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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의 아쉬운 파업 종료

화물연대 지도부가 파업 5일 만에 파업 중단을 선언했다.

지도부는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이 발의한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안’ 처리가 내년 2월로 연기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정부와 국회가 관련 법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지 않거나, 전면적인 탄압에 나설 경우 즉각 파업에 재돌입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파업이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도부의 종료 선언은 큰 아쉬움을 남긴다.

첫째, 실질적인 물류 마비를 낳은 파업 때문에 국회는 화물연대의 요구를 외면해 온 건교부의 전향적 태도를 요구했고 건교부도 내년 2월까지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화물연대 파업이 민주노총 파업에 미칠 영향을 차단하려는 고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불분명한 성과다. 내년 2월의 법안 통과가 보장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국의 물류 마비가 현실화 되는 시점에서 믿기 힘든 약속을 핑계로 파업을 전격 중단 선언한 것은 대단히 아쉽다.

둘째, 화물연대 파업은 비정규직 개악안 통과에 맞선 민주노총 파업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노사관계로드맵의 처리까지 예상되는 가운데 투쟁의 분수령이 될 민주노총 파업을 하루 앞둔 시점의 중단 선언은 우리에겐 ‘악재’였고, 정부에겐 ‘희소식’이었다. 운동 전체의 이익과 사기를 위해서도 파업을 지속하는 게 옳았다. 이러한 부문주의는 노동운동에 대한 지배자들의 각개격파를 용이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셋째, 저들의 광적인 이데올로기 공세와 탄압이 파업 중단에 영향을 미친 듯하다. 저들은 일부 개별적 마찰을 과장해서 전체 파업 노동자를 ‘폭도’로 매도했다. 이것이 노동자들을 위축시키고, 지도부에게 큰 압력이 되었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집중적인 공격에 직면한 지도부는 친기업 언론들이 주도하는 ‘국민 여론’에 밀려 ‘평화적 파업’을 내세우는 수세적인 태도를 보였다. 화물연대 김종인 의장이 파업 종료 선언에서 ‘평화적 파업’을 강조한 발언도 이런 맥락이었다.

하지만 정부와 자본, 언론이 무차별적 공세를 퍼붓는 상황에서 처음부터 ‘국민 여론’의 지지 속에 파업이 진행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노동자들이 가진 힘의 과시(이윤에 타격을 가하는 파업)를 통해 승리를 쟁취하고, 이로써 정당성을 확인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여론’은 저들과 우리 사이의 힘의 저울을 반영하는 것이다. 승리의 길은 이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단호한 투쟁뿐이다.

실제로 물류를 마비시키는 파업의 효과가 드러나면서 국회의원들은 건교부의 안이한 대처를 질책하기 시작했고, 언론도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요구와 처지를 일부 보도했다.

사실, 처음부터 조직적인 항만 봉쇄와 도로 점거 등이 시도됐다면, 일부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개별적 마찰이 생길 여지는 적었을 것이다. 비조합원의 파업 파괴 저지를 조합원 개개인에게 맡긴 것은 지도부의 책임 방기이자 부적절한 전술이었다.

화물연대 투쟁의 불씨는 남아있다. 파업에 대한 정부의 보복과 내년 2월 법안 재논의 과정에서 격돌이 벌어질 수 있다. 다음번 투쟁에서는 오직 노동자들 자신의 힘, 즉 물류를 마비시키는 파업 효과에 의존한 정면승부로써 정부를 완전히 굴복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