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유지군" 있으나마나 하거나 나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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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프랑스 등 서방 강대국들은 자신들이 레바논에 진주하기 전에 레바논 정부군이 헤즈볼라 무장해제에 착수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완전히 어긋났다. 영국의 〈가디언〉에 따르면, 레바논 정부군 장교들은 남부에 배치된 사병들에게 이렇게 명령했다. "저항의 편에 서라. 그리고 그 단호함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무적으로 알려진 군대의 권위를 무너뜨린 민중의 편에 서라."이 일은 레바논 정부의 각료들조차 충격에 빠뜨렸다.
"헤즈볼라와 군대 사이에는 저항세력의 마을 귀환을 허용하되 모든 무기는 눈에 띄지 않게 치워 둔다는 암묵적 합의가 존재한다. 드러난 무기들은 회수될 것이다. 그러나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위한 그 밖의 조치들은 없을 것이다."
이것은 레바논군의 다수가 남부 시아파 출신일 뿐 아니라 헤즈볼라의 저항이 군대 내 사병과 심지어 장교들의 상당수로부터 진정한 존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레바논 남부에 투입된 외국군이 헤즈볼라를 상대로 무장해제를 추진한다면 그들은 만만찮은 저항과 희생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
그러한 시도는 이미 쓰라린 경험을 한 바 있다. 1983년에 레바논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과 프랑스군은 저항세력의 폭탄 공격을 받아 미군 2백41명, 프랑스군 58명이 사망했다. 그들은 결국 체면을 구긴 채 레바논을 떠나야 했다.
평화유지군 구성 협상에 참가한 한 외교관은 〈뉴욕 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1983년에 일어난 일을 다시 겪고 싶지 않다. 우리는 '미션 임파서블'이 될 그런 위험한 임무에 병사를 보낼 수 없다."
물론 이 때문에 유엔이 이스라엘 지원 노력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불안감을 느끼는 파병 참가국들을 달래기 위해 코피 아난이 내놓은 두 문건 〈작전 개념〉과 〈교전 수칙〉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평화유지군] 사령관들은 적대적 집단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적절한 증거가 있을 경우, 자기 방어를 위한 선제 행동을 포함해, 방어에 필요한 모든 적절한 행동을 보장받을 것이다."
1983년에 미국은 전함을 동원해 레바논 동부 베카 계곡의 무슬림 마을을 폭격함으로써 이미 그러한 '선제 행동'의 선례를 남긴 바 있다. 그리고 지금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간인 살해의 압도 다수가 바로 "자기 방어를 위한 선제 행동"명분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 한국정부는 유엔의 요청을 받아 레바논 파병을 검토하고 있으며 파병여부와 규모를 논의해서 국회동의를 받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레바논 '평화유지군'파병도 결코 레바논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라크에 파견된 자이툰 부대와 마찬가지로 그것은 부시와 제국주의 점령을 돕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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