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경제제재는 평범한 북한 주민을 죽일 것이다. 모든 제재를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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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중·일·러 4개국은 모두 "북한 핵보유 불용"과 "유엔안보리 결의안 이행"을 다짐했지만, 구체적 이행 수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이견을 드러냈다.
일본만이 확고한 지지를 나타냈을 뿐이며 한국은 뚜렷한 약속을 하지 않았다. 중국은 완화된 대북 제재를 요구했고, 러시아 역시 강경한 제재에 반대했다. 이들 국가들은 대북 제재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지나친 강경책이 낳을 효과(2차 핵실험은 그 중 하나일 뿐)를 우려해 수위를 조정하려 한다.
이라크에 발목이 붙잡힌 미국으로서는 대북 제재에서 6자회담 관련국들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순방에서 대북 제재 합의 도출에 실패하자, 미국 지배자들 사이에서는 라이스의 외교를 "실패"〈뉴욕타임스〉등)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미국의 거듭된 경고에도 북한이 핵실험을 함으로써 동북아에서 미국의 위기 관리 능력은 크게 의심받게 됐다. 그러나 이것은 이라크·이란·베네수엘라·레바논 등지에서 겪은 일련의 실패를 잇는 최근 사례일 뿐이다. 북한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세계 전략의 중심을 중동에서 한반도로 옮기려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은 그 동안 뱉어놓은 말 때문에라도 대북 제재를 더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으면 안 된다. 6자회담 재개에 대한 기대가 일각에서 생겨나고 있지만, 미국은 금융제재를 해제할 마음이 없음을 거듭 밝혔고 대북 제재의 고삐를 더욱 죄일 것이다.
고삐
미국은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을 근거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강화하려 한다.
PSI를 통한 해상 봉쇄는 북한의 반발을 부를 것이 뻔하다. 이미 북한은 대북 제재를 선전포고로 간주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라이스는 "무력 충돌 우려는 없다"고 말했지만, 북한 선박 검색 과정에서 우발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노무현 정부와 열우당 내에서도 PSI 확대 참여에 대한 반발이 크고, 심지어 “PSI 적극 참여”를 당론으로 정한 한나라당에서조차 우려가 있다.
대북 제재의 효과는 관련국들(특히 중국)의 협조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벌써 시작한 것만 해도 북한에 상당한 타격을 가할 것이다.
강화되는 대북 제재 때문에 가장 큰 고통을 받을 사람들은 핵무장이나 군비증강과는 아무 관련 없는 평범한 북한 사람들이다. 경제제재는 이미 식량난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은 북한 민중을 더욱 처참한 고통에 빠뜨릴 것이다.
유엔이 13년 동안 단행한 이라크 경제제재가 이를 입증한다. 경제제재로 사망한 이라크인은 무려 1백만 명이 넘는다. 이것은 핵무기로 죽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수치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핵폭탄으로 약 1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제1차세계대전 중에 사용된 화학무기로 죽은 사람들은 최대 8만 명이다.
유엔 경제제재 때문에 걸프전 당시 초토화된 각종 사회기반시설이 제대로 복구되지 않아 대규모 참극이 일어났다. 특히 상하수도 시설이 최악이었는데, 세계식량농업기구는 도시지역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식수의 양이 1990년의 절반밖에 안 될 것으로 추정했다.
무역금수 조치 때문에 생필품들이 제때 공급되지 못한 것도 참극을 키웠다. 유엔은 화학무기 제조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거의 모든 품목의 약품 반입을 금지했다. 화학무기와 관련 없는 약품은 들여와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만의 하나에 대비해야 한다”며 차갑게 묵살됐다.
또, 군사적 용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에어콘 차량의 수입도 금지했다. 이라크의 여름 기온은 섭씨 40도 안팎에 이르는데, 이 때문에 상하기 쉬운 음식물이나 의약품, 의료용 장갑 등을 안전하게 수송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라크인들은 치료가능한 질병인데도 약품이 없어, 씻을 물이 없어 죽어가야 했다. 어린아이들의 희생(전체 사망자의 절반)이 컸던 것은 이 때문이다.
경제제재는 후세인을 제거한 것이 아니라 무고한 이라크인들을 죽이고 불구로 만들었을 뿐이다. 이런 끔찍한 대량살상무기를 다시 북한 민중의 머리 위에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