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명의 게릴라 군대가 세계 최강대국의 지원을 받은 세계 5위의 군사 강국을 꺾었다

조지 W 부시가 지금 깨닫고 있는 것처럼, 이스라엘 정부도 수천 명을 학살하고 수만 명을 불구로 만들고 수십만 명의 민간인을 난민으로 만들 수 있는 첨단 군대조차 대중의 지지를 받는 단호한 저항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엔 결의안에 따른 휴전이 발효되기 18시간 전에 이스라엘 지상군이 레바논에 대한 최후의 공격을 감행했지만 헤즈볼라는 이에 맞서 여전히 2백50기의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었다.

저항

침략에 맞선 강력한 저항은 이스라엘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어떤 적이든 꺾을 수 있는 이스라엘 군대의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시작된 전쟁이 사실은 그 군대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말았다.

[이스라엘의] 패배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관계에 더 근본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몇 주 동안 부시 정부가 휴전을 추진하는 외교적 노력을 계속 좌절시킨 이유는 동맹국인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분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였다.

최근에 이스라엘 일간지 〈하아레츠〉의 기자들은 이렇게 지적했다.

“이스라엘 군대가 천하무적이라는 인상을 미국인들에게 심어주지 못한다면, 이스라엘이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지니는 가치가 급락할 것이다. …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일찍이 깨달았듯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계속 강화될 수 있었던 것은 이스라엘이 자국의 안보를 지키고 미국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데 꾸준히 성공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란의 핵심 동맹 세력으로 여기는 헤즈볼라를 분쇄하는 것은 이스라엘이라는 경비견이 그 주인을 기쁘게 해 주는 한 방편이었다. 그리고 훨씬 더 광범한 [전쟁] 계획의 일부였다.

〈하아레츠〉의 반전 칼럼니스트 기드온 레비는 지난주에 이렇게 썼다. “개전 초기에 이스라엘 군 수뇌부가 뻐기며 공언한 대로 헤즈볼라가 몇 일 만에 공습으로 무너졌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아마 우리는 기뻐서 미쳐 날뛰었을 것이다. 미국은 우리가 시리아와 군사적 충돌을 하도록 몰아갔을 것이고, 승리에 도취한 우리는 미국의 말에 혹했을 것이다. 아마 다음 차례는 이란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패배 때문에] 오히려 중동 전역에서 저항세력이 강화됐다. 패배에 직면한 이스라엘 정부는 군사력으로 이룰 수 없었던 것을 확보하기 위해 유엔의 외교적 노력에 의존해야 했다.

미국도 유엔의 중재에 반대하던 기존의 입장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부시 정부의 고위 관리가 이스라엘이 군사적 승리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를 깨닫고 휴전을 지지하게 된 것이다.”

침략

그 결과물인 유엔 결의안은 여전히 이스라엘을 편들고 있다. 결의안은 “헤즈볼라의 모든 공격 중단”을 요구하지만, 이스라엘에게는 “공격적 군사 작전” 중단만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항상 자신의 공격이 “방어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결의안은 포로로 붙잡힌 이스라엘 병사들 ― 레바논 침략의 구실이 된 ― 의 무조건 석방과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요구하지만, 이스라엘에게는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중인 레바논인 재소자들의 운명을 재고할 것을 “권고”할 뿐이다.

〈소셜리스트 워커〉가 인쇄에 들어가는 지금, 앞으로도 휴전이 지속될지 어떨지 분명치 않다.

이스라엘군 수천 명이 여전히 레바논 남부에 주둔하고 있고, 헤즈볼라도 일체의 추가 공격에 맞서 자국을 방어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중동 지배 야욕에 타격을 입은 이스라엘과 미국 정부가 또 다른 도발을 감행하기로 결정할 위험도 있다.

레바논·시리아·이란에 대한 지속적인 위협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저지른 학살 때문에 반전 운동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