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제81차 서울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미국 반트럼프 운동의 영감을 받아 활력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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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의 제81차 서울 집회가 열렸다. 모처럼 날씨가 화창한 가운데 참가자들은 활력 있게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물었다.
사회자는 지난 19개월 동안 팔레스타인인들이 5만 1000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면서 이스라엘과 이를 비호하는 서방을 규탄했다. 그러나 4월 19일 미국 전역에서 몇 주 만에 다시 전국적 반트럼프 시위가 거듭 벌어졌다는 고무적인 소식도 전했다.
”미국에서 이 시위는 트럼프가 무적이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박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 방어 운동이 바로 이 시위의 물꼬를 텄습니다.”
참가자들은 미국 시위대의 대표적인 구호를 외쳤다.
“Hands Off Palestine!(팔레스타인에서 손떼라!)”
가장 먼저 발언한 재한 팔레스타인인 리나드 씨는 “시를 어떤 다른 형태의 저항보다 강력한 투쟁의 수단으로 만든” 아랍 시인 파드와 투칸을 참가자들에게 소개하며 그의 시를 낭송했다.


자유여!
자유여!
자유여!
분노로 가득 찬 입으로 외치는 소리
총알 속에서도, 불길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족쇄를 차고 그녀를 향해 달린다
숭고한 저항의 의지를 담은 시를 함께 들은 참가자들은 “프리 프리 팔레스타인”을 함께 외치며 박수를 보냈다.
두 번째로 발언한 노동자연대 이재혁 활동가는 4·19가 한국의 ‘인티파다’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이승만이 1948년 제주에서 살육을 자행하던 때,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들을 살해하고 쫓아내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금도 한국 극우가 성조기와 이스라엘기를 함께 흔드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며 “민주주의와 평화를 염원하는 한국인들과 해방을 염원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은 공동의 적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만에 대한 언급은 지나가는 행인들 사이에서 양극화된 반응을 이끌어냈다. 한 중년 여성이 이승만을 옹호하며 고함을 지르다 경찰의 제지를 받고 물러나는 일도 있었지만, 한 노신사가 길을 가다 멈춰 서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따뜻한 눈으로 집회를 바라보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다음으로 발언한 미국인 안나 씨도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이 미국에서 억압과 불평등에 맞서 벌어지는 투쟁과 동떨어져 있지 않음을 강조했다. 그녀의 발언에서는 최근 미국에서 전국적 반트럼프 시위가 크게 일어난 것에서 얻은 영감이 물씬 느껴졌다.
”미국에서 억압받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지도자들을 비판하고 거리에 나올 자신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고 더 알려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행정명령을 내릴 때마다 자신의 무덤을 파고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 발언은 이집트인 투르키 씨였다. 그는 가자지구 학살에 대한 국제사회의 위선을 꼬집었다.
”무고한 피 앞에서 침묵하는, 수많은 구호와 선언으로 화면을 가득 채우는 국제기구들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그러나 가자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봉쇄 속에서도, 폭격 속에서도, 아랍과 국제 사회의 배신 속에서도 가자는 여전히 싸우고 저항하고, 피 흘리면서도 다시 일어섭니다.
”가자는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함께하신 모든 분들,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어서 참가자들은 종로를 거쳐 명동으로 행진했다. 따뜻해진 날씨에 종로와 명동은 지난 몇 주보다 행인이 부쩍 많았고 그 덕에 팔레스타인 행진에 쏠리는 이목도 많았다. 행진을 카메라에 담는 것은 물론이고 구호에 맞춰 함께 팔뚝질을 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자원활동가(‘팔봉이’)들이 행인들 사이를 바쁘게 움직이며 팔연사의 행사를 알리는 광고물을 나눠줬다.
팔연사 집회의 특징은 다양한 연령과 국적, 인종의 참가자들이 팔레스타인 연대의 목소리를 내며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이날 집회에 온 이주 배경 참가자들의 말을 들어 봤다.
20대 방글라데시 청년 살만은 팔연사 집회에 온 것이 두 번째라고 했다. 그는 재한 방글라데시인들이 연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도 참가했다고 한다. 그가 사는 경기도 화성에서 이번 집회 장소로 오는 데는 두 시간 반이나 걸리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목소리를 내는 것뿐”이라면서 이런 집회가 매주 열리는 것이 아주 귀한 기회라고 했다.
덴마크에서 온 60대 관광객 프랑크는 명동에서 행인들이 보이는 호응에 환호하고, 명동을 빠져 나와서는 신이 나서 다른 참가자와 인사를 나누는 등 집회의 활력을 온몸으로 만끽했다. 지난주에 한국에 들어온 그는 뉴스에서 팔레스타인 집회 소식을 접하고는 집회 일정을 검색해서 찾아 왔다고 했다.
이날 팔연사 집회에서는 오는 5월 3일 ‘나크바 77년 팔레스타인 연대 포럼’과 5월 11일 ‘나크바 77년 집중 행동의 날’을 알리는 활동도 활발했다.
팔연사 집회에 꾸준히 참석하는 40대 미국인 키스 씨는 일란 파페가 발제를 한다는 얘기에 “슈퍼 흥분된다”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역사를 이해하는 데서 일란 파페는 “필수불가결한 인재”라면서 소식을 듣자마자 핸드폰에 일정을 입력했다고 했다. 타리크 알리 역시 미국 진보 매체 ‘데모크라시 나우’에 출연하는 등 널리 알려진 인물이라고 했다.
전주에서 올라온 30대 미국인 신디 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팔연사 집회를 알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연말에 이어 두 번째 참가한 그는 5월 11일 나크바 집중 행동의 날에 또 올라올 것이라고 했다. 아쉽게도 5월 3일 포럼에 자신은 참석하기 어렵지만 연사인 일란 파페가 ‘일렉트로닉 인티파다’, ‘몬도와이스’ 등 영어권 독립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인물이라며 포럼을 추천했다.
행진은 이스라엘 대사관 맞은편에서 마무리됐다. 주최측은 꾸준히 팔연사 집회를 이어 오던 부산과 대구에서도 같은 날 집회가 열려, 많은 사람들이 참가해 집회가 성공적이었고 행진 역시 그곳 도심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참가자들은 매주 열리는 집회뿐 아니라 5월 3일 포럼, 5월 11일 ‘집중 행동의 날’에 더욱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기로 다짐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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