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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태호 협동사무처장 인터뷰:
“감축을 통한 재연장은 장기 주둔의 명분입니다”

자이툰 철군 여론이 거셉니다. 국회의 분위기도 지난해와 많이 다른 것 같고요.

의원들 37명이 철군 결의안을 제기하고, 집권 여당에서도 철군계획을 밝히라는 당론을 정한 것은 확실히 더 나아진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봅니다. 역시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미친 영향이 컸다고 할 수 있겠죠.

다만,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포함해 국제 여론의 변화나 이라크에서의 점령 반대 여론 확산, 국내 자이툰 철군 여론의 확대, 이 모든 것이 국제 반전 운동과 저항의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규모 감축을 통한 파병 재연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열우당에서는 즉각완전 철군이 아닌 ‘단계적’ 철군 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사실, 지난해에도 규모 감축을 통한 파병 재연장을 했죠. 그러면서 이게 사실상 철군이나 다름없고, 내년이면 공식적으로 철군을 논의할 수 있을 거라고 국회 본회의 자리에서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임기응변에 불과하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그 점에서 ‘감축을 통한 파병 재연장’은 사실상 장기 주둔을 위한 명분이라는 본질이 분명해졌다고 봅니다. 국제 사회의 여론도 매우 부정적이고 국내에서도 별로 타당한 논리적 근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궁여지책을 쓸 수밖에 없는 겁니다.

열우당이 단계적이든 뭐든 철군 계획을 요구하게 된 것 자체는 하나의 진전이라고 봅니다. 파병반대 운동과 국민들의 지속적 요구에 집권여당이 반응을 보인 것 아닙니까?

그러나 지금 국민들은 철군 계획만이 아니라 철군 자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철군을 당장 결정하더라도 그것이 실제 실행되는 데는 몇 개월씩 시간이 필요합니다.

만일 열우당이 철군을 당론으로 결정하고 그에 따라 실무적인 철군 기한 계획을 제출하라고 했다면 그나마 설득력이 있었겠지만, 그냥 막연하게 철군 계획을 요구하고 그것도 단계적 철군 계획을 논하는 것은 자칫 정부의 장기 주둔 시도에 어떤 견제력도 행사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자이툰 부대 주둔지인 아르빌에 미군이 대규모 기지를 짓고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일부 언론의 낙관적 예측과 달리, 저는 미국이 쉽게 이라크에서 빠져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이 어느 나라를 침공하거나 군대를 주둔시킨 이후에 기지를 안 짓거나 군대를 안 두고 나온 역사가 없습니다. 베트남같이 아예 쫓겨난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죠.

실제로 미국은 엄청난 예산을 들여 이라크 전역에 대규모 기지 6개를 짓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미국 민주당 내에서도 일부는 전면 철수를 얘기하지만 대개는 재배치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4개월에서 6개월 내에 미군을 재배치해라’, 즉 외곽으로 빼라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미국이 단기간에 미군을 전원 철수시키기보다는 몇 개의 지역에 장기적으로 주둔할 거점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 거점들 가운데 하나가 아르빌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정부가 철군 시한을 밝히지 않고 계속 연장하려는 데는 이라크의 미군이 재배치되는 동안 일종의 ‘황견’, 즉 앞잡이 노릇을 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정부가 자이툰 파병 재연장 추진과 함께 레바논 파병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자이툰 부대를 일부 빼서 레바논에 보내겠다는 말인 듯합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에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점령으로 인한 오랜 무장갈등이 존재해왔습니다. 따라서 이스라엘이 리타니강 동쪽 지역을 계속 점령하고 있고, 점령에 맞선 저항을 빌미로 레바논 침공을 능사로 하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유엔의 이번 결의안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턱없이 부족합니다. 문제의 원인인 이스라엘의 레바논 정책, 점령 정책에 대한 해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난 1978년 이후 유엔군이 레바논에 계속 주둔해 왔지만 레바논 분쟁을 막지 못했습니다. 이런 곳에 우리 군대를 보내는 것이 적절할까요?

여태까지 정부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비판적 입장을 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간다면서도, 분쟁의 원인에 대한 입장이 잘못돼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가서 분쟁을 막기보다는 분쟁을 조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더군다나 지금 가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아랍 세계에게 미국과 이스라엘을 돕는 행위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 때문에 더더욱 군대가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국회의 파병 연장을 막기 위해 반전 운동이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라크 문제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봅니다. 파병 연장을 반대해야 할 것이구요, 레바논 파병에 대해서도 파병이 아닌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봅니다. 국회는 마땅히 이라크 파병 연장과 레바논 파병에 반대해야 하겠죠.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국민의 압박이나 압력, 공론화된 쟁점 없이 이런 문제를 국민의 뜻에 맞게 결정한 적이 없습니다. 그 때문에 12월 3일 집회와 시위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 집회는 파병을 강행하려고 하는 정부, 그리고 흔들리는 국회에 대해 국민의 뜻을 천명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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