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그 동안 모든 본관 앞 집회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남대문 경찰서에 직원을 상주시키며 거짓 집회 신고를 내왔다. 그러나 에스원 노동자들은 3일 밤을 샌 끝에 새벽 0시를 기해 제일 먼저 집회 신고를 내는 데 성공했다. 통쾌하게도, 삼성은 적지 않은 언론들이 에스원 노동자들의 이례적 삼성 본관 앞 투쟁 소식을 보도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조선일보〉는 삼성이 ‘허를 찔렸다’며 통탄했다.
삼성은 이 날 집회의 규모를 축소시키기 위해 오전에 열린 삼성에스원 공동대책위 기자회견도 철저히 탄압했다. 경찰은 30여 명이 참가한 기자회견에 3백 명이나 되는 전경을 동원해 노동자들을 연행해 갔다. 경비업법 유권해석으로 이번 1천7백 명 해고 사태의 명분을 제공한 ‘삼성 공화국’의 ‘삼성 경찰’다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런 탄압에도 집회에는 2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했다.
집회에서 삭발식을 진행한 김오근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 위원장은 “국가기관인 법제처에서도 경찰청의 경비업법 위반 유권해석이 잘못됐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삼성에 휘둘리는 ‘선무당’ 경찰과 삼성 자본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을 결의했다.
참가자들의 면면을 보아도, 삼성에 맞선 투쟁들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집회에는 신세계이마트분회, 삼성코레노 노조추진위원회, 삼성SDI와 삼성생명 부당 해고 노동자 등 삼성에 맞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이 다수 참가했다. 이건희 명예 박사 학위 수여 저지 시위를 주도했다가 출교당한 고려대 학생들도 집회에 참가했다.
X파일 사건이나 삼성의 편집권 침해에 맞서 싸우고 있는 〈시사저널〉노동자들, 비민주적 성균관대 당국과 삼성 재단의 손을 들어준 판사에게 석궁까지 쏜 해직 교수 등의 사례를 보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삼성의 오만함에 분노와 환멸을 느끼고 있다.
삼성에 맞선 저항들이 연대를 구축하고 계속 끈질기게 싸워나갈 필요가 있다. 삼성에스원 노동자들은 오는 2월 2일, 삼성 본관 앞에서 또 한 번의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등 많은 연대 단체 참가자들이 강조한 것처럼, “삼성에스원 해고 노동자들의 투쟁이 삼성 무노조 신화에 맞선 투쟁의 방아쇠 구실을 할” 수 있다.