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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위기에 처한 중국 경제
시진핑은 진퇴양난이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부도 위기가 민간 금융기관(소위 그림자 금융)과 지방정부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중국 정부는 또다시 구제책을 내놓았다. 8월 21일 중국 정부는 지방정부에 1조 5000억 위안(275조 원)을 지원하고,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사실상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를 0.1퍼센트포인트 인하했다.

중국 지방정부는 토지 개발 수익을 주된 세수로 삼았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 부양에 이해관계가 있다. 지방정부는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려고 ‘지방정부융자기구’(LGFVs)를 세웠고, 중룽국제신탁 같은 민간 금융기관이 지방정부융자기구에 자금을 제공했다.

시진핑의 대응은 자신감이 아니라 사태의 포로가 된 처지를 드러내고 있다 ⓒ출처 GovernmentZA(플리커)

그런데 이 자금의 전체 규모가 어느 정도이고 또 부도 위험이 있는 자금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그래서 중앙정부도 이번 위기에 대처하는 것이 쉽지 않다.

최근 국제금융센터의 추정치에 따르면, 지방정부융자기구의 부채 총액은 60조 위안이고 지방 중소은행의 대출이 38조 위안이며, 그중 부실채권은 5조 위안이 넘는다고 한다. 나머지 22조 위안은 “그림자 금융”에서 제공된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방정부융자기구의 부채를 포함한 지방정부의 총 부채(23조 달러)가 중국 국내총생산(17조 달러)을 웃돈다고 발표했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헝다와 비구이위안 같은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파산 위기에 몰리자, 이들에게 자금을 지원한 민간 금융기관들이 손실을 보고 있고, 지방정부융자기구의 부실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할수록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

그런데 시진핑 정부가 지방정부에 고작 1.5조 위안의 구제금융을 제공하자, 그 의도가 무엇인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의도적 파산?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시진핑 정부가 부동산 거품을 제거하고 국유 부동산 기업을 키우려고 의도적으로 헝다와 비구이위안의 파산을 초래했다는 주장(일종의 음모론)을 펴고 있다.

이 전문가들은 시진핑이 중국 경제를 적절히 관리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예상한다. 그래서 최근 시진핑이 국가 관료들에게 “인내하라”고 지시한 것을 자신감의 발로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완전한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중국 지배관료들은 중국 경제의 체질 개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래서 2018년 시진핑 정부는 철강, 시멘트 등 과잉생산 위기가 두드러진 부문을 구조조정 했다. 철강기업의 경우, 부도 위기에 빠진 민간 기업들이 국유 기업에 인수됐고, 한 성(省)당 하나의 국유 철강기업으로 재편됐다.

또,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중국제조2025’를 통해 중국 경제를 고부가가치의 첨단 산업으로 재편하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이를 위해 거품이 발생할 정도로 비대해진 부동산 부문에서 자원을 빼내 첨단 산업으로 돌려야 했다.

제조업 수익성 하락, “그림자 금융”, 성장 지표에 매몰된 관료 등 중국 경제의 구조적 난점 등은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출처 N509FZ

2020년 초반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면서 부동산 부문의 구조조정이 잠시 연기됐지만, 같은 해 8월 시진핑 정부는 세 가지 레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부문의 거품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에서 국가 통제 부문의 비중이 크다고 하더라도 구조조정 과정이 관료들의 뜻대로만 추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경제가 세계 자본주의 체제와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관료들도 상이한 이해관계가 있어서 서로 대립하고 갈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의 부실에서 시작된 세계경제 위기에 대한 중국 지배관료들의 대응은 ‘묻지마 대출’로 알려진 대규모 경기 부양 정책이었고, 이로 인해 시중 자금이 수익성이 낮은 제조업이 아니라 부동산 투자로 흘러갔다. 지방정부 관료들도 정치적 출세를 위해 지방정부의 GDP를 높여야 했고, 그래서 서로 경쟁하듯이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렸다.

따라서 현재의 부동산 거품은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가 중국 경제에 미친 악영향, 중국 제조업의 수익성 하락, 시중의 많은 유동성, 지방정부 관료들의 이해관계 등과 같은 중국 경제의 구조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시진핑은 중국 경제의 환부(부동산 거품)를 제거하려고 어쩔 수 없이 칼을 꺼내들었지만, 이 수술이 원하는 효과를 내기보다 환자의 목숨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시진핑은 전과 같이 부동산 거품을 내버려 둘 수 없지만 부도 위기에 처한 부동산 기업을 구제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이 때문에, ‘인내하라’는 시진핑의 지시는 그의 자신감이 아니라 사태의 포로가 된 처지를 잘 드러내는 말이다.

