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저지 범국민대회에서 느낀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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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5일 열린 ‘한미FTA 저지 제1차 범국민대회’는 대규모 집회를 통해 한미FTA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천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었다. 이 날 집회에는 노동자·농민·학생 등 1만 5천여 명이 모였다.
하지만, 이런 커다란 의의가 있는 집회 치고는 한미FTA에 왜 반대하는가 하는 목소리가 풍성하지 못했다. 주장하는 것은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문화공연은 좋이 30분이 넘었는데, 각계 대표자들의 연설은 “1분”씩만 허용됐다. “1분 연설”이 끝난 뒤 또다시 문화공연이 이어졌다.
문화공연이 집회의 사기를 돋운다면 좋은 일이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문화공연이 토론과 주장을 대체할 수는 없다. 운동의 지도자들은 종종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고 한다. 이날 집회에서도 그랬다. 이 말이 진실인 상황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특히 운동의 대의를 널리 알려야 하는 운동의 시작 단계에서 이런 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 말은 운동의 방향을 둘러싸고 다양한 견해(즉, 지도부와 다른 견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고, 따라서 운동 내의 다양한 견해가 토론될 기회를 박탈한다.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는 진단과는 달리, 이날 집회에서 쏟아진 구호 가운데는 토론의 여지가 있는 것이 숱했다. “구국” 투쟁을 벌이자는 얘기도 그렇고, 한미FTA를 “한미매국협정”이라고 규정한 민주노동당의 몸벽보도 그랬다. “미국놈들 몰아내자”는 구호는 시위대를 관심있게 지켜본 종로 거리 젊은이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런 구호들은 한미FTA가 한국과 미국의 국익을 둘러싼 협정이므로 우리가 한국의 국익 편에 서야 한다고 암시한다. 하지만 이윤 지상주의 확대를 위한 외부 “충격 요법”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은 바로 한국 자본이다. 집회는 서로 다른 주장들이 토론되는 장이어야 한다. 주장하는 것이 환영받지 못하는 집회는 참가자들을 수동적으로 만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