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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과

[10·26재선 결과가 민주노동당에 가한 충격 때문에 당 전체가 첨예한 논쟁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그 중 특히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관계 정립 문제가 핵심 쟁점인 듯하다. 이 글은 〈다함께〉 67호에 실린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 당’으로 비쳐지는 것 때문에 당이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주장을 자주 듣는다. 이 주장은 지금의 상황을 일부 설명해 준다. 실제로, 민주노총 일부 간부들의 잇단 비리와 일부 정규직 노조 지도부(예컨대, 현대차노조 집행부)의 비정규직 투쟁 외면 등에서 비롯한 민주노총의 위기에 동반해 민주노동당도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으로부터 종종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곤 한다. 이 모호한 진술에 노동운동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상들이 포함돼 있다.

먼저, 민주노동당이 노동계급 기반에서 탈피해 중간계급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뜻일 수도 있다.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가 (헛되이) 하고자 했던 일이다. 민주노동당이 노동계급 기반과 결별한다면 그 위상과 영향력은 민주당 수준밖에 안 될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당 내에서 극소수일 것 같다.

민중주의와 노동자주의 모두에 반대해

당내 민중주의자들이 말하는 ’민주노총과의 거리 두기’는 다른 사회계급(무엇보다, 농민)이 당 내에서 노동계급과 비슷한 비중과 지위를 차지해야 한다는 뜻인 듯하다.

노동계급과 중간계급의 동맹은 모든 정치 운동과 변혁에서 제기되는 문제다.(그러나 노동계급과 지배계급 일부의 동맹은 체제에 대항하는 투쟁을 약화시키므로 해악적이다.) 그러므로 계급 동맹 자체는 진정한 핵심이 아니다. 진정한 물음은 어느 계급이 동맹의 헤게모니(주도력)를 쥘 것인가 하는 것이다.

중간계급은 항상 자본가 계급과 노동계급 사이에서 끊임없이 동요하는 존재다. 또, 중간계급 내부에는 온갖 이질적인 요소들이 뒤섞여 있다. 이 계급의 최상층은 자본가와 직접 연계돼 있다. 최하층(가령 영세 노점상)은 노동계급과 꽤 비슷하다. 그래서 중간계급은 독자적 강령을 가질 수 없다.

이 중간계급을 노동계급이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야 함은 물론이다. 근본적 사회 변혁의 성공은 다른 사회세력에 대한 노동자의 헤게모니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마르크스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가 지적했듯이, 노동계급이 국민의 지도자가 될 때만 사회 변혁은 성공할 수 있다.

그러므로 노동계급이 아닌 다른 피억압 대중의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회피하는 노동자주의는 노동계급 헤게모니 사상과 아무 관계도 없다.

정치와 경제의 분리

어떤 사람들은 정치와 경제의 분리라는 맥락에서 ’당과 민주노총의 거리 두기’를 주장하는 듯하다. 경제투쟁은 민주노총이, 정치투쟁(그러나 주로 의회 활동으로 협소해진)은 민주노동당이 담당하자는 것이다.

이런 식의 분업은 노동조합의 경제주의와 부문주의를 더욱 조장할 것이다. 이런 파편성이 지금 우리 운동이 전진하지 못하도록 내리누르는 무거운 납덩이가 되고 있다.

정치와 경제의 분리는 노동자들이 정치적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거대한 산업 잠재력을 발휘하는 것을 방해한다. 지난해 여름의 파병 반대 투쟁과 겨울의 개혁입법 쟁취 투쟁이 뜻대로 되지 않은 것에는 이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반면, 지배자들은 경제력과 정치력을 모두 사용해 주요 노동쟁의를 분쇄한다. 그러면서 노동조합 운동의 정치적 요구나 움직임을 거듭거듭 공격한다. 지난해 여름에 금속 노동자들이 투쟁 요구에 이라크 파병 반대를 포함시켰을 때 〈조선일보〉 등이 길길이 날뛰며 흥분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라.

한편, 정치와 경제의 분리는 의회를 통해 진정한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잘못된 희망으로 노동자들을 이끈다. 이것은 노동자들을 수동적으로 만들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 소속 조직 노동자뿐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도 포용해야 한다는 올바른 생각에서 ’당이 민주노총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규모로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 노동계급 내부의 분열이 심각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때로 늑대의 이빨보다 여우의 꼬리가 더 무섭다고, 노무현 정부는 조직 노동자를 ’노동귀족’이라고 비방·매도함으로써 이런 분열의 틈을 더욱 벌리려 하고 있다.

상황을 한층 악화시키는 것은 일부 노조 지도자들의 보수적 태도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 집행부의 비정규직 투쟁 외면은 최근 사례다. 민주노동당은 이런 노조 지도자들의 보수주의를 강하게 비판했어야 했다. 그렇지 못하다 보니 울산 북구 선거에서 노동자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민주노동당과 투쟁을 외면한 현대차 노조 지도부를 동일시했고, 정갑득 후보의 자랑스럽지 못한 전력은 이런 상황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조직 노동자 운동의 뒷받침이 없다면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이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배자들은 노동자들 중 가장 약한 집단을 무자비하게 공격해 분쇄할 수 있고, 실제 그렇게 하고 있다.(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이 너무나 자주 혹독한 탄압을 받는 까닭이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끌어안기 위해서는 민주노총과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둘의 연대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노조 지도자들의 보수적 행태를 단호하게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장석준 동지가 ’민주노총 당’ 탈피를 비판한 것은 옳다. 그는 민주노동당이 "더욱 ’민주노총 당’이어야 한다, 더욱 ’노동조합의 당’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가 당과 노동조합의 연계 강화와 함께 노동조합 내 상이한 두 집단 ― 노조 상근간부층과 현장조합원 ― 을 구별했더라면 논의가 완벽했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노조 상근간부층을 매개로 현장조합원들과의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태생적 모순 때문에 물론 이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해 여름 서울대병원 파업 당시 대다수 당 지도부가 보건노조 지도부와 서울대병원 노동자들 사이에서 모호한 태도를 취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당이 현장조합원들 ―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 과의 접촉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당내 좌파들의 엄청난 노력과 투쟁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