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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으로 프랑스 학생들처럼 싸워야 한다

등록금 투쟁

실질적으로 프랑스 학생들처럼 싸워야 한다

3월 22일 연세대 학생총회가 성사되면서 탄력을 받은 등록금 투쟁은 3월 말 10여 개의 대학에서 학생총회가 성사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화여대·중앙대·전남대·부산대·경상대·한국해양대 등에서 각 대학마다 적게는 1천5백 명에서 많게는 4천 명이 넘는 학생들이 학생총회에 참가했다.

현재 신촌 지역 대학들과 부산 지역 대학들이 투쟁의 초점이 되고 있는 듯하다. 연세대는 3월 22일 2천2백여 명이 모인 가운데 학생총회가 성사됐고, 3월 29일에는 본관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이화여대는 1천5백여 명이 모여 13년 만에 총회가 성사됐다.

부산 지역 주요 대학들은 학생총회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대 4천1백여 명, 경상대 2천1백여 명, 동아대 1천6백여 명, 한국해양대 2천6백여 명이 참가하는 학생총회가 열렸다. 특히 한국해양대는 전교생의 40퍼센트 이상이 참가한 가운데 개교 60년 만에 처음으로 총회가 성사됐고, 총회 직후 곧바로 대학본부 점거 농성에 돌입하는 투지를 보여 줬다.

학생총회가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대학에서 수백 명이 참가하는 투쟁들이 있었다. 또한 경희대 같은 곳에서는 우파 총학생회와 학교가 합의한 등록금 인상안을 학생들이 총투표로 부결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학생들 사이에서 등록금 인상에 대한 불만이 얼마나 광범한지 잘 드러내 주고 있다. 이와 같은 높은 불만은 대학생들 간의 연대 투쟁에도 반영됐다.

지난 3월 30일에는 전국적으로 6천여 명(서울 3천여 명)의 대학생들이 참가한 가운데, 등록금 인상 반대 공동행동(일명 ‘대학생총회’)이 있었다. 지난 몇 년간 대학 간 공동행동이 수백 명 수준을 넘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이 날 공동행동 규모는 꽤 컸다고 볼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집회 대열이 계속해서 불어나자 공동행동에 참가한 학생들도 자신감을 얻었다.

이 날 행사는 최근 투쟁의 분위기가 프랑스 대학생들의 거대한 투쟁에 자극을 받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 줬다. 3월 30일 공동행동 연단에서 발언자들 중 상당수가 프랑스 학생들처럼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종철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와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거대한 대중적 결집, 등록금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를 결합시킨 ‘노학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금 프랑스 학생들의 최초고용계약법 반대 투쟁은 거리시위·점거농성·동맹휴업 등이 결합돼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프랑스 학생들처럼 싸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우리도 실질적으로 그들처럼 싸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학 학생총회와 3·30 공동행동은 투쟁의 끝이 아니라, 더 큰 투쟁을 건설하는 디딤돌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앞으로 두 가지 차원의 투쟁이 결합돼야 한다.

먼저 각 대학에서는 점거농성·동맹휴업 등 대학 당국을 위협하면서도 투쟁의 초점이 될 수 있는 행동들을 조직해야 한다. 2000년 등록금 투쟁도 점거농성이 대중적으로 확대되면서 초점이 형성됐다. 이러한 행동이 뒷받침돼야 대학 간 공동행동도 더 큰 규모로 건설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도심 거리 시위를 더 큰 규모로 확대해야 한다. 교육부의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에 제대로 도전하려면, 현재 교대위가 계획하고 있는 소수 지도부의 농성이나 문화제 보다는 노수석 열사가 참가했던 1996년 등록금 투쟁처럼 수만 명 규모의 거리 시위를 조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학 학생총회가 보여 준 아쉬움

3월 말 등록금 투쟁에 아쉬운 점도 있었다. 많은 대학에서 학생총회가 성사됐지만, 후속 행동들이 뒷받침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4천여 명의 학생들이 모인 부산대 학생총회나 1천5백여 명이 모인 이화여대 학생총회 등은 총회가 끝난 후 후속 행동 없이 그냥 해산했다.

일부 대학들은 총회 직후, 본관 항의 방문을 조직하긴 했으나, 이를 실질적인 점거로 발전시킨 곳은 몇 안 된다. 그조차 대부분 상징적인 하루 점거 정도로 그쳐, 학사행정을 마비시켜 대학 당국을 위협한다는 애초의 취지를 무색케했다.

가령 등록금 투쟁의 초점으로 떠올랐던 연세대의 경우, 학생총회로 모인 학생들의 불만을 효과적으로 조직하지 못해 큰 아쉬움을 남겼다.

연세대는 3월 22일 학생총회 직후 수백 명이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총학생회는 대학 당국에게 일주일의 시간을 주겠다며 하루 만에 점거를 철회했다. 일주일 후 총학생회는 다시 무기한 점거에 돌입했지만, 대학 당국은 점거농성에 대비해 대체 업무 준비를 해놓고 있었다. 점거농성 학생들의 규모도 수십 명 수준으로 줄어들어, 실질적인 점거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학생총회를 계획하는 총학생회는 학생총회를 통해 학생들을 광범하게 모아놓고도, 그 동력으로 대학 당국을 실질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행동을 연결시키지 않는 문제가 있다. 그럴 경우 학생총회를 계기로 투쟁이 더욱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예년처럼 학생총회 이후 투쟁이 오히려 흐지부지되는 상황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노학연대를 건설해야 한다

프랑스 학생들의 투쟁은 노동자·학생들의 연대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실천에서 잘 보여 준다. 특히 학생들의 투쟁이 노동자들의 파업을 자극하면서, 투쟁은 3백만 명이 참가하는 대중 파업과 거리 시위로 확대됐다.

한국에서도 4월 비정규직 개악안 저지 노동자 투쟁이 예고돼 있다. 이 투쟁이 학생들의 등록금 투쟁과 결합된다면 커다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등록금 문제는 단지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등록금 인상은 노동계급 생활 수준에 대한 공격을 의미한다. 비정규직 문제 또한 학생들의 미래와 관련된 문제다. 따라서 노동 운동과 학생 운동 모두 두 쟁점을 결합시킨다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특히 학생 활동가들은 등록금 투쟁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비정규직 개악안에 맞선 투쟁에도 참가할 것을 호소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노동자 투쟁에 참가하면서, 노동 운동이 등록금 문제를 자신의 요구로 삼을 수 있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

물론 최상의 설득은 연대를 몸소 실천하는 것이다. 가령 민주노총 파업에 맞춰, 학생들도 등록금 동결과 비정규직 개악안 반대를 내걸고 점거농성이나 동맹 파업(동맹 휴업)을 조직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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