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노동자들: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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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노동자들(한국노총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이 성과급 지급, 시간외수당 전액 현금 지급, 우리사주 100만 원으로 증액, 총인건비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12월 27일 하루 파업을 벌였다.
당일 파업으로 일부 지점은 평소 대기 시간보다 40분 이상 기다려야 업무를 볼 수 있고, 일부 지점은 다음 주에 방문해 달라고 안내했다고 한다.
기업은행 노동자들은 시중은행과 동일한 업무를 하지만, 공공금융기관이라 시중은행 대비 임금 인상률이 낮다. 정부가 총인건비제를 통해 공공금융기관의 임금 인상을 제한해 왔기 때문이다.
또한 시중은행이 지급하는 특별성과급을 기업은행 노동자들은 한 푼도 못 받는다.
이 때문에 기업은행의 임금 수준은 2023년 말 기준 4대 시중은행 평균 임금(1억 1600만 원)의 70퍼센트에 불과하다.
심지어 기업은행 노동자들은 시간외수당을 현금이 아닌 휴가로 받는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직원 1인당 600만 원(전체 규모는 약 780억 원)에 이른다. 노동자들은 인력이 부족해 보상 휴가를 쓸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노동자들은 100퍼센트 현금으로 줄 것을 요구하지만, 사용자 측은 예산(총인건비) 부족을 이유로 이마저 거부하고 있다.
이처럼 매년 정부의 예산(총인건비) 통제 탓에 수년간 기업은행 노동자들의 임금은 억눌려 왔다.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는 올해 공공부문 임금 인상률(2.5퍼센트)을 상회하는 2.8퍼센트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노조의 공동 파업 외) 지부 첫 단독 파업에 나설 정도로 노동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결국 역대 정부들이 총인건비제를 내세워 공공부문 예산을 억제한 것이 노동자들의 임금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공공기관 총인건비제 폐지를 요구하는 이유다.
기업은행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자 친사용자 언론들은 일제히 비난 공세를 폈다. 탄핵 정국으로 나라가 불안정한데, 고임금 노동자들이 고객에게 피해를 주는 파업으로 생떼를 쓴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취임 이후 3년간(2022~2024년)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무려 8퍼센트가 삭감됐다. 또한 상대적 고임금이 우월한 조직력과 투쟁력 덕분이므로, 이러한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투쟁은 전체 노동계급의 상향 평준화에도 유리한 국면을 조성할 수 있다.
최초 단독 파업
12월 27일 오전 11시 무렵 서울 을지로2가 기업은행 본점 앞 대로에 파업 노동자 7000여 명(노조 추산)이 모였다. 20~30대 청년 노동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특히 여성 노동자들이 많은 점이 눈에 띄었다.
이날 중부 지역에 한파 특보가 발효되는 등 추운 날씨에도 노동자들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붉은 머리띠를 동여맸다.
김형선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기업은행 경영진이 정부 예산 통제를 핑계 대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규탄했다.
“올해만 2조 7000억 원의 수익이 기업은행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보상되는 것은 단 1원도 없습니다. 지난 3년간 정부가 기업은행에서 따박따박 배당으로 가져간 돈이 1조 1000억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밤낮을 나가 일한 시간외수당조차 1인당 600만 원씩 쌓아놓고 단 한 푼도 정부의 승인 없이는 지급할 수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여러분 이거 이해할 수 있습니까? 우리가 이거 참을 수 있습니까? 우리의 투쟁 너무나 명분이 차고 넘칩니다.”
기업은행 파업을 지지하며 여러 노조 대표자들이 연대사를 했다. 특히 정부의 총인건비제 족쇄에 같이 묶여 있는 공공(금융)부문 노조 대표자들이 많이 참가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윤석열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에서 싸우는 것이 권리이자 의무이듯, 노동자들이 일터의 불합리한 문제에 맞서 싸우는 것 역시 권리이자 의무라고 격려했다.
한국노총 출신의 민주당 김주영, 박해철, [금융노조 위원장 출신인] 박홍배 국회의원과 사회민주당 대표 한창민 국회의원도 기업은행 파업이 정당하다고 옹호했다.
파업 집회를 마친 기업은행 노동자들은 광화문 금융위원회(매해 금융기관의 예산을 승인함) 앞으로 행진해 항의한 후 마무리했다.
매 주말 서울 도심에 윤석열 정권 퇴진 시위에 수십만 명이 참가하는 가운데, 노동자들이 자신의 요구를 내걸고 투쟁하는 것도 매우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부문 긴축에 맞선 기업은행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투쟁을 완전히 지지하며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