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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의 위기:
중국 경제가 서방 경제와 본질이 같음을 보여 주다

부동산발 중국 경제 위기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류 언론에서는 위기의 원인이 중국의 “사회주의” 때문이라는 일부 논평이 나오고 있다.

최근 〈동아일보〉는 시진핑이 공동부유 같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강조해 민간 기업이 위축돼 위기가 왔다는 기사를 실었다. 중국 정부의 부동산 기업 규제로 인해 이번 위기가 촉발됐다면서 말이다.

그러나 위기의 악화를 억제하려는 규제 정책을 사회주의라고 한다면 지구상에 사회주의가 아닌 나라를 찾아보기가 불가능할 것이다. 모든 정부가 필요할 때는 그런 정책을 써 왔기 때문이다. 2008년 월스트리트 공황 때는 “부자들을 위한 사회주의”라는 말도 나왔다.

사회주의를 국가 통제나 국유화와 동일시하는 것은 〈동아일보〉 같은 우파만이 아니라 좌파들 사이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생각이다. 그런 좌파 중 일부는 우파의 이데올로기적 공격에 맞서 사회주의를 방어하겠다며 중국 경제가 위기라는 현실을 부정하기도 한다. 자본주의를 사적 소유와 동일시하고, 사회주의를 국가 소유·통제와 동일시하는 오해 때문에 벌어지는 웃지 못할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보면 큰 혼동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서방 각국의 경제도 평균적으로 3분의 1가량은 국가 부문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 정부는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 국가의 개입을 늘리고 있다.

소위 ‘혼합경제’론은 사회주의/자본주의의 의미를 이런저런 경제 정책 정도로 축소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주의/자본주의는 그보다 훨씬 포괄적으로 사회 체제를 가리키는 용어다.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 하는 것은 민간 소유냐 국가 소유냐 하는 형식적 틀이 아니라 그 사회의 전반적인 의사결정 방식과 핵심 동학이 무엇이냐를 중심으로 규정돼야 한다.

자본주의는 자본축적을 위한 경쟁을 핵심 동학으로 하는 체제이다. 그를 위해 노동자를 체계적으로 착취해서 잉여가치를 뽑아낸다. 자본주의가 성장하고 유지되기 위해 국가는 언제나 필수적이고 중요한 요소였다.

엥겔스는 이미 19세기 말에 국가의 이런 구실을 사회주의적 대안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엥겔스는 국가 통제와 국유화가 사회주의라면, 나폴레옹이나 비스마르크도 사회주의 운동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의 박정희 유신체제를 “동구권 바깥에서 가장 사회주의적인 나라”라고 불렀던 경제학자도 있었다.

마르크스가 말한 진정한 사회주의는 노동계급이 스스로의 필요에 맞게 경제를 민주적으로 계획해서 운영하는 사회이다. 마르크스는 “노동계급의 자력해방”이 사회주의의 본질이라고 봤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중국은 사회주의와 아무 관련이 없는 사회임이 분명하다. 중국 노동자들에게는 노동자 권력은커녕 노동기본권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우선순위

시진핑이 최근 경제 불안정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도 노동자들의 삶은 뒷전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 기업 비구이위안이 부도 위기에 처하자 중국 정부는 비구이위안이 구조조정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많은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 위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비구이위안은 직접 고용한 직원만 7만 명이고, 협력업체가 3만 3000개에 달한다.

조금이라도 노동자들을 위한다면 부도 위기 기업을 무상 국유화하고 노동자 고용을 유지하는 정책을 쓸 수도 있겠지만 중국 정부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대신 금리를 인하하고,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더 구매할 수 있게 규제를 완하하고, 주식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자본거래세를 대폭 감면하는 등 시장 활성화에 매달리고 있다.

서방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경제 위기 고통은 노동계급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출처 _Ardu_(플리커)

또, 중국 정부는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도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강조점을 두고 있다.

최근 시진핑이 ‘서구식 소비 주도 성장’에 반대한다고 했는데, 이는 임금 인상이나 복지 확대는 기대를 하지 말라는 말이다. 대중의 생활수준 개선이 아니라 AI,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미이다. 미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축적 압박이 중국 국가의 최고 우선순위가 돼 있는 것이다. (이 점은 미국 등 서구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중국의 국가 부문도 자본축적과 패권을 위한 국제적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노동계급을 착취하는 동학에 따라 작동한다. 이는 전형적인 자본주의 동학이고, 중국을 사회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한 형태인 국가자본주의로 볼 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적잖은 좌파들이 개혁개방 이후의 중국은 모종의 자본주의로 보면서도 그 이전 마오쩌둥 시기는 사회주의라고 본다. 사적 소유가 발전하지 않았고, 경제가 국유화돼 있었다는 것이 이유이다.

그러나 마오쩌둥과 개혁개방 지도자들은 많은 점을 공유하는 탓에 마오쩌둥의 중국을 사회주의라고 보면 현재의 중국에도 사회주의적 요소가 남아 있어 (또는 부활할 여지가 있어) 서방보다는 진보적이라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 제국주의 경쟁이 격해지는 현 정세에서 미혹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 국유화 여부가 아니라 사회의 실제 동학을 봐야 한다. 마오쩌둥 치하의 중국도 다른 열강과의 경쟁이 최우선 순위였고 이를 위해 노동계급을 착취했다는 점에서 국가자본주의였다.(관련 기사: ‘마오쩌둥의 중국은 사회주의 사회였을까?’)

마오쩌둥 사후에 개혁개방 정책으로 바뀐 것은 쇄국적 국가자본주의에서 다국적 국가자본주의로의 부분적 형태 변화일 뿐이다.

따라서 중국도 자본주의의 핵심적인 모순을 피할 수 없다. 첫째, 경제 위기이다. 최근에 우리가 목도하고 있듯 중국도 이윤율 저하, 과잉생산, 성장을 촉진하는 동시에 위기도 심화시키는 금융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둘째, 중국에서도 노동계급이 (마르크스가 말한) “자본주의의 무덤을 파는 자”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 성장 둔화와 위기에 따른 고통을 노동계급에 떠넘기는 일이 많아질수록 시진핑 정부에 대한 대중적 반감이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시진핑 정부는 억압적인 통치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는 노동자들의 폭발적 투쟁을 그만큼 두려워하고 있는 반증일 뿐이다.

중국 노동자들의 이런 투쟁은 (중국을 사회주의로 보고 중국 정부를 지지하는 좌파 일각의 생각과 달리) 진정한 사회주의를 향한 운동을 촉발할 수 있다.

중국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이 서방 노동자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에, 중국에서 압제자에 맞서는 투쟁은 한국 등 친서방 진영에서도 노동자들의 투쟁을 고무할 수 있다.

미중 갈등이 격해지는 오늘날 중국 사회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중국을 사회주의 사회로 보고 서방의 압박에 맞서 방어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면, 중국에서 벌어지는 아래로부터의 저항을 일관되게 지지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을 자본주의보다 못한 사회로 본다면, 서방의 압박을 반대하지 않는 길로 빠질 것이다.

어느 경우든 사실상 중국이나 서방 지배자들 중 한쪽 편을 드는 것이다.

중국 사회가 서구 사회와 형태상으로는 차이가 있을지라도 근본적 성격이 똑같이 자본주의라고 봐야만 지배자들 중 어느 한 쪽을 편드는 것이 아니라 노동계급의 자력해방을 일관되게 지지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만이 진정한 사회주의를 이룰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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