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허리띠 졸라매 주한미군에게 퍼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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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때 미국과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의 구실을 동북아 신속기동군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전략적 유연성’을 합의했다. 이 때문에 주한미군은 우리 의사와 무관하게 동북아 무력 충돌에 개입할 수 있게 됐다. 만약 대만 해협에서 중국과 대만이 충돌하고 주한미군이 개입하게 된다면, 한반도에 불똥이 튀어 우리가 희생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위험천만한 전략적 유연성을 위해 미국과 한국 정부는 용산 미군 기지와 경기도 북부의 미2사단을 평택 기지로 이전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제 미국은 13조 원에 이르는 이전 비용마저 거의 대부분 한국 정부에 전가하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주한미군이 그동안 주둔 지원금을 불법 전용해 온 사실도 밝혀졌다. 한국 정부는 매년 7천억 원 이상의 주둔 지원금을 지급해 왔다. 그런데 주한미군은 기지 이전 비용으로 전용하려고 주둔 지원금 잔액을 한국에 돌려주지 않고 쌓아 왔는데, 그 액수가 자그마치 1조 1천2백억 원이었다.
이 돈도 부족한지, 미국은 이번에 주한미군 주둔 지원금을 대폭 인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의 요구대로라면, 이미 1인당 5천5백만 원씩 지원금을 받고 있는 주한미군은 앞으로 1인당 1천만 원가량 추가 지원금을 받게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있다. 국방장관 이상희는 국정감사장에서 주둔 지원금 불법 전용에 대한 비판에 맞서 미군을 옹호하는 데 급급했다. 외교통상부 장관 유명환도 “우리의 경제력이 커지고 미국은 이라크전 등으로 재정적 어려움이 있으니 … 어느 정도 분담하는 게 맞다”며 주둔 지원금 증액 요구를 받아들이려 한다.
기지 이전 비용 13조 원이면 즉시 전 국민 무상 의료가 가능하다. 매년 쏟아 붓는 주둔 지원금이면 내년 예산에서 삭감된 빈곤취약계층 지원 예산 4천6백77억 원을 충당하고도 3천억 원이 남는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 위기 속에 서민들의 허리띠는 졸라매면서, 주한미군에게는 국민의 혈세를 마구 퍼 주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 곳곳에 미군을 배치해 패권을 유지하려 하면서, 그 비용은 주둔국 국민들에게 부담시키려 한다. 그러나 미국의 패권과 전쟁 준비를 위한 비용을 우리가 떠안을 이유는 없다. 주한미군은 불법 전용한 주둔 지원금부터 반환해야 마땅하다.
또한 용산이든 평택이든, 그 어느 곳에도 미군은 발붙이지 말아야 한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제국주의 군대는 즉각 철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