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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나?

전직 국방장관들, 한나라당, ‘조·중·동' 등 우익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미국의 의사를 거스른 것이므로 한미동맹이 결딴나고 주한미군이 철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명백한 데마고기, 곧 감정적 거짓 선동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미국의 재외주둔미군재배치(GPR) 계획에 따른 것이고, 이는 또한 ‘전략적 유연성'의 일환이다. 민화협 상임의장(전 통일부장관) 정세현이 지적했듯이, “전 세계 분쟁에 신속하게 대응하려는 미국의 입장에서 한반도 전시작통권은 족쇄”이다.”

한편, 노무현 정권의 지지자들은 우익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추진해 왔으면서 단지 노무현 정권 때리기 차원에서 환수에 반대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단지 그런 것만은 아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반대하는 우익은 버림받을까 봐 겁에 잔뜩 질려 아빠의 바지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려는 아이처럼 미국에 딱 달라붙으려 하는 것이다. 그들은 1950년 1월 한반도에서 발을 뺀 미국 전 국무장관 애치슨을 떠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애치슨라인). 만일 미군이 한국에서 빠져나간다면 동북아시아에서 한국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노심초사하면서 말이다.

전부터 우익은 자주국방이라는 대의를 원칙상으로는 인정하면서도 주한미군 감축 같은 구체적 시행을 앞두고는 늘 시기상조론을 내세웠다. 1983년에 전두환 정권은 북한과 군사 균형을 이루는 데 3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고, 1980년대 말에 노태우 정권은 1996년이나 돼야 가능하다고 했다. 김대중 정부도 1999년에 우익을 의식해 이 시기를 다시 2010년으로 미뤘다.

‘안보공백'을 우려하는 우익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바로 핵무장이다. 실제로, 〈조선일보〉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조건을 이것저것 나열한 뒤, “다 준비해도 핵 억지력이 필수”라는 호전적인 말로 마무리지었다.

‘핵 억지력'

전시작전통제권은 한국 정부가 돌려받는 게 당연하다. 민중에게, 제 나라 군대를 제 나라 정부가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은 강대국에 대한 굴욕으로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소하게 전시작전통제권 문제만이 관련돼 있지 않다. 노무현 정부는 ‘대북 억제 및 방어'라는 주한미군의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남한 내 장기 주둔을 보장함으로써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추진에 원만하게 협조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단순히 우익에 맞서기 위해 노무현 정권을 지지하는 일을 피해야 하는 이유다.

미국은 남한이 미국의 세계 제패 전략을 뒷받침하는 동맹이 되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전력을 강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이 기회를 활용해 ‘자주국방'의 이름으로 국방비 증액에 열심이었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이에 탄력을 주는 좋은 명분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전시작전통수권을 환수하면 작계5027 등을 폐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한반도 불안정을 해소할 수 있는 것처럼 보는 일각의 기대는 착각이다. 전시작전통수권 환수가 전략적 유연성과 맥을 같이하는 한 오히려 한반도 안보는 더 불안정해질 것이다. 그리고 군비경쟁과 세계적·지역적 불안정을 증폭시키는 데 일조할 것이다. 남한이 동북아뿐 아니라 세계적 분쟁 개입을 위한 미국의 기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