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 파병 재연장과 레바논 파병:
반전 운동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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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방위 회의는 “자이툰 파병을 1년 연장하되 ‘2007년 임무 종결’을 못박겠다”던 열우당 의원들의 공언이 결국 파병 연장을 노린 사기극이었을 뿐임을 잘 보여 주었다.
국내외의 반전 정서와 파병 연장 반대 여론을 의식한 듯, 국방부는 국회에 제출한 파병 연장안에 “2007년 중에 자이툰 부대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계획을 수립”한다는 문구를 끼워 넣었다.
그러나 이 모호한 문구가 결코 ‘2007년 중 철군’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2007년 중에 임무 종결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것은 ‘2007년 중에는 철군하지 않겠다’는 얘기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이런 수법을 써먹었다.
또, 설사 내년 중에 그런 계획이 세워진다 한들 그 계획에 정말 철군이 명시될지, 또 구체적 철군 시한이 언제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실제로 국방부 장관 김장수는 국방위 회의 내내 ‘철군’이라는 표현이 나올 때마다 거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국방위 소속 주류 정당 의원들은 정부의 이 뻔한 수작을 ‘이심전심’으로 환영했다. 특히 열우당 의원들은 ‘자이툰 부대 2007년 임무 종결’이라는 ‘면피용’ 당론조차 내팽개친 채 정부안에 손을 들어 주는 데 급급했다. “정부안이 [열우당의] 수정안과 같은 것 아닙니까? 정부 원안대로 처리합시다.”(열우당 소속인 국방위원장 김성곤)
12월 16일 반전 집회에서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기업 진출’과 ‘지역 재건’의 확대·강화를 빌미로 “정부가 자이툰 철군은커녕 장기 주둔을 준비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사흘 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서는 레바논 파병안이 통과했다. 자이툰 파병 연장안과 ‘세트’로 처리하는 게 부담스러워 국방위가 아닌 통외통위에서 처리한 것이다.
정부는 비판 여론이 부담스러운 듯 레바논 파병 계획을 제출하며 레바논 남부가 안전하다는 것을 매우 강조했다.
베트남
그러나 레바논 남부는 이스라엘의 공격과 레바논인들의 저항으로 언제든지 충돌이 재연될 수 있는, 여전히 긴장이 감도는 지역이다. 외교통상부 장관 송민순은 15일 통외통위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1978년부터 파병된 유엔군 중 2백58명이 사망하지 않았느냐며 위험성을 따져 묻자 사망자가 전혀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파병안이 의결되자마자 유엔군 2백58명이 사망했다고 바로 말을 바꿨다.
또, 만일 이스라엘의 공격 때문에 난민들이 몰려들어 보호를 요청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건 우리 임무가 아니다”, “유엔군 본부는 3중 4중의 방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에서 난민들을 보호지도 않는 게 ‘평화유지군’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공식 보고를 보더라도 지난 8월 이후 유엔 결의안 1701호에 따라 레바논에 파병된 유엔군을 상대로 유탄 공격 등 적어도 10건 이상의 적대 행위가 있었다. 지난 여름 전쟁 동안에는 레바논 남부 주둔 유엔군 4명이 이스라엘 전투기의 폭격으로 사망한 일도 있었다.
또, 시니오라 총리의 친서방 정부에 맞선 운동 ― 헤즈볼라가 주도하고 있다 ― 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은 레바논 정국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고, 이는 유엔군을 더 커다란 긴장과 위험으로 내몰 가능성이 크다.
최근 미국 국방부의 보고서를 보면, 그 동안 이라크 전쟁에 투입된 병사들 중 무려 8천여 명이 탈영했다. 식민지 대중(이라크인들)의 저항, 미국 국내외의 반전 여론 고조, 미군 사병들의 사기 저하 등 베트남 전쟁을 미국의 패배로 이끌었던 요인들이 ― 각각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 이라크 전쟁에서도 비슷하게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이 끝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미군이 베트남에서 철수한 것은 미국 내 정치 위기가 본격화한 1968년부터 4년이 더 지나서였다. 그리고 그 사이에 미국은 캄보디아와 라오스로 전선을 확대해 수많은 사람들을 더 학살했다.
도박
부시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이라크가 수렁이라는 것을 알지만 거기서 스스로 나오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포기한 채 물러나기에는 이라크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보도를 보면, 부시는 이라크 주둔 미군 규모를 2~3만 명쯤 늘리려 하고 있다. 판돈을 더 키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도박’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 부시가 내놓으려 하는 카드 ― ‘최후의 대공세’ ― 는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지옥의 문’을 여는 것일 수 있다.
따라서 노무현이 이번 파병 연장안을 통과시키는 데 성공한다 해도 그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을 것이다. 이라크 위기는 계속될 것이고 ― 십중팔구 더 악화될 것이다 ― 따라서 부시와 노무현의 위기도 계속될 것이다.
더불어 반전 운동의 중요성도 여전하다. 특히 내년 초 부시의 ‘대공세’가 시작된다면 반전 운동은 그에 맞서 즉각 행동할 태세가 돼 있어야 한다.
12일 국방위에서 나온 말, 말, 말
유재건(열우당): 구구절절이 김학송 의원의 말씀이 맞습니다.
김성곤 국방위원장(열우당): 수정안 철회하고 정부안으로 하면 되겠습니까? 정부안대로 저희가 의결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