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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전쟁이 벌어진다면 누구 편이 될 건가?

마르크스주의의 정수는 사회주의가 노동계급의 자기 해방이라는 사상이다. 즉, 대중 스스로 행동하기가 마르크스주의적 사회주의의 진수다. 바로 이 사회주의 개념을 바탕으로 기존 정권들과 국가들을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세계 자본주의의 핵심적 특징 중 하나는 세계가 국가들의 체제로 편제돼 있고 이 체제 안에서 소수 국가들 ― 제국주의 열강 ― 이 나머지를 경제적·정치적·군사적으로 지배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국가 간에 투쟁이 벌어질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이럴 때 대개 아나키스트들은 서로 충돌하는 측이 모두 자본주의적 국가들이므로 좌파는 누가 이기든 관심을 보일 필요가 없다는 주의(主義)를 고집한다.

그러나 마르크스·엥겔스·레닌·트로츠키는 모두 이런 입장을 배격했다. 그들은 무엇이 국제 노동계급의 이익을 증진시킬 것인가 하는 기준에 따라 당대의 전쟁을 판단했다.

그래서 1937년 일본이 중국을 침략했을 때 트로츠키는 중국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중국의 식민지화를 노리는 일본을 패퇴시키기 위해 국민당 군대를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적으로는 국민당을 지지하지 않고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말이다. 이를 통해 노동자와 농민의 자주적 활동을 촉진해 정권 타도를 준비해야 한다.

물론 이런 공식("비판적 지지")에는 긴장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긴장은 반제 민족주의 자체의 모순된 성격을 반영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마르크스주의자도 국제 노동계급의 이익이라는 점에 비춰 당면한 전쟁을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이 어떤 부패하고 억압적인 제3세계 국가와 싸울 때 어느 쪽이 이기는 게 세계 노동계급의 이익에 덜 해로운가를 물어야 한다. 미국이 세계적인 자본주의 착취·지배 관계를 유지하는 주요 제국주의 열강임을 고려한다면 미국이 패배하는 게 낫다는 것이 자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마르크스주의자가 그 제3세계 정권(또는 운동)의 범죄 행위와 계급적 성격에 대해 마냥 침묵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미국과 북한 사이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당신은 누구 편을 들 건가? 마르크스주의자라면 의당 미국의 패배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패배가 국제 노동계급의 이익을 위해 더 낫기 때문이다. 이것이 일시적으로 북한 정권을 강화할지라도 말이다.

지배 관계의 세계적 약화, 투쟁 공간 확대, 미국의 패배에서 비롯한 주도력 등을 고려하면 이런 결과는 차악이다.

물론 북한 체제를 진정한 사회주의라고 단 한 순간도 착각하지 않으면서 ― 레닌의 표현을 빌면 "붉은 색으로 채색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래서 '다함께'의 김하영 동지는 《국제주의 관점에서 본 한반도》의 후반부에서 북한 체제의 태생적 성격을 들춰내고 있다.

요컨대, 마르크스주의자는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에도 불구하고, 노동계급의 권익 억압과 착취에도 불구하고, 탈북자 탄압에도 불구하고, 제 인민도 못 먹이면서 개발한 핵무기에도 불구하고, 그 핵무기로 인접국의 평범한 주민의 생명을 위협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패배를 위해 투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