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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총회,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불법 점령 12개월 내 중단 요구:
미국·이스라엘의 외교적 고립을 다시 드러내다
한국 정부, 결의안에 기권

유엔 총회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또 한 번 이데올로기적 타격을 입었다.

9월 18일 유엔 총회가 이스라엘의 점령이 불법이자 아파르트헤이트 관련 국제법 위반임을 선언하고, 이스라엘에 1967년 전쟁으로 장악한 팔레스타인 땅(‘팔레스타인 점령 지역’ 즉, 서안지구, 가자지구, 동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군과 정착촌을 1년 안에 철수시키라고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결의는 유엔 총회의 요청에 따라 지난 7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내놓은 의견을 승인하는 것이다.

ICJ의 의견에 따라 유엔 총회는 이스라엘의 점령이 사실상 영토 병합이라고 선언했다. 국제법상 이는 이스라엘이 점령의 근거로 제시하는 ‘안보적 필요’와 무관하게 이스라엘의 행위가 불법이라는 뜻이다.

더 나아가 그 결의는 모든 국가에게 “팔레스타인 점령 지역과 관련된 대(對)이스라엘 경제·무역 거래를 자제”하고 “정착촌에서 온 생산물의 수입”이나 점령 지역에서 사용될 수 있는 “무기와 탄약, 관련 장비를 제공하기를 중단하는 조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이는 이스라엘에 맞선 국제 BDS(보이콧, 투자철회, 제재) 운동의 정당성을 시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투표에 참여한 181개국 중 3분의 2 이상인 124개국이 그 결의안을 지지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반대에 동원할 수 있었던 표는 아르헨티나, 헝가리를 비롯해 14표에 불과했다. 영국, 독일 등 주요 서방 국가들도 기권표를 던졌다(기권은 총 43표).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 전쟁을 둘러싸고 갈수록 고립되고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처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그 와중에 한국은 기권표를 던졌다. 결의안 지지를 회피해 주요 서방 국가들과 보조를 맞추려 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이스라엘과의 협력을 한사코 중단하지 않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가자지구에서 끔찍한 인종 학살이 전개되는 동안 윤석열 정부는 이스라엘과의 교류·협력을 강화하며 이스라엘에 외교적 숨통을 틔어 줬다.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스라엘 국영 항공우주 산업 등 주요 군수 기업들과 이스라엘 대학과 교류회를 열어 “역대 최대 규모 이스라엘 사절단과 기술협력을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협력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더 커져야 한다. 그리고 이번 유엔 결의는 그런 운동의 자극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결의를 통해 ‘국제 사회’가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해 실질적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이 결의는 구속력이 없고,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핵심 국가인 미국은 이스라엘의 무법성을 계속 옹호할 것이다.

게다가 유엔 총회 결의가 인정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자결권은 ‘팔레스타인 점령 지역’에 한정된 것이다. 이는 1947년 팔레스타인 유엔 분할안의 원죄와 1948년 나크바 때 쫓겨난 수백만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귀환권을 부정하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중동 지역의 제국주의 질서와 밀접하게 얽혀 있고, 국제 사회와 국제법은 그 문제를 해결할 급진적 변화를 실현하는 통로가 될 수 없다.

그런 질서에 도전할 수 있는 세계적 운동이 중요하다.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통해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친)서방 정부들에 항의하고, 팔레스타인 독립을 쟁취할 진정한 힘이 있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아랍 전역의 노동자·빈민의 투쟁을 고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