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환송식ㆍ이필상 취임식을 달군 출교자들의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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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교에 찬성하는 새로운 '비운동권'총학생회는 자신들의 첫 사업으로 어윤대 총장 퇴임 사은 행사를 열었다. 심지어 이들은 "어윤대 총장님, 당신이 있어 행복한 4년이었습니다."는 현수막까지 걸었다. 총학생회는 이 날 행사가 학생들의 자발적 행사라며 떠벌렸지만, 실제 행사 참가자 수는 학생보다 교직원과 처장단이 더 많았다. 전체 참가자 숫자 역시 이 모두를 합쳐 30여 명 남짓이었다.
출교와 어윤대 총장에 반대하는 학생 30여 명은 "마지막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 "등록금 인상 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웠다"는 내용의 팻말과 이제까지 전달하지 못한 출교 반대 서명, 재임 반대 서명 등을 '퇴임 선물'로 들고 이 자리에 참석했다. 총학생회 측은 출교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도 없다"며 비난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결국 어윤대 총장 퇴임 행사는 통쾌하게 무산됐다.
총학생회와 어윤대 총장은 출교 학생들을 피해 몰래 본관 회의실에서 조촐하게 행사를 진행했다. 학생들의 항의로 이사장실에서 초라하게 명예박사학위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건희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출교 학생들을 외면한 이필상 총장
한편, 퇴임 마지막 날까지 출교 학생들의 규탄을 받았던 어윤대 총장의 뒤를 이어 이필상 새 총장이 어제 취임식을 가졌다. 이필상 총장도 취임 첫 날부터 "대화"가 아닌 소송을 시작한 비민주적 고대 당국에 항의하는 학생들과 마주해야만 했다.
총장 취임식장 앞에서 열린 천막 강제철거 소송 규탄 기자회견에는 방학중임에도 불구하고 50여 명이 넘는 학생들과 학내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참가했다. 학생들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취임식장으로 들어가 침묵시위를 벌일 계획이었으나 학교는 이마저도 우파 학생들과 교직원들 수십 명을 동원해 제지했다. "시위,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우리의 요구에 이들은 "너희가 말하는 자유는 방종이다"라는 해괴한 논리로 맞섰다.
취임식이 끝나고 이필상 총장은 바로 출교 학생들을 5미터 앞 둔 곳에서 기념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시위대는 이필상 총장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민주적 대학을 원합니다.", "대화에 나서야합니다", "출교를 철회해야 합니다"고 외쳤으나 그는 학생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내외빈과 웃으며 악수하기에 바빴다. 이를 지켜본 기자들이 출교 문제에 대해 질문하자 답변을 회피하기도 했다.
이필상 총장의 싸늘한 외면은 고려대에 여전히 어윤대 총장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음을 보여줬다. 학생들은 앞으로도 학생 활동 탄압을 확대하려는 학교의 시도가 계속된다면 더욱 강하게 저항하자고 뜻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