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당국은 교권주의적 징계를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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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9일에 고려대 당국은 “학생들이 반성하지 않는다”며 4월 5일 본관 항의 농성 주도 학생 7명을 출교시키고 나머지 12명에게는 유기정학·견책 등의 징계를 내렸다.
출교는 퇴학보다 심한 최고 수위의 처벌로, 입학 사실 자체를 없애고 재입학도 불가능하게 하는 조치다. 한 마디로, 학생에게는 일종의 사형 선고와 다름 없다.
그러나 4월 5일 사태는 고려대 당국이 학생들의 권리는 무시하면서 대학 통합을 추진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2005년 10월 고려대 당국은 ‘보건대 승격 통합’이라며 보건대생들의 권리가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 학기가 시작됐을 때 고려대와 연결된 셔틀버스도 없고 교양 수업이 대부분 없어지는 등 고려대 당국은 보건대생들의 기본적 수업권조차 보장하지 않았다. 논의를 위해 찾아간 학생들에게 “너는 내 관할이 아니다” 하면서 모욕을 주고 대화 자체를 거부했다.
이런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며 학교에 요구서 한 장 전달하려고 찾아온 학생들을 면전에서 거부하면서 보직 교수들이 학생들과 대치한 것이 4월 5일 본관 항의 농성 사건의 진실이다.
결국 4월 27일에 보건대를 방문한 고려대 당국은 셔틀버스, 재수강 문제, 보건대 건물 리모델링 등을 약속했다. 이전까지 모르쇠로 일관하던 학교 당국이 양보한 것은 학생들이 굴복하지 않고 싸웠기 때문에 얻은 성과이다.
또한 학교의 양보는 4월 5일 학생들의 요구가 정당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대화조차 거부한 학교 당국에게 오히려 책임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런데도 학교 당국은 징계를 철회할 뜻이 없다고 거듭 확인했다.
징계 철회와 총장 면담을 요구하며 고려대 본관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농성 8일 만에 학교 당국이 보인 첫 반응은 “해당 설치물을 즉시 철거”하라는 협박이었다.
삼성 이건희에게 철학박사 학위를 준 고려대 총장 어윤대는 학생들을 출교시키고, 교수·강사를 사찰하고, 학교에 붙일 대자보까지 검열하는 삼성의 성균관대를 뒤따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