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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게재]진보진영 대선후보 단일화의 쟁점들

최근 고건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여권의 심각한 위기를 새삼 밝히 드러냈다. 이렇듯 주류 정치의 한 축이 붕괴된다는 것은 민주노동당 같은 신생 좌파 정당에게는 유리한 기회일 수 있다.

민주노동당이 이 기회를 제대로 붙잡으려면 주류 정치권에 대한 선명한 좌파적 비판과 대안을 내놓으면서도 이에 관심을 가질 법한 사람들에게 개방적이고 적극적으로 다가가려는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

‘다함께’(민주노동당 내 정파 가운데 하나-편집자)는 진보진영 대선후보 단일화가 이러한 접근법을 구현하기 위한 하나의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다함께’의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 제안 이후 민주노동당 안에서는 그에 대한 다양한 반론이 제기됐다.

1.

‘눈거울’이라는 필명의 민주노동당 당원은 ‘반신자유주의, 반전’을 ‘진보’의 기준으로 삼기에는 너무 범위가 넓어 “심지어 양심적 우파”도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다함께’의 대선후보 단일화 방안은 반한나라당-반열린우리당을 분명히 전제하기 때문에 ‘진보’의 범위가 “양심적 우파”까지 포함할 만큼 넓지는 않다.

그리고 반신자유주의-반전이라는 두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주류 정치권 인물은 거의 없다. 이 쟁점을 놓고 주류 정치권과 진보적 대중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한다. 민주노동당은 여기에 개입해 지지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

또, 일부 민주노동당원들은 반전 운동을 온건한 시민운동 쟁점쯤으로 여기곤 하는데, 이는 반전 운동을 평화주의적 NGO들의 활동으로만 한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전 운동은 특히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 지역에서 미국이 벌이고 있는 제국주의적 전쟁에 대한 반대를 표현하고 있다. 이 운동은 제국주의의 위기를 가속화했다. 이 점에서 반전 운동은 특히 파병국들에서 정치적 격변을 자아낼 가능성이 있는 급진적 운동이다.

2.

"넒어진 외연"때문에 "당 바깥의 영향을 심하게 받게 될"것을 우려해 반대한다는 당원도 있다. 즉, 당이 오른쪽으로 기울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과 비슷하다. 주류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절반이 넘는 시기에 당의 외연은 더욱 넓어져야 한다.

비록 그 수준과 형태는 다를지라도 당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중 의식의 진보 때문에 그들과 민주노동당 평당원들 사이에 건너지 못할 강이 흐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노무현의 개혁 배신에 환멸을 느끼며 열우당의 왼쪽으로 이탈하는 대중과, 민주노동당보다 왼쪽에 있음을 자처하는 노동, 민중운동 단체를 포괄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주류 정치권과 선명하게 구분되는 급진성이 민주노동당에게 필요하다.

물론 공동전선에서는 불가피한 타협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반신자유주의, 반전, 반한나라당, 반열우당(과 그 후신)의 기본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다면 민주노동당의 선거 강령에 비춰 봤을 때도 이런 타협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3.

민주노동당이 대선후보 단일화를 위해 “연대하고 대화할 상대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주요 NGO들이 대선 방침을 정하지 않았고, “확고한 정치 성향으로 조직된 상대방도 없고, 테이블도 없다”는 것이다.

이 점은 자연스럽다. 이들 중 상당수가 노무현 정부의 개혁 배신에 환멸을 느껴 이반했지만 아직 자신의 정치적 표현체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민주노동당이 진보진영 대선후보 단일화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이런 정치적 공백 상황이 ‘미래구상’의 등장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이다. 민주노동당이 이런 종류의 시도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면 잠재적 지지층을 잃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NGO들이 모종의 ‘방침’을 정한 뒤에야 민주노동당이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방관적 자세보다는 이 같은 ‘유동적’ 상황에 주동적으로 개입해 일부 NGO들과 대선 공동전선을 건설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과정에서 그들에게 민주노동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왜 효과적인지 입증해야 한다.

심지어 아예 NGO는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NGO들이 이렇게 저렇게 정치와 연관을 맺고 있고 음으로 양으로 개입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NGO와 거리를 두려 하는 것은 오히려 NGO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일조하고 그들과 포퓰리즘적 주류 정당의 연계를 강화하는 효과만 낼 뿐이다.

4.

진보진영 대선후보 단일화 제안이 민주노동당의 독자성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 주장에는 민주노동당만으로도 얼마든지 대중 운동을 건설하고 강화할 수 있다는 가정이 암암리에 깔려 있다. “원래 당은 전선체보다 우월한 것”이고 “전선체를 탈피하기 위해 당을 건설해 (온) … 것”이 민주노동당의 역사라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자체가 애초에 다(多)정파 연합으로 출발했고, 지금도 전선체 성격이 짙게 남아 있다. 진보진영 대선후보 단일화 제안은 대선이라는 구체적인 쟁점에 한하여 기존 전선체의 폭을 더 넓히자는 것이다. 물론 당 바깥의 정치세력들에게는 더 느슨하고 개방적일 필요가 있다. 성공적인 대선 참여를 위해 전선을 확장할 필요는 이미 앞에서 얘기했다.

민주노동당은 지금껏 '거대한 소수'전략을 표방해 왔다. 이 말이 뜻하는 바는 대중운동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당의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이 민주노동당이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선후보 단일화의 성과가 연합체로만 가고 당에게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당과 선거연합을 대립시키는 것은 일면적 관점이다. 민주노동당이 진보진영 대선후보 단일화를 이뤄내고 이 후보가 대선에서 상당한 성과를 얻는다면, 그 성과는 전체 진보진영뿐 아니라 무엇보다 민주노동당에게 돌아올 것이다.

5.

마지막으로, ‘대선 운동은 정당만이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다른 정치세력들과 겸허하게 논의한다는 정신이 대선 공동 대처를 위한 조직틀에 반영된다면 그들은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도 지지할 용의가 있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기득권’을 앞세워 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리고 대선 국면에서 광범한 반신자유주의-반전 운동을 건설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공동전선의 정신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대선 이후 반전·반신자유주의 공동전선과 투쟁 건설에도 훨씬 유리할 것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당은 광범한 진보세력의 지지를 획득할 수 있고, 더 효과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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