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은 진보진영의 대선후보 단일화를 주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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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치적 급진성을 유지하면서도 구체적 국면에서 전술의 유연성과 개방성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대중의 급진화 과정이 매우 모순되고 불균등하기 때문이다. 열우당을 이탈한 대중이 곧바로 민주노동당 지지로 옮겨오지 않음을 이해하고 이들을 끌어당길 적절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한나라당과 열우당(과 그 후신)에 반대하고 신자유주의·전쟁에 반대하는 진보진영의 대선후보를 단일화하자는 제안은 이런 과제에 답하려는 노력이다.
물론 진보진영에서 민주노동당이 차지하는 위상은 매우 크다. 당보다 왼쪽에 있는 단체들에 비해서는 규모와 영향력이 비할 바 없이 크고, 주요 NGO보다도 규모가 상당히 크다.
그러나 전체 정치 지형에서 보면 민주노동당은 여전히 작다. 심지어 주요 지지 기반인 민주노총 조합원의 7퍼센트 남짓만이 당원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민주노동당에는 당 밖의 반신자유주의 세력을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신자유주의와 전쟁에 반대하는 정서는 현재 민주노동당이 포괄하는 범위보다 훨씬 광범하다. 예를 들어 지난해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시민운동의 과제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반신자유주의 운동 건설을 가장 많이 꼽았다. 또, 〈시민의 신문〉1월 10일치를 보면 서울 시민의 58퍼센트가 '대안 신당'생명·평화 등 주로 녹색 정치 중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에서 유럽헌법 반대 운동은 급진좌파뿐 아니라, 온건한 케인스주의를 대안으로 삼는 개량주의자, 공화주의자, 각종 NGO 들을 결집시켰다.
영국에서는 반전 운동으로 집결한 무슬림, 노동당 이탈자, 혁명적 사회주의자 들이 '리스펙트'라는 급진좌파 연합을 건설하기도 했다.
비록 한국의 운동이 그런 수준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반신자유주의·반전 정서는 매우 광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기도 한다. 청와대에 몸담았다가 한미FTA를 추진하는 노무현에 환멸을 느껴 최근에 민주노동당을 공개 지지한 정태인 씨가 그런 예다.
그러나 대다수는 아직 그렇지 않다. 예컨대, 지난해 1월 〈시민의 신문〉조사를 보면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민주노동당 지지는 2004년 40퍼센트에서 2005년 44퍼센트로 약 4퍼센트 증가(이 추세는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한 반면, 지지할 정당이 없다고 말한 운동가들의 비율도 약 40퍼센트로 크게 높아졌다. 대중 수준에서는 이런 반응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들 중 대다수가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을 대변하는 정당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 민주노동당원의 눈에는 이들이 분명한 '세력'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성공은 이런 사람들을 설득해 지지자로 확보하는 데 달려 있다.
후보 단일화 제안은 이런 관계 맺기의 출발이다. 민주노동당이 그 동안 정책적으로 연대했던 단체들, '한미FTA저지범국본'으로 집결한 세력들, 반전 운동에 참여한 종교 단체나 '풀뿌리 단체'들 등 후보 단일화 논의를 제안할 단체들과 개인들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또, 이들이 지금 당장 후보 단일화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이들과의 진지한 토론은 중장기적으로 잠재적 지지 기반 확보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 될 수 있다.
아전인수와 곡해
한편, 민주노동당의 일부 당원들은 '비판적 지지론'을 합리화하기 위해 '다함께'의 '진보진영 대선후보 단일화'제안을 제 논에 물대기 식으로 해석하려 한다. 반대로 일부 당원들은 후보 단일화의 취지를 곡해해서 '비판적 지지론'의 아류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다함께'가 제안하는 대선후보 단일화의 전제는 분명히 반노무현·반열우당(과 그 후신)이다.
이 점에서, 신자유주의와 노무현에 반대한다면서도 우파이자 신자유주의자인 독일 총리 메르켈을 칭송한 유한킴벌리 사장 문국현을 토론회에 초대한 것이나 여전히 열우당 후보 지지 가능성을 열어 둔 '미래구상'과 '다함께'의 진보진영 대선후보 단일화 제안은 명백히 다르다.
그럼에도 편협한 당파성론자들은 〈레디앙〉에 투고한 '옹기장이'라는 필명의 민주노동당원처럼 '진보진영 대선후보 단일화'가 "당의 독자성을 뒤흔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민주노동당의 독자성은 무엇보다 '일심회'마녀사냥, 현대차노조 마녀사냥, 노무현의 '노동귀족론'등 지배자들의 정치적·이데올로기적 공세에 휘둘리지 않는 정치적 독자성이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의 정체성·독자성과 범진보진영 선거 대안 추진이라는 전술적 유연성·개방성은 대립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민주노동당의 정책과 정체성은 대중운동 건설 과정에서 더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다. 이것은 대선 국면에도 적용할 수 있다. 광범한 세력과 함께 공동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민주노동당 정책이 왜 효과적인지를 입증하는 것이 "당의 정책이 실현 가능한 위치에 서게끔 만드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따라서 "당의 독자성"을 고수한다는 명분으로 전술의 경직성을 고집하는 것은 당의 지지 기반 확대나 영향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옹기장이'는 "당 중심성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당 중심성'은 광범한 진보진영의 결집을 주도하며 설득·개입하려는 노력 없이 단순히 선언한다고 해서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옹기장이'의 주장처럼 "민주노동당에게 대선이 갖는 의미"를 "전체 진보진영의 전진에 이바지하는 것이 아니라 … 당의 주요 정책과 정체성을 [선전]"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전체 운동과 당을 대립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종파적 태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 태도로는 민주노동당의 대중적 성장을 도모하기 힘들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반신자유주의·반전 운동의 정치세력화를 이끌고 주류 정당들의 신자유주의와 친제국주의 참전 정책으로 그들 왼쪽에 생긴 여백을 메울 정치적 책임이 있다. 이 책임을 방기한다면, 삶이 점점 더 고통스러워지고 상대적 박탈감을 점점 더 크게 느끼는 서민 대중은 절망감에 박근혜나 이명박 따위의 우익을 선택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