사태의 포로가 된 시진핑 정부

시진핑을 포함한 지배관료들에게 부동산 거품보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산업 전반이 부진하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경제 저성장으로 세계의 공장인 중국도 제조업 부진을 겪고 있다. 또, 농민공의 고갈과 노동비용 증가 등으로 노동집약적인 산업이 베트남이나 인도 등지로 이전해 갔다. 중국 정부는 수출 의존도를 낮추려고 내수 경제를 키우려 하지만, 노동 비용을 포함한 생산비용을 낮춰야 하는 압력과 갈등을 빚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의 제국주의적 경쟁은 첨단 산업으로의 경제 재편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의 여파 속에서 2012년 미국의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 정책은 동아시아와 세계 전역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제국주의적 경쟁을 더 첨예하게 만들었다.

이에 대한 중국 지배관료의 대응은 국진민퇴(國進民退, 국유부문은 약진하고 민간부문은 후퇴한다)로 표현된 국가자본주의 강화였다. 최근 시진핑이 표방한 공동부유도 이 노선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국가자본주의 강화로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를 더 늘리는 것은 자본의 유기적 구성을 더 높이고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이윤율이 더 하락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런 대응을 보면 중국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아니라 서방과 본질이 똑같은 자본주의 체제이고 경제 위기의 근원이 이윤율 저하임을 알 수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국 경제를 두고 “40년 호황이 끝났다”고 평가했다. 사실 근래 들어 중국 경제는 성장 목표치 달성에 번번이 실패했다.

이제 중국 경제는 몇 년 전의 고속 성장에 비해 반토막도 되지 않을 2~4퍼센트의 성장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영국 컨설팅 기업 캐피털이코노믹스는 2030년이 되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퍼센트대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중국 지배관료들은 경제적 번영을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권위주의적 통치를 정당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몰락하지는 않을지라도) 저속 성장을 하는 것만으로도 지배관료를 위협하는 수많은 문제들이 등장할 수 있다. 빈부격차 확대, 일자리 감소, 실업자 증대 등에 대한 반대가 나타날 수 있고, 임금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바라고 복지 축소와 연금 삭감에 항의하는 운동이 벌어질 수 있다.

중국의 불행은 미국의 행복?

8월 22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은 “러몬도 상무장관은 미국이 중국과 디커플링(경제 단절)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중국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무장관의 중국 방문에 맞춰 미국은 중국 기업 27곳에 대한 규제를 철회하는 선물을 발표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은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터, 반도체, 2차전지 등 중국의 첨단 산업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를 금지했고, 대중국 첨단 장비 수출을 막았다. 중국도 반간첩법을 통해 미국과 연계된 산업 스파이 색출에 나서며 맞불을 놓았다. 미국 상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두고 양국 간 긴장이 일시 완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갈등이 본질적으로 완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중국 경제의 침체가 미국에 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본 투자와 무역 등 서로 깊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기업주들이나 국가 관료들은 중국 경제의 완전한 파산보다는 중국이 자신들이 설계해 놓은 제국주의 질서(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 속에서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더 선호할 것이다.

중·미 간 경제적 관계가 군사적 갈등과 전쟁을 억제한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제1차세계대전 직전 영국과 독일의 관계가 보여 주듯이, 경제적 연관성이 높다고 해서 전쟁이 벌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지배관료들도 미국의 이런 의도를 순순히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다. 중국 경제가 세계 2위로 성장하면서 국제 무대에서 자본들 사이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고, 중국 지배관료는 중국 자본의 뒷배 구실을 해야 한다는 압력을 더 크게 받고 있다.

이런 압력은 경제적 경쟁을 넘어 정치·군사적 대결로 나아갈 수 있다. 최근 경제 위기로 난관에 봉착한 시진핑이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워싱턴 포스트〉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는 “시 주석이 중국 국민에게 공동 번영을 줄 수 없다면 대만을 주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경제 위기는 동아시아와 전 세계에서 제국주의적 경쟁을 격화시켜 정치·군사적 긴장을 높일 것이다.

중국의 디플레 위기

중국 경제에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위기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9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보다 0.3퍼센트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생산자물가지수도 4.4퍼센트 하락해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생산자물가지수 하락은 생산재 수요가 부족해 가격이 하락하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생산 자체의 축소와 일자리 감소 더 나아가 공장 폐쇄 같은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완만한 인플레(임금의 가치 하락)보다 디플레(실직으로 임금 소득의 소멸)가 노동자 대중에게 더 끔찍한 일이 된다.

최근 중국 경제에서 제조업의 부실과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부도 위기 등으로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디플레 현상이 나타났다.

향후 중국의 산업 생산 자체가 축소되는 현상이 나타날지와 디플레가 일시적 현상을 넘어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전의 높은 성장세에 비해 저성장은 자본가와 노동자 모두를 고통스럽게 만들 것이고, 서로 물러설 수 없는 계급투쟁을 더 많이 촉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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