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올해 전망 제시하지 못한 중국 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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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3월 11일 폐막했다.
지난해 양회는 시진핑의 3기 집권을 경축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올해 양회는 시진핑 앞에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잔뜩 놓여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미국의 싱크탱크 아시아 소사이어티는 ‘중국 2024, 주목해야 할 것’이라는 보고서에서 “올해는 중국에 짜증 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양회의 관심사는 경제 정책이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얼마나 될지,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나올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리창 총리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와 같은 5퍼센트 내외로 발표했지만, 경기부양책 발표는 없었다.
그러자 5퍼센트 성장을 어떻게 달성할지 의구심이 커졌다.
그리고 올해에도 중국 경제에 부동산 거품과 부채·디플레 위기가 상존할 것임을 예상케 한다.
2023년은 코로나19 봉쇄가 완전히 해제된 첫해였지만 기대했던 경제 성장이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5.2퍼센트로 목표치를 달성했다. 하지만 경제의 활력이 거의 없어, 실제로 5.2퍼센트를 성장한 게 맞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중국 경제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 부문은 회복이 요원해 보인다. 홍콩 법원은 거대 부동산 개발 기업인 헝다와 비구이위안에 청산 명령을 내렸다. 물론 홍콩 법원의 결정이어서 대륙에 있는 두 그룹의 자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파급 효과는 작지 않다. 완다 그룹도 유동성 위기에 빠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완다 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쇼핑몰 10곳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정부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응해 이미 부동산 규제 완화, 신규 대출 확대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이번 양회에서 추가적인 부동산 부양책은 나오지 않았다. 이는 부동산 경기를 부양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부실 기업들을 도려내기도 힘든 정부의 처지를 드러낸다.
지방 정부들의 부채 문제도 여전히 심각하다. 1월 30일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국가금융발전실험실이 발표한 계간 ‘거시 레버리지’ 보고서를 보면, 2023년 명목 GDP 대비 비금융 부문의 총부채 비율은 287.1퍼센트로, 그 전해보다 13.5퍼센트 늘어났다.
중국 경제가 활력을 잃자 외국인 투자도 급감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2023년 외국인직접투자(FDI)는 그 전해(1802억 달러)보다 81.7퍼센트 급감한 330억 달러에 그쳤다. 30년 만에 최저치다.
외국 자본의 대중국 투자 급감의 이유로 미국 정부의 반도체 봉쇄와 시진핑의 (‘반간첩법’ 같은 권위주의적) 통제 정책이 거론된다. 실제로 2018년 미국 반도체 기업의 대중국 투자는 전체 FDI의 48퍼센트를 차지했지만, 2022년에는 1퍼센트로 폭락했다. 같은 기간에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인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지에 투자를 늘렸다.
중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도 대중국 투자 감소의 원인 중 하나다. 최근 중국의 중앙은행 인민은행은 성장 둔화에 따른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계속 인하했다. 이는 고금리를 유지한 미국과는 정반대 행보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투자 급감의 핵심 요인은 바로 중국 경제의 부진인 듯하다. 지난해 민간 기업들의 투자도 그 전해보다 0.4퍼센트 감소했다. 기업들의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압박
이처럼 중국 국내의 경기 부진이 시진핑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경제적·군사적 압박도 더 강화되고 있다.
시진핑은 이에 대응해 첨단산업에 투자를 더 늘리려 한다. 외국인 투자가 줄고 민간 기업의 투자가 정체하고 있지만(위에서 보았다), 국유 부문의 투자 비중은 계속 증대하고 있다. 미국과의 경쟁을 위해 정부는 반도체, 전기차, 태양광, AI 등 첨단 부문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또한 올해 양회는 국방 예산을 7.2퍼센트 증액해 1조 6655억 위안(약 308조 원)을 책정했다. 8년 연속으로 국방 예산을 대폭 올려 사상 처음으로 300조 원을 돌파했다. 이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군사력 증강만이 살 길이라는 중국 관료의 신념을 반영한다.
더욱이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중을 표방한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양안관계의 긴장 고조에도 대비해야 한다.
한편, 경기 부진으로 노동자들의 불만이 증대하고 있다. 임금 삭감과 노동조건 악화는 물론이고 폐업이나 공장 이전에 따라 일자리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공산당 정권은 경제 성장을 명분 삼아 억압적인 통치를 정당화했지만, 노동계급의 조건 악화로 그 정당성은 점점 약화되고 있다.
중국노동회보(China Labour Bulletin)에 따르면, 2023년 노동 쟁의가 1793건 발생했다. 2022년의 831건보다 크게 증가한 것이다. 올해 1~2월에는 이미 279건 발생해, 지난해 동기(186건)보다 50퍼센트나 증가했다.
중국 정부는 그 규모가 계속 증대돼 온 노동계급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2015년 중국 정부는 노동운동의 중심인 광저우에서 노동 단체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했지만, 코로나19 봉쇄가 끝난 뒤부터 다시 노동자 투쟁이 되살아나고 있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미국의 대중국 압박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고 양안관계도 계속 긴장될 것이다.
경제 상황도 여의치 않아 노동자들의 저항도 만만찮게 벌어질 것이다.
올 한 해는 시진핑에게 “짜증 나는” 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