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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에 투표하라

이번 지방선거에서 열우당은 십중팔구 참패하고야 말 것이다. 그 당은 어떻게든 패배를 모면하기 위해 갖은 쇼를 다하고 있다. ‘운동권 새댁’이라는 한명숙을 총리로 임명하고, 강금실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웠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보고 있다시피 그 효과는 거의 제로다.

한나라당이 공천 비리와 성추행 사건 등 악재를 거듭하고 있는데도 열우당의 지지율이 정체이거나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것은 일시적이 아니라 고착되고 있는 지표이다.

상당수 사람들은 ‘여당이 무조건 싫다’고 한다. 한나라당이 온갖 부패 추문에도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총선에서 열우당을 지지했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그 당에 등을 돌렸다. 한국갤럽 여론 조사에 따르면, 총선 때 열우당 후보에게 표를 던진 서울시 유권자 중 강금실을 지지하는 사람은 고작 38.9퍼센트다. 강금실은 열우당의 후보가 되자마자 비극적 희극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열우당은 한나라당에 대한 대중의 두려움과 반감에 기대고 있다. 그러나 열우당의 반한나라당 슬로건은 노동자를 기만하는 것이다. 지난 대선 패배와 탄핵 반대 운동으로 그로기 상태가 된 한나라당을 소생시킨 것은 다름 아닌 열우당이었다.

그러므로 열우당의 반한나라당 슬로건은 노동자 대중이 투쟁과 삶의 경험을 통해 애써 가꾼 진보적 각성의 열매를 가로채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나라당이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열우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높다는 것일 뿐, 한나라당의 절대 지지도가 상승한 것은 아니다. 열우당의 실패로부터 반사이익 챙기기, 이것이 한나라당이 살아가는 법이다.

오죽하면 〈조선일보〉의 김대중이 한나라당을 두고 “더 이상 국민이 기대하는 야당이 아니며 그런 요구를 수임할 능력이나 자질이 없다”고 했을까.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4월 중순에 9.4퍼센트였던 무응답층이 5월 초에는 오히려 18.5퍼센트로 늘어났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역대 지방선거 중 투표율이 가장 저조할 것 같다. 그럼에도 민주노동당이 이들 샴 쌍둥이와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대안을 제시한다면 상당한 성공을 거둘 가능성도 있다.

그러려면, 민주노동당은 무엇보다 열우당의 교활한 의회 술책에 말려서는 안 된다. ‘개혁적’ 언사를 사용해 반개혁적·반노동자적 본질을 은폐하고 정치적으로 후진적인 대중을 속이려는 열우당의 책략을 가차없이 폭로해야 한다.

이렇게 봤을 때, 5월 2일에 열우당이 6개 법안을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통과시킬 때 민주노동당 의원단이 이를 도운 일은 민주노동당 선거 도전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법안들, 특히 주민소환제가 ‘진보적’이었을지라도 당시 맥락에서 그것이 판단의 핵심 고려 사항이 돼서는 안 됐다. 왜냐하면 선거 패배를 모면하기 위해 왼쪽 깜빡이를 켜 지지층을 결속시키려는 열우당의 책략이 그 개혁입법의 맥락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 법안들이 ‘날치기’ 통과라는 인상을 줘 가면서까지 반드시 그 날 통과시켜야 할 만큼 급박한 것들도 아니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의 눈에 두 당(열우당과 민주노동당)은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비칠 뿐이다. 이런 식의 의회 전술은 그렇잖아도 강하게 압력받는 양당 구도 속으로 민주노동당을 밀어넣을 수 있다.

지금 김종철 서울시장 후보도 양당 구도 압력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언론이 악의적으로 김종철 후보를 군소 후보로 제쳐 버리고, 민주노동당의 서울 지지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낮고, 열우·한나라당이 모두 개혁적 이미지(단지 이미지일 뿐이지만)를 지닌 후보를 내세웠다는 점이 김종철 후보의 선거 도전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객관적 조건들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이번 선거는 매우 민감하고 전국적 초점을 이루는 투쟁들을 배경으로 치러진다 ― 평택 미군기지 확장, 한미FTA, 비정규직 등.

이 쟁점들은 예외 없이 우리 사회를 첨예하게 가르고 있다. 그리고 열우당과 한나라당은 이 쟁점들에서 근본으로 다르지 않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따라서 김종철 후보가 TV 토론 등을 활용해 정부와 열우당의 기만을 날카롭게 폭로하고 대중에게 투쟁을 호소한다면, 운동의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매우 효과적인 선거 운동이 될 것이다.

이 과정은 한나라당을 비판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노동자와 피억압 민중의 운동과 투쟁을 증오하고 두려워하며 결정적 순간에는 한나라당에 달라붙는 열우당의 동요와 우유부단함을 대중에게 한껏 드러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김종철 후보는 TV 토론에서 KTX 여승무원 농성, 평택 미군기지 반대 운동 등의 당면 현안에 대해 수세적인 태도를 보였다. 선거운동 초기에 그는 “노학연대 투쟁을 선동하겠다”고 했는데, 이와도 모순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도 김종철 후보가 이른바 포지티브 선거, ‘정책’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부르주아적 명망성의 압력을 계속 수용한다면, 유력한 도전자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기보다는 자칫 양당 구도에 의해 잊혀진 도전자가 될 위험성이 있다.

물론 사회의 진보적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은 마땅히 5월 31일 김종철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