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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5일 제85차 서울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거세지는 인종학살에 맞서 팔레스타인 연대 목소리를 높이다

5월 25일 오후 팔레스타인 연대 85차 서울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유병규

5월 25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팔연사)의 85번째 집회가 열렸다.

이번 집회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점령을 위한 지상전을 본격화한 가운데 열렸다.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은 어느 때보다 깊어지고 있지만, 미국 등 서방의 이스라엘 지지 또한 정당성의 위기가 커지고 있다. 영국, 네덜란드 등 서구에서는 최근 대규모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다시 일어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열린 팔연사의 집회는 300명 가까이 참가해 평소보다 규모가 조금 컸다. 특히 새롭게 참가한 여러 서구인들과 몇몇 한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그중 한 명인 박제명 씨는 프랑스에서 아랍학을 공부하다 방학을 맞아 잠시 귀국했다가 집회에 처음 참여했다고 기자에게 전했다.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하니 프랑스 친구들이 저에게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알려 줬어요. 오늘 시위에 참가하게 돼서 정말 좋습니다.”

박 씨는 조만간 이집트를 방문해 그곳에서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알리는 활동도 하려 한다며,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팔레스타인 문제가 잘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이 5월 25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85차 집회를 열고 있다 ⓒ유병규

색색의 히잡, 니캅 등을 입고 가족 단위로 참가한 이집트인 여성들도 눈에 띄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집회에 참가했다.

가자의 언론인 무함마드 알카티브는 음성 메시지를 통해 시위 참가자들에게 이렇게 전했다.

“사흘 내내 빵 한 조각 못 먹는 날도 많아졌습니다. 살아도 그저 숨만 쉴 뿐 사는 게 아닙니다. 사람들은 산 채로 불타거나 건물 잔해에 깔려 죽고 어쩌다 살아남은 사람들도 이내 순교자가 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죽음을 무릅쓰고 촬영하고 보도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알려야 하고 세상 사람들이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을 대신해 한국인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여러분의 고귀한 연대야말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입니다.”

집회 참가자들과 연설자들도 연대를 표하며 여기에 화답했다. 인천의 거리와 대학에서 연대 운동을 건설하는 데 참여해 온 우즈베키스탄 유학생인 아자맛 씨는 이렇게 연설했다.

팔레스타인 연대 85차 서울 집회에서 우즈베키스탄 유학생인 아자맛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유병규

“우즈베키스탄 시인 쿠르시드 다브론의 시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그대가 평화로이 딸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동안 저 멀리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자신의 아이를 조용히 땅에 묻고 있다.’ … 안전을 누리는 사람은 안전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런던, 이스탄불, 타슈켄트, 서울 어느 곳에서든 우리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게 합시다. 우리는 국제적 운동의 일부입니다. … 그리고 팔레스타인은 절대 혼자가 아닐 것입니다.”

팔레스타인 연대 85차 서울 집회 참가자들이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유병규
팔레스타인 연대 85차 서울 집회에서 마거릿 씨가 발언하고 있다 ⓒ유병규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이자 팔레스타인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제작해 온 미술가 마거릿 씨의 연설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통해 얻게 된 희망과 자신감을 보여 줬다.

“저는 시위가 별 소용이 없다는 느낌에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역대 미국 정부들도 팔레스타인인들의 고립감을 키웠습니다.

“그러나 서울로 오기 전 저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우리의 대의를 위해 자신의 장래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학생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 컬럼비아대학에서 시작해 바너드대학, 쿠퍼유니언대학 등 온갖 대학으로 시위가 번져, 평생토록 제가 염원했던 연대를 두 눈으로 보게 됐습니다.

“제 스승님은 제게 ‘화장실의 악취가 되라’고 하셨습니다. 사람들의 뇌리에 남도록 소란을 피우라는 것이죠. 그럼 이제 계속 시끄럽게 목소리를 냅시다. 사람들이 잊지 않도록요.”

팔연사 집회에서 여러 차례 연설해 온 홍덕진 목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연대를 표하고 “신앙 공동체는 단지 예배가 아니라 세상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동체여야 한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팔레스타인 연대 85차 서울 집회에서 홍덕진 목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유병규

행진에서는 여느 때처럼 거리의 우호적 정서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구호 제창에 장단을 맞추는 사람들이 많았고, 어떤 행인은 꽃다발을 사서 집회 참가자에게 안겨주기도 했다.

특히, 이번 집회에는 행진에 합류한 행인들이 평소보다 많았다.

인사동 거리를 거치면서 20명 정도가 행진에 합류했는데 그중에는 무슬림 여성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많은 수가 영국에서 온 여행객들이었다. 영국에서는 최근 60만 명 규모의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열린 바 있다.

한 벨기에인 관광객은 경복궁 인근에서 한복 체험을 하다 행진을 발견하고는 서둘러 한복을 반납하고 헐레벌떡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5월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7만 명 규모의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열린 바 있다.

귀국 항공편을 불과 두 시간 남겨 놓고 인사동에서 행진에 합류한 독일인 케이 씨는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너무 반가워서 합류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본지 기자에게 말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해 온 케이 씨는 독일에서는 감시와 탄압이 극심해서 시위를 벌이기가 매우 어려운데 “여기서는 행인들이 행진 대열에 보내는 관심과 응원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최근 이스라엘이 노골적으로 인종청소를 밀어붙이는 가운데, 국제적으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다시 거세지고 몇몇 정부들과 이스라엘의 균열이 커진 것이 이번 집회 참가자들이 조금 늘어난 배경이 된 듯하다. 이런 상황을 이용해 한국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키워야 한다.

팔레스타인 연대 85차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유병규
재한 이집트인 어린이들이 팔레스타인인 어린이들에 연대하며 구호를 선창하고 있다 ⓒ유병규
팔레스타인 연대 85차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유병규
팔레스타인 연대 85차 서울 집회 참가자들이 주한 미국대사관 앞을 지나며 트럼프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유병규
재한 팔레스타인인 나심 씨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연대 85차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유병규
서울 도심을 지나던 시민들이 팔레스타인 연대 행진 대열에 지지와 응원을 보내고 있다 ⓒ유병규
다양한 색깔의 히잡과 니캅 등을 두른 이집트인 여성들과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유병규
팔레스타인 연대 85차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유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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