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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결의안은 이스라엘을 위한 것이다
속지 말고 반전운동을 구축하라

‘더 많은 폭격, 더 많은 지상군 투입, 더 많은 학살.’ 바로 이것이 유엔 ‘휴전’ 결의안에 대한 이스라엘의 답변이다.

유엔 결의안이 통과된 날, 이스라엘은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공세를 벌였고, 레바논 내 이스라엘군의 규모를 세 배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틀 뒤 베이루트 남부에는 2분 간격으로 수십 발의 미사일이 떨어졌다.

유엔 결의안을 주도한 서방 강대국들은 이를 전혀 비난하지 않는다. 지금 이스라엘이 하는 짓이 강대국들이 정한 룰 ― 유엔 결의안 ― 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이다.

결의안은 결코 이스라엘군의 즉각 철군을 요구하지 않는다. 또, “모든 적대 행위 중단”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결의안은 헤즈볼라에게는 “즉각 모든 공격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반면, 이스라엘에게는 단지 “공격적 군사 작전[만] 중단”하라고 말한다.

지난 한 달 동안 이스라엘은 자신의 공격이 모두 헤즈볼라의 도발에 대응하는 “방어적” 작전이라고 주장해 왔고, 따라서 결의안은 이스라엘이 이제껏 하던 일을 계속해도 좋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스라엘 내각이 ‘휴전’ 결의안을 승인했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이스라엘 외무장관 치피 리브니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레바논군과 국제평화유지군이 모두 배치된 뒤 레바논에서 철수할 것이다.”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단 할루츠는 “다국적군이 배치될 때까지 헤즈볼라 소탕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헤즈볼라가 “단 한 개의 돌멩이라도 이스라엘을 향해 던진다면 이스라엘은 백배 천배의 보복을 가할 것이다.”(이스라엘 무역부 장관 엘리 이샤이) 그러나, 헤즈볼라의 지도자 나스랄라가 말했듯, “이스라엘의 레바논 점령이 계속되는 한, 그에 맞서 싸우며 영토와 집,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것은 레바논인들의 당연한 권리다.”

결의안에 따르면, “평화유지군”이 투입되면 이스라엘군은 철수하도록 돼 있다.(물론 이를 강제하는 조항은 없다.) 그러나 이것이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까?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결의안은 국경선인 ‘블루 라인’에서 리타니 강(江) ― 이스라엘 국경선에서 거의 32킬로미터에 이르는 지역 ― 까지 ‘비무장 지대’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와 전투를 치르며 가까스로 침투한 지역보다 훨씬 넓은 지역이고, 따라서 이스라엘군이 확보하지 못한 전리품을 서방 강대국들이 대신 챙겨주려는 것일 뿐이다.

“레바논의 주권 회복”과 “구호 지원”에 관한 온갖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 투입될 “평화유지군”(최대 1만5천 명 규모)의 핵심 구실은 헤즈볼라의 무장해제가 될 것이다.

결의안은 “레바논 정부군을 제외한 모든 무장 단체[물론 헤즈볼라를 뜻한다]의 무장해제”를 거듭 강조하고 있고, 이를 위해 “평화유지군이 …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승인”하고 있다.(평화유지군에 대해서는 〈맞불〉7호를 참조하시오.)

요컨대, 결의안은 레바논의 평화나 정의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것의 목표는 이스라엘이 이루지 못한 목표(헤즈볼라 분쇄)를 다른 수단(서방 열강이 이끄는 또 다른 점령군)을 통해 성취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이스라엘 총리 올메르트가 결의안 통과 직후 “안보리에서 이스라엘의 이익을 지켜준 데 대해 감사한다”고까지 했겠는가.

물론 국제 반전 운동의 압력과 중동 지역 친서방 정부들의 불안정 심화 때문에 이스라엘 ― 그리고 미국 ― 은 레바논에서 잠시 물러서는 듯한 제스처를 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이스라엘 고위 장성들이 공공연히 말하는 것처럼, “그들[UN군]이 제 구실을 못할 경우, 이스라엘군은 다시 레바논에 진입할 것이다.”

이것은 2000년 5월 이전의 레바논 남부의 경험이나 지금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것과 비슷한 일(빈번한 침공과 ‘저강도’ 전쟁)이 레바논에서 반복될 것임을 뜻한다.

나아가 우리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전쟁이 더 광범한 전쟁몰이, 즉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의 일부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시와 라이스가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을 지지한 핵심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레바논 전쟁은 부시와 네오콘이 추진하는 ‘영구 전쟁’의 가장 최근 전선일 뿐이다. 그들은 “새로운 중동”이 이란과 시리아 정권의 제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믿고 있고, 이를 염두에 둔 위협과 비난을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 최근 〈뉴요커〉의 탐사보도 전문기자 시모어 허시는 부시 정부가 이스라엘의 전쟁 계획 수립에 깊숙이 관여했고, 이를 “장래 이란의 핵시설 파괴를 위한 미국 선제공격의 전주곡”으로 여긴다고 폭로했다.

따라서, 이번 유엔 결의안 통과는 우리가 부시와 이스라엘의 전쟁몰이에 맞서 행동에 나설 필요가 줄었음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필요는 어느 때보다도 크고 긴급해졌다.

반전 운동은 서방 강대국과 이스라엘의 책략에 속지 말고 이스라엘군의 무조건적이고 즉각적인 공격 중단과 철수를 요구해야 할 뿐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점령군인 ‘평화유지군’ 투입에도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