 크고, 더 강력하며, 국제적으로 확장할 준비가 된 기업으로 성장한다.

이들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 진출하면서 원활한 이윤 창출을 위해 자국 국가에 지원을 요구하게 된다.

무역 장벽을 무너뜨리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 통치자들을 제거하고자 때로는 무력 사용도 원한다.

외국 해안에 포를 쏘는 군함이 영국 제국의 핵심 상징이 된 것도 바로 이런 방식 때문이었다.

제국주의는 경제적 경쟁과 지정학적 경쟁이 융합된 것이다. 그리고 국가들이 이처럼 전쟁을 일으키는 경향은 역으로 경제적 시스템들에 영향을 끼쳤다.

제1차세계대전이 일어나기 50년 전만 해도 영국은 지배적인 산업 강국이었다. 하지만 전쟁을 앞두고 독일이 제2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독일과 다른 국가들은 군사적·경제적으로 영국에 도전했다.

19세기 말 베를린 회담에서처럼 모든 열강이 자기들 사이에서 아프리카를 분할하는 문제에서 동의하는 경우가 몇몇 있기도 했다.(물론 그런 결정에 아프리카인들은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분배할 전리품이 모두 소진되자, 오직 다른 국가로부터 영토를 빼앗아야만 새로운 확장이 가능했다.

어떤 국가도 지배와 통제의 영역을 “동결”하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그 대신 각국의 경제적 축적 과정은 그들을 세계대전으로 이끌었다.

1918년 영국과 그 동맹국들은 전쟁에서 승리한 덕분에 한동안 다른 국가들의 부상을 늦출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유럽 열강의 부상이나, 특히 미국의 부상을 무한정 막을 수는 없었다.

러시아의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가 썼듯이 “전쟁 기간 동안 미국이 막대한 경제적 우위를 점하게 됐고 그 진면목이 드러났다.

“미국이 해외 변두리 처지에서 벗어나 부상한 결과 영국은 갑자기 2위로 밀려났다.”

이처럼 정치 구조, 경제력, 국제적 지배력 간의 불일치는 제2차세계대전의 발단이 됐다. 그리고 이 전쟁으로 미국과 미국의 제국주의적 경쟁자 소련의 부상이 강화됐다.

1939년까지도 미국은 군사력 순위에서 19위에 머물렀고 포르투갈보다도 하위였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1941년 말 참전 전까지 미국은 군대를 8배나 늘려 병력이 150만 명에 이르렀다.

변화

제국주의에는 변함없는 특징이 있지만 매우 중요한 점에서 크거나 작게 변화한다. “다극화”라고 불린 어느 한 국면에는 6개 이상의 제국주의 열강이 승부를 겨루는 형태를 취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에는 거대한 두 진영이 서로 대립했다.

미국은 경제적 압박이나 무력을 사용해 다른 국가들이 자신의 뜻에 따르도록 강요했다. 선거 결과를 조작하고, 위협이 될 만한 지도자를 제거했으며, 지배권을 다지기 위해 군대를 파견했다.

예를 들어, 이란의 무함마드 모사데크 정부가 석유 산업을 국유화하자 1953년 미국은 모사데크 정부를 전복시켰다.

미국은 베트남에서 수년간 전쟁을 벌여 베트남인 150만 명을 살해했으며 베트남 이웃 나라인 캄보디아에서 수십만 명을 살해했다.

한편 소련은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하고 자신의 우방국들이 노동자들의 반란을 진압하는 것을 지원했다.

소련의 국가자본주의와 미국의 자본주의는 각각 상대방보다 더 많은 산업 생산물을 생산하고 더 큰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보하도록 추동했다.

두 진영 간의 냉전은 때때로 핵무기를 앞세운 열전으로 번질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모든 곳에서 노동자와 빈민층이 피해를 입었다.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이 속하는 정치적 전통에서 “워싱턴도 모스크바도 아닌 국제사회주의”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냉전 종식

냉전이 끝나고 미국이 지배적인 초강대국이 됐지만 이는 일부 신자유주의 지지자들이 예측한 “역사의 종말”과는 거리가 멀었다.

국가들의 경제력 변화는 계속됐다.

1980년 소련은 전 세계 제조업 생산량의 14.8퍼센트를 생산했는데, 이는 미국의 점유율 31.5퍼센트의 절반가량에 불과했다.

30년 후 러시아의 세계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3.2퍼센트에 불과했고, 미국의 점유율은 22퍼센트로 떨어졌다.

일본, 중국 등의 부상으로 미국의 경제적 우위가 압박을 받자 미국은 이를 만회하려고 군사비를 대폭 늘렸다.

그러나 제국주의가 부딪힌 또 다른 문제는 제국주의의 희생자들이 저항하지 않고 자신들의 운명을 받아들인 적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사람들은 영국·프랑스·스페인 제국에 대항해 일어섰고, 심지어 제국주의자들의 무력이 압도적으로 우세했을 때도 저항을 벌였다.

그리고 저항 세력들은 결국 제국들을 패퇴시키거나 제국들이 철수를 선택하도록 할 만큼의 두려움을 안겨 승리했다.

베트남에서 앞서 프랑스가 패배했듯이 미국은 패배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살해하고 한 사회 전체를 파괴시키고도 미국은 이라크에서, 그 뒤 아프가니스탄에서도 패배했다.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하려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굴욕적으로 철수시켰다.

오늘날 경쟁하는 두 제국주의 강대국,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대리전을 벌이며 다시 싸우고 있다.

러시아는 여전히 자신이 세계 무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분투하고 있다.

미국 또한 나토 군사 동맹을 통해 동맹국들을 결집해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는 무기를 쏟아붓고 있다.

시스템

전쟁 없는 세상을 쟁취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어느 한 제국주의 국가를 지지하는 것으로는 이룰 수 없다. 전쟁과 경쟁을 낳는 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할 때에 그럴 수 있다.

이는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민족과 억압받는 사람들에 연대하고 그들을 지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제국주의 강대국을 해외에서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약화시킬 수 있으며, 혁명적 운동을 위한 공간을 더 넓힐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해방 운동을 지지하고, 제국주의에 맞서는 투쟁을 자국 지배자들에 맞선 투쟁으로 전개시켜야 한다.

영국은 과거와 같은 초강대국은 아니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을 살해하는 문제에서든 우크라이나에 군대와 돈을 지원하는 데에서든 미국을 지지하고 있다. [한국의 지배자들도 본질에서는 다르지 않다.]

이곳 영국의 지배계급에 타격을 입히는 것은 전 세계 제국주의자들에 대한 타격이 될 수 있으며 반란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한국 지배계급의 제국주의 지원 노력에 타격을 입히는 것도 국제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제1차세계대전은 러시아에 이어 독일에서 일어난 혁명으로 끝났다.

러시아와 독일의 혁명은 전 세계 곳곳에서 반식민주의와 반제국주의 운동을 고무했다.

팔레스타인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것은 제국주의에 한 방 타격을 가하려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그 후원자들을 무너뜨리려 하기 때문이다.

그 투쟁은 중동에서, 그리고 국제적으로 더 광범한 봉기를 촉발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제국주의를 없애려면 전투를 더 확대할 필요도 있다. 애초에 전쟁과 경쟁을 낳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겨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